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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남도海南島서 독사에 물려 죽을 뻔하다

새 책 소개. 고행두타 묘림스님 구도기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3. 1. 23. 12:53

본문

저는 출가한 뒤 곧장 해남도海南島에 복산福山으로 갔습니다. 하루는 한 촌로가 바나나 심는 것을 보고서 제가 말했습니다.

?제가 당신 일을 도와 드릴 테니, 품삯은 필요 없고 밥도 필요 없고, 바나나만 먹게 해주세요.?

해남도는 바나나가 지천으로 널려있어서, 내버리는 것도 다 먹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저는 인가人家에서 멀리 떨어진 한 곳에 움막을 치고,금강경을 공부하면서 다리를 단련하였습니다. 밤에는 잠을 자고, 일어나면 곧장 바나나 밭으로 갔습니다. 6월 날씨는 매우 더웠습니다.

하루는 밤 11시쯤에 약간 혼침한 상태에서 일어나, 얼굴을 씻고 맨발로 바나나 밭으로 갔습니다. 순간 발이 풀섶 구덩이에 뭔가 찔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내 발이 부들부들 힘이 빠지고 무기력해졌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검은 색과 흰 색이 뒤섞인 독사 한 마리가 제 발에 밟혀 저를 막 공격하려는 참이었습니다.

저는?발아 날 살려라!?하고 뛰었는데, 뱀은 뒤에서 쫓아왔습니다. 제가 흙길에 이르자, 뱀은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때서야 정신이 들어, 방금 뱀한테 물려서 발에 상처가 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움막으로 돌아와서, 시골 사람들 말이 생각났습니다.

?뱀에 물린 뒤에는, 손이 물렸으면 손을 자르고, 발이 물렸으면 발을 잘라야 한다.?

그래서 저는 순간 혼자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캄캄한 한밤중에 어떡하지? 옳지, 됐다. 발을 자르자! 아무래도 목숨을 건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니까!?

저는 곧 바나나 자르는 칼을 꺼내서 자르려고 했으나, 차마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는 새끼줄로 제 허벅지를 나무 기둥에 단단히 묶고서, 이를 악 물고 스스로 용기를 북돋우었습니다.

?목숨을 건지는 것이 더욱 중요해!?

그리고 칼을 들어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칼날이 몹시 깊이 들어갔는데, 홀연히 문득 발을 잘라내서 출혈이 심하면 역시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됐다, 자르지 말자. 어차피 죽을 건데…….?

저는 공포에 질려 어찌할 줄을 모르고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뱀한테 목숨을 빚졌습니까? 하지만 저는 아직 구도의 마음을 내어 수행을 해야 합니다.?

저는금강경에 부처님께서 몸을 갈기갈기 찢기면서도 조금도 원망하거나 성내는 마음을 내지 않으신 인욕보살 사연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저도 속으로 묵념을 하였습니다.

?뱀아, 내 마음엔 독이 없어. 나는 너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전혀 없어. 내가 수행에 성공하면, 맨 먼저 너를 제도濟度하여 성불에 이르게 할게.?

그리고 저는 주저앉아서 상처가 난 발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공중을 향해서 외쳤습니다.

?고통과 재난을 구제하시는 관세음보살님이시여! 제가 어려서부터 한결같이 당신께 예배를 올렸습니다. 저는 살아야 합니다. 제가 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떻게 부모님을 뵈올 면목이 있겠습니까??

저는 몹시 통곡을 하며 상심하다가, 마침내 정신을 놓고 말았습니다.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릅니다. 문득 깨어나 보니, 몸은 모기가 물어뜯어 온통 빨간 반점 투성이고, 땅 위에 흘린 피는 시커멓게 변해 있었습니다. 발은 살이 다 망가져 뼈가 앙상히 드러났고, 그 위에는 파리가 가득했습니다. 진작 감염이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살아났으니, 저는 다리를 질질 끌고 물가에 가서, 다리를 물속에 텀벙 집어넣었습니다. 문드러진 살을 칼로 긁어내고 뼈를 깨끗이 씻은 다음, 옷에서 천 조각을 잘라내 칭칭 동여맸습니다. 마땅히 기뻐해야할 것입니다. 그래도 다리는 잘리지 않고 남았으니깐요. 그러나 상처에서는 벌건 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벌건 물이 줄줄 흐르고 온 몸에 높은 열이 났습니다.

무더운 6, 저는 자살하고 싶었습니다.

?됐다! 인생 너무 괴로워.?

?안 돼! 아직 중생들을 두루 제도해야 되잖아.?

정말 인간 생지옥이었습니다.

?그래도 살아야 해.?

저는 7일간 단식수행에 들어갔습니다. 이레가 지나자, 상처는 마침내 낫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한 바탕 재난이 지난 뒤에, 저는 그 해남도를 떠나 종남산終南山으로 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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