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서(褚尙書)는 [광사설(廣嗣說: 후사․자손이 번성하는 비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옛날에는 남자 나이 서른에 장가들고, 녀자 나이 스물에 시집갔다. 음양에 기운이 완전히 충만해지기를 기다린 것이다. 그래야 자식을 쉽게 낳고 건강하게 길러 장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세에 이러한 혼인적령(婚姻適齡)을 지키지 않고, 남자는 16세도 못 되고, 녀자는 14세도 못 되어 조혼하는 풍습이 크게 번졌다.
그 결과, 오장륙부가 튼실하게 발육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아이를 낳게 되니, 온갖 기괴한 질병이 생겨나고, 낳은 자식이 제대로 다 자라지 못해 요절하는 일이 아주 흔해졌다. 이 모두 부모에 도리를 잘 모른 소치다. 이 도리(이치)는 우리 건강 및 생명에 직결된 아주 중대한 문제다. 그런데 부모가 자녀에게 일러주기를 어색해 하고, 스승 이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기를 민망해 한다. 그러다가 나중에사 깨달았을 때는, 후회해도 이미 늦기 십상이다. 이에 특별히 대강에 요점만 말하여, 후세 사람들이 모두 훤히 알고 지키기를 바란다.
무릇 녀자 나이 14세가 된 뒤에는, 경수(經水: 經血)가 매달 한 차례씩 나오는데, 3일이 지나야 나오기를 멈춘다. 보통 30일에 한 차례씩 나오는 것이 정상이고, 이십 며칠이나 삼십 며칠마다 나오면 월경부조(月經不調: 생리불순)로, 대부분 아이를 얻기가 힘들다. 그러면 먼저 약을 복용하여 월경을 조절한 다음, 경혈이 사흘간 다 흘러 나와 말끔해지기를 기다려 부부관계를 가져야 한다.
원료범(袁了凡: 본명은 袁黃)-주1)은 이렇게 말했다.
“무릇 부인에 월경이 다 끝날 때, 오직 하루 생명에 기운이 피어오르며 꿈틀거리는(絪縕) 때가 있으니, 이른바 봄 생각(春意: 봄기운 春氣)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인은 수줍고 부끄러워 말을 잘 하지 못하므로, 남편이 평소에 은밀히 일러두었다가, 그 때가 되어 부인이 스스로 말하도록 한다면, 한 번에 자식을 얻을 수 있다.”
또 장경악(張景岳)은 이렇게 말하였다.
남녀가 서로 좋아하여 태아를 이룸에, 정자와 란자(精血)가 만나는 것은, 아직 후천(後天)적인 유형(有形)에 물질 단계일 뿐이다. 한 줄기(一點) 선천(先天)적인 무형(無形)에 기운(氣)이 내려와야, 비로소 임신하게 된다. 남자에 선천 기운이 강하면 아들을 낳는 경우가 많고, 녀자에 선천 기운이 강하면 딸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남녀 양쪽에 선천 기운이 나란히 내려와 도달할 바로 그 때에 맞춰, 남녀 결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녀자는 감정이 지극히 고조하지 않으면, 그 선천 기운이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일단 녀자에 선천 기운이 내려오면, 자궁이 반드시 열리며 정자를 받아들여 임신하게 된다. 이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남자 정액이 너무 묽으면 (정자 수가 너무 적으면), 수태(受胎)하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상등(上等)에 군자는 정력을 몇 달간 잘 보양하였다가 비로소 한번 결합한다. 예로부터 ‘성욕이 적으면 아들을 많이 낳는다’고 말한 속담이 그러한 뜻이다. 중등(中等)에 선비는 부인에 월경이 말끔히 끝난 뒤에 결합하는데, 또는 달이 밝고 비바람이 없는 밤도 괜찮다. 또 평소에는 녀자를 가까이하지 않고, 더러 부부간에 서로 다른 방에 거처하거나, 침대나 이불을 따로 쓴다. 이런 사람은 물론 자식을 낳기가 쉬울 뿐만 아니라, 자기 신체도 건강히 보양할 수 있다.
허나 하등(下等)에 남자 같으면, 때를 가리지 않고 사흘이나 닷새 만에 한 번씩 결합한다. 이런 사람은 틀림없이 속으로 골병들게 된다. 하등 가운데 더 하등에 놈들은, 밤마다 한 차례씩 하거나, 하루 저녁에 두 차례도 한다. 이런 망할 운수에 자식들은 틀림없이 정액이 물처럼 묽어져, 머지않아 갑작스런 질병으로 졸지에 죽을 것이다.
무릇, 음력으로 초하루와 보름 전날 밤은, 성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 또 한밤중(자정)은 몸 안에 양기(陽氣)가 막 생기기(일기) 시작하는 때인지라, 이때 한 차례 성교는 보통 때 백 번에 상당하므로, 역시 성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하루로는 자정, 일년으로는 동지가, 음기(어둠, 추위)가 극대점에 달했다가 반전하면서, 양기(밝음, 더위)가 비로소 생긴다. 옮긴이)
그리고 몸에 조그만 병이라도 있을 때도 성교를 해서는 안 된다. (가벼운 질환은 중병으로 악화하고, 중병은 죽을 위험이 매우 높다.) 술에 취하거나 포식한 뒤, 배를 타거나 길을 걸어 여행한 뒤 이삼일 안에는, 역시 부부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 거센 바람이나 천둥 번개, 심한 추위나 더위, 일식이나 월식, 신명 앞이나 시신(屍身) 주위, 목욕재계 중이나 제사 때, 해나 달․등불이 밝은 곳 등에서도, 성교를 해서는 안 된다. 또 육십갑자 중 경신(庚申)일과 갑자(甲子)일, 자신과 배우자에 생일, 음력 매월 28일(사람 몸 안에 (精)神이 음(陰)에 있는 날)에도 결합해서는 안 된다.
또 남녀 간에 성교를 하거나 몽정(夢精)을 한 뒤, 3일 내지 5일 안에는 찬물이나 찬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되고, 성질이 차가운 약도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 꼭 약을 먹어야 할 병이 있는 경우에는, 의사에게 분명히 말하는 게 좋다. 이때는 마치 임신부처럼, 순전히 진맥에만 의존하면 오진(誤診)할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더운 한여름에도 차가운 음식을 좋아하면 안 되고, 싸늘한 날씨에는 비바람을 맞으면 안 된다. 만약 이러한 것을 범하면, 틀림없이 궐음병(厥陰病) -주2) 증상이 나타난다. 남자는 성기가 위축되고, 녀자는 유방이 수축된다. 또 사지(팔다리)가 차가워지고 배가 아프며, 심하면 산삼이나 록용(鹿茸)으로도 구하지 못하고 죽는다.
녀자가 월경을 한 뒤 몸이 허(虛)한 경우에도, 위와 같은 금기사항을 똑같이 지켜야 한다. 또 류산(流産: 小産)은 대부분 부부관계를 조심하지 않고 함부로 갖기 때문에 생긴다. 임신한 지 석 달 내지 다섯 달이 지나면, 류산이 뚜렷하게 나타나, 본인이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한 달이나 반달 안에는, 류산이 흔적도 없이 은연중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잘 모르고 지나친다. 심지어는 여러 번 임신했다가 매번 류산하여, 간(肝)에 핏줄이 자주 손상되면, 마침내 종신토록 임신하지 못하는 녀인도 있다.
무릇, 부인이 수태(受胎: 임신)한 뒤에 삼가 조심하여 부부관계를 갖지 않으면, 백 사람 가운데 하나도 류산하는 경우가 없다. 하물며, 태아가 뱃속에 자리 잡고, 어머니 경혈(經血: 임신이 안 되었으면 월경에 피로 흘러갈 생명 에너지가, 임신이 되어 태아 생명에 자양분으로 공급됨을 뜻함. 옮긴이)에 의지해 보호받고 자라나지 않는가?! 그런데 임신 후 성교를 하면, 한 차례 할 때마다 모태(母胎)가 한 차례씩 손상된다. 또 설사 다행히 출산하더라도, 틀림없이 잔병치레가 많고, 제대로 키우기가 아주 어렵게 된다.
세상에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들은, 온갖 방면으로 예방하고 보호해야 한다. 16~7세에 이를 때까지 근본 정기(精氣)가 전혀 손상되지 않아야, 한평생 별다른 질병 없이 건강할 수 있다. 그런데 어머니 뱃속에서 일찌감치 임신 중 성교로 손상을 심하게 당해 버리면, 세상에 태어나도 제대로 건강한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한다. 이는 도대체 누구에 잘못인가? 사람들이 이런 줄도 도대체 모르고 있으니, 어찌 비통하지 않으리오?
더러 알약(丸)이나 가루약(散)을 자궁에 넣어, 자식을 심는(種子: 임신을 촉진하는) 자들이 있다. 그러면 정자와 란자(精血) 가운데, 바깥 불순물에 찌꺼기가 섞여 들어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옛말에 “자식을 심어 자식을 낳으면, 힘줄이 끊어지고 뼈가 뚫어져 죽는다.”고 했다. 이 얼마나 무서운 경고인가? 자식을 심는다고(인공으로 임신을 촉진한다고) 반드시 자식을 낳게 되는 것도 아니거니와, 낳는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건강하게 키운다는 보장도 없으니, 단지 헛수고만 하며 죄악만 짓는 셈이 된다.
이상이 모두 부모네 올바른 도리다. 예전에는 사람들에게 곧잘 기꺼이 이야기해주곤 했는데, 이제 늙어서 매번 모든 사람에게 두루 들려줄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 쓰노니, 내 대신 입에서 입으로 널리 전파하여, 세상 사람들이 모두 각자 자신을 보중(保重)하고 사랑하며, 나아가 자식을 참되게 사랑할 수 있도록 일깨워주기 바란다.
주1) 원황(袁黃): 명나라 때 위인으로 유불선 삼교에 통달하고 임진왜란 때 명나라 원군에 군사자문으로 우리나라에 와서 공을 세워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 차례 나옴. 처음에 공(孔)선생을 만나 숙명론에 빠졌다가, 나중에 운곡(雲谷)선사를 만나 운명을 바꾸는 방법을 전수받고 선행공덕을 부지런히 쌓아 재가 수행자로서 큰 공덕과 위업을 이루고, 늦게 낳은 아들을 위해 유훈(遺訓)으로 남긴 [료범사훈(了凡四訓)]이 후세에 지금까지 큰 영향력을 끼침. 필자가 [운명을 뛰어넘는 길]로 옮겨 펴낸 한글판본도 널리 읽힘.
주2) 궐음병(厥陰病): 장중경(張仲景)이 [상한론(傷寒論)]에서 여섯 경락(經絡)에 따라 분류한 증상 가운데 하나. 갈증이 나며,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며, 배는 고픈데 먹고 싶지는 않으며, 먹으면 곧 토해 낼 것 같이 울렁거리며, 때론 정신이 어지럽고 때론 열이 나는 등, 오한과 발열이 뒤섞인 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