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때 강음현(江陰縣)에 장외암(張畏巖)은 어느 날 저녁 기이한 꿈을 꾸었다. 높은 누각에 이르러 과거시험 급제자 명부(試錄) 한 권을 얻었가. 그 가운데 빠진 줄이 많은 걸 보고는, 옆 사람에게 왜 그런지 물어보았더니, 그 사람이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이번 과거시험에 급제할 사람들 명부라오. 과거 급제는 3년마다 한 번씩 두루 견주어 살핀 뒤 결정하는데, 모름지기 공덕을 쌓고 허물이 없어야 바야흐로 그 이름이 올라가게 된다오. 그 안에 빠진 줄이 많은 것은 모두, 본래는 과거에 급제할 운명이었는데, 그 동안 덕행을 심사하여 새로 명부를 작성하면서 빼버린 놈들이라오.”
그리고는 뒤쪽에 한 줄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일러주었다.
“그대는 평생토록 사음을 한 번도 범한 적이 없으므로, 혹시 이 자리에 보궐 급제할 것도 같으니, 마땅히 자중 자애하시오.”
이 과거에서 장외암은 과연 제105등으로 급제하였다.
(옮긴이 보충해설: 장외암에 고사는 원황(袁黃)이 쓴 료범사훈(了凡四訓: 필자가 “운명을 뛰어넘는 길”이란 제목으로 번역하여 불광출판사에서 발행하였음)에도 나온다. 본디 안하무인으로 기고만장했는데, 거기서는 어느 도인(道人)을 만나 교만심을 조복(調伏)받고 겸손한 덕성을 함양해 운명을 바꾼 실례로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