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사法門寺는 석가모니 본사에 손가락 뼈(지골指骨) 사리舍利를 공양 올리는 보배로운 성지입니다. 섬서성 부풍현扶風縣에 있는데, 당시에 징관澄觀 로화상이 주지를 맡으셨습니다. 이제 저는 여기서부터 향을 피워 예배를 올려야 합니다. 이른 아침 새벽같이 옷 세 벌과 발우 하나를 잘 챙겨, 높고 높은 사리탑 아래 서서, 저는 수년 동안 품어온 마음 속 발원을 석가모니 부처님께 들려 드렸습니다.
?제1원. 허공계와 법계가 다하도록, 모든 보살ㆍ연각ㆍ성문들이 만약 한 분이라도 성불하지 않는다면, 저는 정각을 이루지 않겠습니다.
제2원. 모든 천天ㆍ인人ㆍ아수라들이 만약 한 분이라도 성불하지 못한다면, 저는 맹세코 정각을 이루지 않겠습니다.
제3원. 모든 축생ㆍ아귀ㆍ지옥 중생들이 만약 한 분이라도 성불하지 못한다면, 저는 맹세코 정각을 이루지 않겠습니다.
제4원. 일체 중생이 편안한 위로를 기억하고 염원할 때, 모든 유정중생들에게 널리 방편을 마련하여 그들을 안락하게 하겠습니다.
제5원. 어떠한 중생이라도 제 얼굴을 보거나 제 이름을 듣게 되면, 모두 보리심菩提心을 발하여 구경(궁극) 안락을 얻도록 하겠습니다.
제6원. 저한테 귀의하는 모든 중생들이 만약 한 분이라도 성불하지 못한다면, 저는 맹세코 정각을 이루지 않겠습니다.
제7원. 일체 모든 법과 즐거움과 수명과 재산들을 모든 중생들에게 널리 보시하고, 중생들 모든 고난을 저 혼자 대신 받겠습니다.
제8원. 금생에 일체지一切智를 이루어서, 불법을 널리 펼침[弘法]에 장애가 없고 중생을 이롭게 함에 장애가 없기를 구원합니다.
제9원. 오직 탁발 걸식하며 들에서 바깥에서 앉아 지내겠습니다.
제10원. 저와 모든 일체 중생들 몸과 입과 뜻이 청정하여, 일체 모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기를 발원합니다.
제11원. 저와 일체 중생들이 지장보살 본원 공덕을 받들어 지녀, 고통을 벗어나 즐거움을 얻고, 영원히 다시는 고통에 들어가지 않기를 발원합니다.
제12원. 제 몸과 마음을 함께 지장보살마하살께 공양을 올리고, 세세생생토록 미래 겁이 다하도록 지장보살님을 따라서, 일체 중생을 위해서 널리 방편을 마련해 모두 안락케 하고, 다함께 상적광토常寂光土에 돌아가기를 발원합니다.
자비로우신 인간 천상의 대도사大導師이시여, 당신께서는 항상 고요한 빛 가운데 계시면서, 제자 묘림 스님을 위해서 증명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서원을 다 말씀드리고 나서, 저는 오체투지로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을 올렸습니다. 때는 마침 동쪽에 태양이 떠오르는데, 탑 꼭대기에 비치면서 온화하고 성스러운 빛이 밝게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사원 전체가 제 마음과 함께 진동하는 듯 하였습니다.
이어 부처님께 절을 하며 제1보, 제2보, 제3보, 머리를 땅에 조아려 예배를 올리며 몸을 땅바닥에 엎드렸습니다. 엎드리자 땅 아래 대지가 크게 진동하였습니다. 몸 전체를 땅바닥에 굽혀 절할 때에 대지는 무한히 확장하여 넓어지고, 이때 제 몸도 함께 많이 확장하여 넓어졌습니다. 저는 넘치는 듯 격정이 일어 이렇게 외쳤습니다.
?대지여! 어머니시여! 당신은 무한한 자비로 수많은 중생을 양육하십니다. 저희는 오직 진실한 정성으로 당신의 은덕에 보답할 뿐입니다. 원컨대, 저와 일체 중생이 모두 무한히 자기를 봉헌하여 일체 중생을 편안케 하길 바라옵니다. 비록 저희 몸은 대지와 함께 하나가 될 수 없지만, 그러나 저희 마음은 대지와 마찬가지로, 묵묵히 저희와 한 뿌리인 모든 중생 하나하나를 윤택하게 할 수 있습니다.
시방十方 일체 모든 부처님이시여, 제자 묘림 스님은 비록 백 천 만억도 넘는 대지 모든 중생들을 교화해 제도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저는 제 방편을 사용하여 시방 법계 모든 중생들을 편안하게 위로하고자 합니다. 저는 제 피와 땀을 대지에 뿌리고, 제 발자국을 인간 세계에 매 구석마다 남기겠습니다. 원컨대, 부처님 정법正法이 오래 머물러, 모든 중생이 함께 상적광토常寂光土에 왕생하길 바라옵니다.?
때마침 울리는 종소리에 따라, 부처님께 예배하는 수행은 장엄하게 계속 진행됐습니다. 첫 번째 법문사 맞은편에 있는 옥불 앞에 섰습니다. 지하에는 18층 지옥이 있는데, 저는 곧장 절하며 들어갔습니다. 어느 한 남자 거사가 저에게 말했습니다.
?어제 오후 5시에 와불臥佛이 방광을 했습니다.?
옆에 있던 한 여자 신도는?방광한 빛이 매우 컸습니다.?고 화답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대답하지 아니한 채, 혼자 속으로 몹시 기뻐하며 생각했습니다.
?내가 어제 오후 5시에 법문사에 도착하였는데, 이때 부처님께서 저에게 가피加被를 내리셨구나!?
당시 서안西安 와룡사臥龍寺에 계시던 한 평범한 (一凡: 법명이?일범?일 수도 있음) 법사께서 함께 기뻐하며 수희隨喜 찬탄하셨습니다. 이번에 예배ㆍ공양은 반드시 성공할 암시라고 말입니다. 한낮에는 탁발을 나갔는데, 여섯 번째 집에서 차가운 껍질(涼皮)을 조금 얻어먹었는데, 먹은 뒤에 다시 앞을 향해 절하고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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