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1. 마천령에서 동안거冬安居 참선을 지내다

새 책 소개. 고행두타 묘림스님 구도기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3. 1. 22. 15:38

본문


때는 이미 동안거 참선이 시작될 무렵이었습니다. 저는 종남산 풍욕구豐峪口 이도교二道橋 마천령摩天嶺 절벽 아래 이르러서, 산에 들어갈 때 거사가 보시한 면발 세 근과 물이 새는 냄비 하나를 내려놓았습니다. 저는 황토 진흙으로 냄비 구멍을 때우고, 노천 절벽 아래에다가 그것을 설치했습니다. 긴 두 막대기를 걸치고 새끼줄로 침상을 잘 묶은 다음, 별빛 아래 앉았습니다.

마천령에 폭포가 쏟아지는 쏴아 쏴 소리와 함께, 저는 박자에 맞게 호흡하면서 오음념불법으로 염불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낮에는 산에 올라, 큰 눈 속에도 파묻히지 않은 들풀이나 나뭇가지나 솔잎 등을 주워 와서, 냄비에 넣고 끓여 먹었습니다.

그 해 겨울은 눈이 특별히 많이 내렸습니다. 눈이 내릴 때는 세 옷깃을 머리 위에 치켜세우고 지붕으로 삼았습니다. 다만 수행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여 설날이 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음력 섣달 스무 여드레 날, 아래 절에 있던, 출가하려던 여자 거사가 저를 생각하고는 나물 한 사발을 볶아서 단단히 싸매가지고 저한테 가져왔습니다. 저는 문제가 생길까 염려되어 그녀한테 물었습니다.

?당신이 나한테 가져온 볶은 나물을 당신 사부님께서 아십니까??

그녀가 모른다고 대답하자, 저는 말했습니다.

?당신은 나한테 바로 승가 물건 훔치는 죄를 범하라는 말인가요? 가져가시오! 나는 먹지 않겠소.?

그녀가 말했습니다.

?아침에 사부님께서 지나가실 적에, 친히 저한테 이 나물을 볶아서 먹으라고 하셨는데, 제가 잘 볶은 뒤에 먹지 않고서 당신께 가져온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바로 그렇다할지라도, 마땅히 사부님께 한 말씀은 드렸어야죠!?

그러자 그녀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고, 나물을 발우 안에 넣고 갔습니다.

이튿날, 북방 풍속에 따라서 그 나물을 다시 한 번 덥힌 다음,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발우를 들고 산에 올라가서, 산신과 토지신께 공양을 올렸습니다. 공양을 마친 뒤에 발우를 받쳐 들고 생각했습니다.

?겨우 내내 밥과 나물을 먹은 적이 없었는데, 이제 한 끼 잘 먹을 수 있겠네.?

산을 내려오는 길에 한 바퀴 돌아오는 길목이 있었습니다. 제가 쓰던 지팡이는 한 번 만져보니 매우 튼튼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알았겠습니까? 쌓인 눈은 더욱더 단단해져, 발이 한번 잘못 미끄러지자, 아래로 쭉 미끄러져 굴렀습니다. 사람과 발우까지 산비탈을 따라서 한없이 데굴데굴 굴러 내려갔습니다. 마침내 발우는 손에서 벗어났는데, 다행히도 사람은 향긋한 춘수(椿樹: 참죽나무)에 허리가 걸려 멈췄습니다. 게다가 땅바닥이 모두 눈밭이라서, 겨우 얼굴만 살짝 마른 풀에 할퀴고, 사람은 큰 상처를 받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저는 그 춘수를 붙잡고 가까스로 일어서서, 몸에 가득한 눈을 털고, 재빨리 바지를 벗어서 나무에다 탁탁 깨끗하게 털었습니다. 그런 다음 깊고 깊게 쌓인 눈을 밟으면서, 산비탈을 따라서 발우를 찾으러 내려갔습니다. 곧장 산 아래로 내려와서 비로소 빈 발우가 풀섶에 걸려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발우 안에 있던 나물들은 산비탈을 따라서 모두 흩어져 버렸는데, 다행히 부처님께 이미 공양을 올린 뒤였습니다.

허나 이때 저는 정말로 몹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썰렁하니 빈 발우를 바라보면서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이윽고 주섬주섬 주워들고 향긋한 춘수 껍질을 조금 벗겼습니다. 절벽 아래로 돌아오자, 올라갈 때 놓은 불이 아직도 타고 있어서, 저는 냄비 안에 물 좀 넣고 그 나무껍질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음과 속이 식은 재처럼 싸늘하니 망망한 큰 산만 바라보는데, 이때 머리 위에 한 줄기 노란 빛이 비췄습니다. 북쪽으로부터 남쪽으로 향해서 홀연히 지나가는데, 저는 비로소 이제 다시 오체투지 순례 길을 시작할 때인 줄을 알아차렸습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