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강부(鎭江府: 지금 강소성 진강시와 그 부근)에 사는 근옹(靳翁)은 나이 50세가 되도록 자식이 없었는데, 금단현(金壇縣)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이웃집에 자태와 용모가 자못 아리따운 처녀가 있었다. 어느 날 근옹 부인이 지니고 있던 비녀와 옥가락지 등 패물을 팔아, 그 녀자를 첩으로 사들였다. 근옹이 집에 돌아오자, 부인은 방안에 술상을 차려 지아비를 대접하며 말을 꺼냈다.
“저는 이제 늙어서 아이를 더 이상 낳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자못 착한 처녀 하나를 구하였으니, 근씨 집안에 후사(後嗣)를 이어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근옹은 금세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수그렸다. 부인은 자기가 방에 함께 있어서 부끄러워하는 줄 알고, 이내 방안에서 나와 방문을 밖에서 걸어 잠갔다. 그런데 근옹은 벽에 난 창문을 넘어 밖으로 나와서 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 뜻은 정말 착하고 후덕하오. 허나 이 녀자애는 어렸을 적에 내가 늘상 보듬어(안아) 주면서, 좋은 데로 시집가서 잘살기를 바라 왔던 애요. 나는 지금 늙은 데다가 몸에 잔병도 많지 않소? 그러니 이 애를 내가 욕보일 수가 없구려.”
그래서 근옹 부부는 그 처녀를 다시 본가에 돌려보내 주었다. 그리고 바로 이듬해 부인은 아들 문희공(文僖公)을 낳았다. 그런데 그 아들은 17세에 향시(鄕試)에서 뽑히더니, 그 이듬해 과거에 급제하여, 나중에 현명한 재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