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인(孫眞人: 당나라 때 名醫 손사막(孫思邈))이 이렇게 말했다.
사람 몸은 황금이나 쇠로 주조해서 이루어진 게 아니고, 기혈(氣血)이 조화롭게 결합하여 이루어진 육신이다. 사람이 성욕(色慾)을 스스로 절제하기가 참 어렵다. 처음에는 별 탈이 없고 괜찮은 것처럼 여겨지지만, 제멋대로 정욕을 부리다 보면, 날로 손상되어 간다. 달이 가고 해가 바뀜에 따라, 정력과 골수(骨髓)가 바닥나고 기혈(氣血)이 고갈하여, 마침내 육신이 죽게 된다.
무릇 사람에 기혈(氣血)은 여섯 경락(經絡: 태양太陽․양명陽明․소양少陽․태음太陰․소음少陰․궐음厥陰이 륙경六經이며, 양명과 궐음을 빼면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四象이다.)을 운행하는데, 하루에 한 경락씩 운행하여, 6일 만에 여섯 경락을 모두 두루 돌게 된다. 그래서 밖으로부터 감촉(유혹)을 받아 정욕이 움직이면, 가장 가벼운 경우라도, 반드시 7일이 되어 다음 번 그 경락 운행이 다 끝나야, 땀을 흘리며 풀어버리게 된다. 이는 기혈이 한바탕 순환하는 주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사람은 욕정이 진하게 (불끈) 솟구칠 때, 마음(심장)이 빠르게 뛰고 몸에 열이 나며, 땀이 흐르고 정신이 몽롱해지기 마련이다. 이는 뼈에 관절이 활짝 열리고, 근육(힘줄)과 맥이 탁 풀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정액과 골수가 쏟아지면, 그때 운행 중이던 경락에 기혈이 곧 손상되며, 그렇게 손상된 기혈(氣血)은 반드시 7일이 지나길 기다려 그 경락을 다시 운행할 때, 비로소 원상회복할 수 있다. 주역(周易) 복괘(復卦)에서, “7일 만에 왕래 반복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7일간 휴양(休養: 쉬어 보양함)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7일이 못되어 다시 쏟아 버린다. 그러면 경락에 기혈이 원상회복할 여유도 없이, 다시 거듭 손상된다. 그 결과, 안으로 텅 비고 밖에서 침입하면, 온갖 질병이 앞 다투어 생겨난다. 그러면 사람들은 모두 환절기나 날씨 탓으로 돌리며, 재수 없게 우연히 병을 얻었다고 핑계 댄다. 어떠한 질병도 하루아침에 우연히 발작하는 게 아니며, 그 유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점차 이루어지는 줄 모르기 때문이다. 요컨대, 주역에 “7일 만에 왕래 반복한다.”는 리치를 삼가 준수하지 않기 때문에, 점차 쌓여 묵은 화근이 터지는 것이다.
(옮긴이 보충해설: ?주역(周易)?에, “착함이 쌓이지 않으면 명예를 이루기 버겁고, 악도 (봇물이 터질 만큼) 쌓이지 않으면 몸을 망치기 어렵다.(善不積, 不足以成名; 惡不積, 不足以滅身.)”는 말씀이 있다.)
이제 성교 기한에 표준을 정하여 밝히니, 각자 정욕을 절제하여, 자신에 건강과 생명을 보전하는 근본으로 삼으면 좋겠다. 20대는 7일 만에 한 차례 결합함을 표준으로 삼고, 30대는 14일 만에 한 차례, 40대는 28일 만에 한 차례, 50대는 45일(한 달반)만에 한 차례씩 결합하는 것으로 한다. 그리고 60세에 이르면 천계(天癸: 생식 활동)가 끝나므로, 더 이상 생명(아이)을 낳을 수 없다. 따라서 60세가 되면 시급히 성욕을 끊고 방사(房事: 성교)를 멈추어, 정혈과 골수를 견고히 지키고, 청정하게 굳게 닫아 갈무리함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절대 정액과 기혈을 쏟아서는 안 된다.
(남자는 2×8=16세에 천계가 시작하고, 8×8=64세에 천계가 끝난다. 녀자는 2×7=14세에 천계가 시작하고, 7×7=49세에 천계가 끝난다. 천계란 선천(先天)적인 한결같은 물기운(天一之水)으로, 골수와 정혈(精血)이 핏줄을 타고 류통(流通)하며, 정자와 란자를 만들어 내보냄으로써, 생명을 잉태할 수 있음을 뜻한다. 천계가 끝나면, 더 이상 생명을 낳을 수 없다.)
이상에 표준 기한은, 봄․가을 두 계절을 두고 정한 것이다. 여름과 겨울은 또 사정이 다르다. 여름에는 불기운이 무더위를 내뿜기 때문에, (물기운에 속하는) 정액을 밖으로 쏟아낼 여유조차 남지 않는다. 또 겨울에는 물기운이 극심한 추위를 몰고 와서, (몸 안에 물기운조차) 꽁꽁 얼어붙게 수축시키므로, 설사 혈기 팔팔한 청년이라도 성욕을 멈추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그렇게 성욕을 끊을 수가 없다면, 20세대는 더러 14일 만에 한 차례, 30대는 28일 만에 한 차례, 40대는 45일 만에 한 차례씩 가지는 걸로 한다. 그리고 50대에 이르면, 혈기가 몹시 쇠약해지므로, 여름철에는 더러 60일(두 달)에 한 차례 정도 가질 수도 있지만, 겨울철에는 삼가 굳게 지키고 쏟아내지 않는 것으로 한다.
대저 천지자연이나 사람 몸에 기운은, 모두 겨울철에는 꽁꽁 얼어붙어 굳게 지키면서, 오로지 이듬해 (사람으로 보면 래생) 봄에 새 생명을 낳기 위한 근본 바탕을 준비하는 법이다. 그래서 여름철보다 10배 이상 중요하다.
이상과 같이 지키고 행하는 사람은, 질병을 물리치고 건강하게 장수할 것이다. 반대로 이를 어기고 범하는 자는, 틀림없이 질병이 많고 수명도 짧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