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어 황혼이 지자, 햇빛이 불그스름하게 빛났습니다. 이미 닷새간 밥을 먹지 못한 저는, 진령에서 아주 힘겹게 절하고 있었습니다. 이때는 음력으로 10월 초 여드레, 뼈를 찌르는 찬바람이 몸을 스치고 지나가자, 마치 칼로 살을 저미는 듯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저는 단지 앞을 향해 나아가며 절할 뿐이었습니다.
앞에도 뒤에도, 사람 자취나 연기조차 없었습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일종의 공포감이 엄습하여, 마치 죽음이 다가옴을 느꼈습니다. 바람이 몹시 세차게 불었습니다. 좁쌀만한 싸락눈이 바람과 함께 제 몸을 세차게 때렸습니다. 저한테는 마치 돌멩이로 사람을 때리는 듯이 아팠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 밥이라도 좀 먹으면 열량이라도 날 텐데…. 그러면 꿋꿋이 버티고 견디련만….?
바로 이렇게 생각할 즈음, 먼 곳에 등불 하나가 흐물흐물 흔들거렸습니다. 저는 몹시 놀라고도 기뻐하며, 제 수레를 끌고 거기까지 가서 멈춰 어쨌든 꼭 먹을 것 좀 얻고자 기대하였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차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멀리서 한 여인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 스님이 맨발로 눈길 위에서 오체투지 절을 하시네!?
제가 막 손을 흔들자, 차는 멈춰 섰습니다. 밤빛이 이미 깊어 가는데, 승용차 안에 마치 운전사인 듯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뭘 봐! 아주 미친 녀석이구먼!?
여자가 말했습니다.
?아닌가봐, 내가 보니 좋은 사람 같아.?
남자가 말했습니다.
?멀쩡한 사람이 누가 이런 짓을 해! 이런 날 얼어 죽을 날씨인데!?
여인이 말했습니다.
?우리 저 사람 태우고 산 밖에까지 데려다 드리자.?
남자가 말했습니다.
?뭐야, 너는 뭐든지 다 하려고 하는구먼. 늙은 미치광이를 데리고 가자고??
차는 속도를 내서 달아나는데, 여인은 말했습니다.
?어머, 어떡해? 정말 불쌍해.?
차가 멀리 떠나는 모습을 보고, 저는 한동안 우두커니 거기에 서있었습니다. 갑자기 입에 뭔가 흥건히 젖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저는 울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먹을 게 없어서 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한심해서 울었습니다.
?산 속에 동물들도 모두 나한테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데, 어쩜 사람들이 이렇게 매정할 수 있담.?
그러다가 저는 또 한 번 생각을 돌렸습니다.
?됐어, 그만둬…. 모두가 인연이지….?
저는 이어서 앞으로 절하면서 나아갔습니다. 이때 하늘은 아주 캄캄해져서, 길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은 갈수록 세차게 불고, 바람은 쌀알 만한 눈을 불어다가 저한테 매섭게 때렸습니다. 저는 설래야 제대로 설 수조차 없었습니다. 다만 길가에 조그마한 암석 위에 앉았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뼈를 에는 듯 추위가 느껴졌습니다. 제 마음은 몹시 황망하였습니다.
?허나 만약 먹을 거라도 좀 먹는다면 나아질 텐데…. 뭘 먹을까??
고개를 쳐들어 위를 바라보자, 깜깜한 하늘에서는 큰 눈만 쏟아지고, 제 몸은 온통 흰 눈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세 겹 옷깃을 머리 위에 치켜세웠습니다. 배고픔과 추위가 함께 엄습하였습니다. 저는 단지 두 무릎을 바짝 끌어당겨 품 안에 넣고 온 몸을 동그랗게 움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에게 부르짖었습니다.
?잠들면 안 돼, 잠들면 안 돼!?
한바탕, 또 한바탕 배고픔이 솟아올랐습니다.
?어쩌지? 어떻게 하지??
바라보니 몸 옆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저는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입 안에 넣고 덜겅덜겅 씹었습니다. 이때 손은 이미 움직이기도 어려웠고, 입도 턱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몸조차 움직일래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저는 죽음이 또 한바탕 다가오는 줄 알았습니다.
?됐어, 다 내려놓자. 이 몸뚱아리, 끈질긴 고통. 모두 다 내려놓자.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이시여! 제자 묘림 스님은 현재 배고픔과 추위를 어떻게 바꾸거나 버틸 힘이 없으니, 오직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습니다. 다음 생에 다시 인간 세상에 와서, 지금 이루지 못한 오체투지 순례 서원을 완성하게 하옵소서! 안녕! 아들이 일찍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부모님. 안녕히 계세요. 모든 친척 지인들도 안녕! 인연이 있으면 다음 생에 다시 만나죠!?
나는 이렇게 기도하다가 지각(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홀연히 눈앞에 자비롭고 상서로운 로화상께서 나타나셔서 저한테 말씀하셨습니다.
?도를 닦는 수행에 자신을 너무 고통스럽게 괴롭혀서는 안 된다.?
말씀을 마치고는 사라지셨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서 깨어났습니다. 이때 큰 눈은 저를 완전히 덮어서 묻어버렸기 때문에,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도 몰랐습니다. 저는 몸부림쳐 일어나서 나와 보니, 아직 제가 살아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죽지 않았네, 죽지 않았어! 아직 살았어!?
이때 태양은 눈부신 빛을 몽땅 비춰 주며, 저에게 외칠 힘을 주었습니다.
?나는 죽지 않았어! 모든 친지들이여!?
나는 눈 속에서 세 옷을 꺼내 들고 잘 챙겨 넣은 뒤, 눈을 집어먹었습니다. 제가 기억하건대, 밤에 부처님께서 오셔서 저를 구해주셨습니다.
?아니야,
어느 한 은둔수행 중인 성승聖僧께서 구해주셨어.
맞아! 성승이시여, 거룩한 스님이시여!
고인이 말씀하셨어!
8백 조사께서 종남산에 머무시고,
10만 사자獅子들이 진령秦嶺에서 포효한다고!
거룩한 스님, 은인. 내 생명의 은인. 어디 가서 찾지?
비록 망망대해처럼 수풀 가득한 험준한 산 속이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나는 반드시 내 생명을 구해준 은인을 찾아야 해.
이 거룩한 스님께서 틀림없이 나를 살려주셨으니,
나는 그 분을 찾아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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