안휘성(安徽省) 휘주부(徽州府) 출신인 상인 왕지인(王志仁)은 30세가 되도록 자식이 없었다. 하루는 어떤 관상쟁이가 그에게 시월 중에 큰 환난이 닥치겠다고 예언해주었다. 왕지인은 평소 그 사람이 관상을 신통하게 잘 보므로, 급히 소주(蘇州)로 가서 상품과 재물을 모두 챙겨 숙소로 되돌아왔다. 어느 날 해질 무렵 산보를 하다가, 우연히 한 녀자가 물속에 투신(投身)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황급히 황금 열 량(兩)을 꺼내어 고깃배를 불러 타고 가서, 그를 구해냈다. 자살하려고 투신한 까닭을 묻자, 그 녀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남편은 날품팔이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집에서 돼지를 길러 조세를 겨우 내는 형편입니다. 그런데 어제 돼지를 판 돈이 알고 보니, 뜻밖에 모두 가짜 은(銀)이었습니다. 지아비가 돌아오면 호되게 책망당할까 두려워, 살 마음도 나지 않기에 그만 죽으려고 했습니다.”
왕지인은 그 사정을 측은히 여겨, 돼지 판 돈에 곱절을 주어 보냈다. 그 녀자가 집에 돌아와 자초지종을 지아비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지아비는 믿지 않고, 마침내 자기 아내를 데리고 왕지인 숙소에 직접 대질하러 찾아갔다. 왕지인은 이미 잠자리에 든 뒤였는데, 녀자가 문을 두드리며 이렇게 불렀다.
“물에 투신했던 녀자가 찾아와 사례를 올리려고 합니다.”
그러자 왕지인은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그대는 젊은 부인이고, 나는 홀몸으로 있는 나그네 신세인데, 어두운 밤중에 어찌 서로 만나 볼 수 있겠소?”
이 말을 들고 지아비는 깜짝 놀라 정신이 번쩍 들어 여쭈었다.
“저희 부부가 함께 밖에 와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비로소 왕지인은 옷을 입고 그들을 만나 보러 나왔다. 그런데 그가 문을 열고 집밖으로 빠져 나오자 말자, 벽이 갑자기 왕창 무너져 내리면서 누워 있던 침대를 덮쳐 산산조각으로 부숴 버렸다. 이 모습을 본 부부는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정중히 사례를 올리고 작별하였다. 나중에 왕지인이 집에 되돌아와 관상쟁이를 다시 만나자, 그는 크게 놀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 얼굴에 음덕(陰德)에 무늬가 가득 나타난 걸 보니, 이는 필시 남에 목숨을 구해준 결과요. 앞으로 복록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겠소.”
나중에 그는 아들을 연이어 열한 명이나 낳았고, 96세까지 장수하면서 아주 건강하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