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明)나라 말엽 청(淸)나라 초기에, 섬서성(陝西省)에 원공(袁公)은 리자성(李自成) 란(亂)에 자식을 잃어버리고, 강남(江南)으로 피란해 살고 있었다. 거기서 그는 첩을 하나 얻어 다시 자식을 낳으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한 녀자를 첩으로 사들였는데, 그 녀자는 원공 집에 당도하여 등잔불을 등진 채 울기만 할 뿐이었다. 원공이 그 까닭을 캐물으니, 그 녀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옵니다. 단지 집안이 너무 가난하여 굶주리는 형편인지라, 지아비가 죽으려고 하기에, 제 몸을 팔아 지아비를 살리려 했을 따름입니다. 그런데 소첩(小妾)은 평소 부부간에 정이 도타워 금슬이 좋았던 까닭에, 마음이 몹시 아픈 것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원공은 몹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서로 등지고 앉아 밤을 지샌 뒤, 이튿날 아침 몸값 외에 황금 백 량을 더 보태 주면서, 그 녀자를 본래 남자에게 되돌려 보냈다. 이에 그 부부가 감동하여 울먹이면서 감사드렸다. 그리고 귀가한 뒤 적당한 규수를 하나 물색하여, 원공에게 보내드리려 마음먹었다. 그러나 오래도록 마땅한 처녀를 얻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한번은 우연히 양주(揚州)에 갔다가, 어떤 사람이 잘 생긴 소년 하나를 데리고 나와 팔려고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혼자 마음속으로, “내가 아직 적당한 녀자를 얻지 못했으니, 우선 이 소년을 사서 원공에 시중을 들도록 바치는 것도 뭐 나쁠 게 있을까?”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그 소년을 선뜻 사들인 뒤, 강 건너 원공에게 보내드렸다. 그런데 원공이 이 소년을 자세히 살펴보니, 바로 란리(亂離) 통에 잃어버린 자기 아들이었다. 하늘이 착한 마음에 내리는 보답이 이처럼 신묘하기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