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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록(不可錄) 음욕 참음은 만고 제일에 등룡문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2. 11. 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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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주(徽州)에 정효렴(程孝廉)은 계곡 가에 살았다. 그 계곡 위에는 나무다리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그 폭이 매우 비좁았다. 하루는 한 녀자가 시집가는 길에 이 나무다리를 건너 가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물속에 빠지고 말았다. 효렴은 급히 사람을 보내 그 녀자를 구해내고, 자기 아내에게 녀자에 젖은 옷을 말려 주도록 했다. 그러나 날이 이미 저물어 되돌아갈 수 없는 형편인지라, 아내에게 그 녀자와 함께 하룻밤을 자도록 안배한 뒤, 이튿날 그 녀자를 친정부모 댁으로 돌려보내었다. 그러자 그 녀자에 시부모는 이 소식을 듣고 매우 불쾌하게 여기면서, 매파에게 혼인을 되 물리도록 요구하였다.
며느리가 시집에 당도하기 전에 남에 집에서 묵었으니, 이는 완전한 처녀(순결한 신부)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효렴은, 친히 그 시댁에 찾아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힘껏 설득하여 마침내 혼인을 성사시켰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1년이 채 못 되어 신랑이 죽으면서, 신부 뱃속에 태아만 하나 남겨 놓았다. 그 뒤 태어난 유복자(遺腹子)는 청상과부가 가르쳤는데, 어린 아들이 등잔불 아래서 책을 읽을 때면, 곧잘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당부하곤 하였다.
“네가 만약 커서 성공하고 명성을 얻으면, 정효렴 선생님 은혜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아들은 어린 나이에 지방에서 치른 과거에 급제하였다. 병진(丙辰)년에는 중앙 조정에서 치르는 회시(會試)에 참석하였다. 그런데 매번 글 한 편이 이루어질 때마다, 반드시 낭송을 하고 책상을 치며 스스로 기뻐하더니, 나중에는 갑자기 목 놓아 큰소리로 울고 말았다.
때마침 정효렴이 그 바로 옆 칸에 있었는데, 재빨리 가서 그가 우는 까닭을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 소년이 대답하기를, 자기가 지은 글 일곱 편은 모두 몹시 마음에 드는 내용들인데, 뜻밖에 실수로 등잔불에 그만 시권(試卷: 시험 답안지)을 그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 답안지를 지급 받지 못하면 답안을 제출할 수도 없기 때문에, 애석하여 운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정효렴이 이렇게 말을 건넸다.
“정말 아깝겠소. 훌륭한 문장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으니! 만약 그대가 그 글을 내게 베껴줄 의향이 있다면, 그 글이 뽑히는 경우 반드시 후하게 보답하겠소.”
소년은 곧 그 문장을 정효렴에게 써 주었고, 효렴은 과연 뽑혀 진사가 되었다. 나중에 방문(榜文: 급제자 명단)이 내 걸린 뒤, 소년은 정효렴 숙소로 찾아가 보답을 요청하였다. 이에 효렴은 술상을 차려 함께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소년이 물어 왔다.
“정선생님은 대관절 무슨 음덕(陰德)이 있길래, 제 글을 가지고 명예를 얻게 되었습니까?”
그러자 효렴은 평생을 되돌아보아도 별다른 음덕이 없노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소년은 끊임없이 집요하게 물어 왔다. 그러자 효렴은 한참 동안 말없이 생각하더니, 전에 한 녀자가 물에 빠진 것을 보고 구해주었던 사실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소년은 곧장 방바닥에 엎드려 절을 올리며, 이렇게 여쭈었다.
“선생님은 저희 어머님을 구해주신 큰 은인이십니다. 그런데 제가 감히 무슨 보답을 바라겠습니까?”
그리고는 자기가 등잔불 아래서 글을 읽을 때,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에게 일러주던 이야기를 그대로 말씀드리고, 효렴을 스승님으로 정중하게 모셨다. 그 뒤 두 집안은 대대로 혼인 관계를 맺으며 의좋게 지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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