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련항(王蓮航)이 이렇게 말하였다.
옛날에 련지(蓮池)대사께서 왕대계(王大契)한테 말씀하시기를, “나쁜 음식에다 명명백백하게 독약을 넣어두는 것이 살생에 담긴 참혹함이라면, 맛있고 훌륭한 음식에다 은밀히 감쪽같이 독약을 섞는 것이 성욕에 숨은 참혹함이다.”고 일깨우셨다.
오호라! 동서고금에 얼마나 많은 쟁쟁한 영웅호걸과 지사(志士) 천재(天才)들이, 그 뜻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중도에 일찍 죽고 말았던가? 그들 대부분은 아마도 틀림없이 성욕을 너무 부린 탓에 그리 되었을 것이다. 그들도 물론 사전에는 자중 자애할 줄 알고, 사후에는 또 참회하고 뉘우칠 줄 안다. 그런데 욕정에 마음이 한번 치성하게 솟구치면, 그 웅장한 기개와 의지는, 마침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는 스스로 “이번 한 번만은 별 탈(관계)이 없겠지. 나중에는 두 번 다시 이러지 말아야지.”라고 변명하며 다짐한다. 그러나 그 다음에 닥쳐서도 이와 똑같이 생각하고, 그 다음도 그 다음도 매번 똑같이 다짐하며, 자신과 타협하고 자신을 속인다.
욕정이란 부릴수록 더욱 치성해져, 스스로 어떻게 절제할 수 없게 마련이다. 그래서 정력(정액)이 고갈하고 신체가 허약해져, 마침내 병들어 죽게 된다. 그러니 사전에 제아무리 자중 자애해 보았자 별 소용이 없다. 또 사후에 아무리 뼈저리게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다. 모름지기 욕정은 부리려고 (성교하려고) 할 때, 즉각 참고 멈춰야 한다.
“이 짓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고, 나중에 무슨 해악이 있을까?”
그 순간 이렇게 자신에게 묻고, 스스로 재빨리 생각해 보라. 그러면 스스로 어안이 벙벙하여, 헛웃음을 금치 못할 것이며, 자신에 한심한 꼴에 의기소침해질 것이다.
무릇, 한순간 욕정을 억누르고 참아, 한평생 웅대한 뜻을 펼치는 길이라면, 영웅호걸이나 지사․천재들이 마땅히 흔쾌하게 따라가야 하지 않겠는가? 스스로 최하 부류에 인간으로 기꺼이 자처하면서, 자기 목숨을 재촉하는 놈들이야, 나 또한 어찌할 수 없다.
련지(蓮池)대사에 말씀을 삼가 조용히 음미해 보면, 이미 부처님(또는 하느님)께 귀의하여 계률(戒律)을 지키는 사람에게 훈계하심이 명명백백하다. 그 훈계는 부부간에 정당한 성욕을 절제하라는 가르침이시지, 부도덕한 사음(邪淫)을 두고 말씀하신 게 아님이 분명하다.
요컨대, 욕정(성욕)을 제멋대로 부려 질병을 얻고 근심걱정을 낳는 짓은, 집안에 부부관계에서도 흔히 빚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하물며, 바람을 피우고 외도(外道)를 하며, 사음(邪淫)과 계집질을 일삼는다면, 그 재앙은 오죽하겠는가? 스스로 멸망을 초래하며, 짐승과 다를 바 없이 타락하는 길 밖에 없다.
이 어찌 슬프지 아니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