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도에서 내륙으로 들어온 다음, 저는 아무도 없이 홀로 종남산으로 향했습니다. 되도록 인간세상을 멀리 피해, 암벽에서 쉬며 골짜기에서 물을 먹는 생활을 하였습니다. 들풀과 풀잎과 나뭇잎과 황정黃精을 먹었습니다. 매일같이 야생동물들과 오며가며 지냈지만, 그들은 저를 해치지 않았고, 저는 몹시 자유로웠습니다.
2년 남짓 지난 어느 날, 한번은 노란색 작은 꽃이 핀 들풀을 먹었습니다. 수분이 매우 많았는데, 제가 대략 열댓 잎 먹은 뒤에 혀가 마비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는 비로소 들풀에 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목이 빳빳해지기 시작했고, 입술도 놀리기 어려웠습니다. 나는 물을 마시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어떠한 조치도 취할 사이 없이, 곧바로 감각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단지 무수한 천녀天女들만 허공에서 꽃을 뿌리면서, 저를 향해 웃으며 제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머리를 들지 않고서 한번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여기 와서 뭘 하는 거지? 돌아가자.?
마음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눈을 번쩍 떠보니, 마치 한바탕 꿈결 같았습니다. 주위에는 위로 토하고 아래로 쏟은 벌건 물이 낭자했습니다. 저는 바야흐로 방금 마치 죽었다가 살아난 줄 알았고, 그 이외는 아무것도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중독으로 위와 입맛이 완전히 상해서, 저는 오직 물만 마셔대야 했습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위가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구도심을 발發해서 수행하는 도반들에게 말씀드리건대, 구도심을 낸 뒤에는 절대로 조급하지 말고, 긴(먼) 길을 천천히 걸어가야 합니다. 오직 걷기만 하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이르게 됩니다. 다만 가지 않을까 저어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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