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북풍이 뼈를 찌르는 진령秦嶺 마루에서, 나는 이미 아흐레 동안 곡식을 조금도 먹지 못하였습니다. 입 속에 나뭇잎을 덜겅덜겅 씹으면서 맨발로 눈 속을 달렸습니다. 큰 산, 작은 산, 산 계곡, 암석 아래로….
?은인이시여,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정말 당신은 저를 보고 싶지 않으신 겁니까? 저는 당신을 몹시도 뵙고 싶은데….?
희고 흰 큰 산을 바라보고 저는 통곡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안 돼! 반드시 찾아야 돼!?
저는 수풀에서 헤매다가 고개를 한번 들어보니, 검은 곰 한 마리가 저를 쳐다보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아! 망했구나! 곰은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하는데…,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데…. 그래도 괜찮아.?
저는 깊은 산 속에서 살던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그래, 죽은 척하는 거야!?
저는 드러누웠습니다. 곰은 다가와서 주위를 왔다갔다 몇 바퀴 돌면서, 소리를 몇 번 지르더니 떠나갔습니다. 저는 또 큰 산을 따라서 위로 찾아 나섰습니다. 높고 높은 산봉우리 위에까지 올라서 아래로 두루 내려다보았습니다. 한없이 이어진 작은 산들을 바라보고, 작은 산에 달려가서 또다시 아래를 바라보았습니다. 마침내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이야! 사람이 있다!?
저는 발을 쳐다볼 틈도 없이 쏜살같이 달려 나갔습니다. 정말 나는 듯이 달려 내려갔습니다.
?찾았어! 찾았어! 만났어. 목숨을 살려준 은인께서 바로 나를 쳐다보고 계셔.?
저는 몹시도 흥분하고 격동했습니다. 이때 배고픔과 추위는 자취도 없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풀밭을 향하여 저는 절을 하며 지나갔습니다. 저는 은사께서 자비롭고 상서롭게 저를 향해 다가오시는 모습을 뵈었습니다. 저는 이미 열 해 동안 부모님이나 가족들과 서신 왕래가 없었습니다. 이때 저는 마치 길 잃은 어린 아이가 어머니 곁에 돌아온 것처럼, 자기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방성통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한편으로 통곡하며 한편으로 절하였습니다. 은사님께서는 저를 붙들어 세우면서 다독이셨습니다.
?됐어, 됐어. 울지 마. 이제 그만 울어!?
저는 정신을 차려 바라보니, 정말로 좋은 거룩하신 스님 모습이었습니다. 은백색 눈썹은 턱까지 내려와 정말 수염과 함께 나란히 축 늘어졌습니다. 높고 높은 머리 이마 하며, 평평한 얼굴과 볼, 정말 위엄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제 정신은 극도로 집중이 되었습니다.
일체 모든 것에 대하여 완전히 기억을 상실한 것처럼, 저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어떠한 마음도 일지 않았습니다. 삼보 일 배로, 돌로 쌓아 만든 움막 안까지 들어갔습니다. 안에는 단지 나무토막으로 엮어놓은 참선 침상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은사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진령은 사람을 얼어 죽이는 곳인데, 너는 아느냐? 이제 가지 말고 여기 머물거라.?
저는 그 말씀을 듣자마자, 몹시 뛸 듯이 기뻤습니다.
?바로 정말 좋은 참방순례 학습이야!?
그래서 저는 여쭈었습니다.
?은사님, 제가 출가한 이래, 바깥으로만 나돌아 다녀 제대로 배운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몹시 백해무익한 고통만 몹시 많이도 겪었습니다.?
은사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승려가 세 옷을 받아 입기는 정말 쉽지 않다. 가사를 받아 지니기는 더더욱 간단하지 않아. 구도심을 발하기도 정말 어렵지. 부처님께서《대반야경》을 설하실 적에, 친히 많은 부처님의 어머니이신 문수보살로 하여금 대문을 지키게 하셨는데, 왜 그러셨을까?
바로 천마나 외도가 몰래 엿들을까 저어하여, 문수보살한테 문을 지키게 한 거야. 우리 수행자들 공부는 신도 모르고 귀신도 모르는 가운데 비로소 될 수 있는 거야. 자, 이제 같이 앉아서 참선이나 하자꾸나.?
이렇게 하여 우리는 함께 동안거 참선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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