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때 절강성(浙江省)에 한 지휘사(指揮使)가 있었는데, 아들을 가르칠 선생님을 한 분 집으로 초빙해 모셨다. 한번은 선생님이 감기몸살을 앓자, 아들(제자)이 땀을 흠뻑 흘리도록 선생님께 이불을 갖다 드렸다. 그런데 그만 잘못하여, 자기 어머니 신발을 끌어다가 선생님 침대 아래에 떨어뜨려 놓았다. 선생님과 제자(아들)는 모두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데, 나중에 지휘사(아버지)가 이걸 보고 의심을 품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방에 들어가 다그쳐 캐물었으나, 아내는 모르는 일이라고 펄쩍 뛰며 부인하였다.
그러자 지휘사는 꾀를 내었다. 하녀를 보내, 아내(안주인)가 선생님을 모셔오라고 분부했다는 거짓 심부름을 시킨 것이다. 그리고 자기는 칼을 들고 문 뒤에 지켜 섰다가, 만약 선생님이 정말로 아내를 찾아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찔러 죽일 심산이었다. 선생님은 자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하녀가 주인마님이 만나자고 부르신다는 전갈을 여쭈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노하여 하녀를 크게 꾸짖고는, 문은 열어 보지도 않았다. 이에 지휘사는 다시 자기 아내더러 몸소 가서 권해 오라고 강요하였다. 아내가 하는 수 없이 직접 찾아가 불러 보았으나, 선생님은 다시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저는 주인어른에 초빙을 받아 와서 머무르고 있는데, 어찌 남에 눈에 띄지 않는다고 은밀하게 행실을 타락시킬 수 있겠습니까? 청컨대, 빨리 돌아가 주십시오.”
그리고 문을 끝내 열어 보지도 않았다. 이에 지휘사는 분노가 단박에 가라앉고, 의심도 깨끗이 풀렸다. 이튿날 선생님은 곧장 가정교사를 사임하였다. 그러자 지휘사는, “선생님이야말로 진정한 군자이십니다.”고 칭찬한 뒤, 비로소 자초지종 사실을 이야기하고 사죄하였다. 선생님은 그해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관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