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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원(鄺子元)은 마음에 질병이 있어, 정신이 마치 꿈속을 헤매는 듯 혼미하였다. 한 로스님이 그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는 곧장 찾아가 간청하였다. 그러자 로스님은 대뜸 이러한 진단 처방을 내렸다.
“이 질병은 음욕(淫欲)이 지나쳐, 물기운과 불기운이 몸 안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水火不交) 때문에 생겨난 것이오. 무릇, 녀색이 아리따운 모습을 보고 반하여 탐닉하고 기색이 거칠어지는 것은, 밖으로 감응한 욕망(外感之欲)이라 일컫소. 그리고 깊은 밤중 베갯머리에서 녀색에 아리따운 모습을 얻으려고 사념하거나, 또는 꿈속에서 정을 통하는 것은, 안에서 생기는 욕정(內生之慾)이라고 부른다오. 이 두 가지에 휘감기거나 오염되어 집착하면, 누구나 원기(元氣)와 정신(精神)을 크게 소모시켜 질병을 불러일으키오. 그리고 심하면 생명까지 손상시키는 고질적 불치병으로 악화하지요. 그러니 모름지기 한시 바삐 마음속 녀색 생각을 우선 깨끗이 끊어 없앤 다음, 다시 신체를 잘 보양(保養)하여 정기(精氣)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여야 하오. 그래야 콩팥에 물기운(腎水)이 아래에서 말라붙지 아니하고, 오장륙부에 불기운(相火: 마음에 불기운인 心火(君火)에 상대하는 한의학 개념)이 위로 달아오르지 않게 되오. 그렇게 해서 물기운과 불기운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가야만, 질병이 점차 낫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소. 그래서 ‘괴로운 바다 끝이 없지만, 고개 한번 돌리니 바로 피안일세.(苦海無邊, 回頭是岸.)’라고 말하는 거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