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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염불은 모든 체면을 내려놓아야 한다

새 책 소개. 고행두타 묘림스님 구도기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3. 1. 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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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하여 확()霍州 이르렀을 때, 하늘에 한바탕 비가 내렸습니다. 저와 제 제자는 길가에서 쉬는데, 먼 곳에서 자전거를 탄 여자가 저를 향해?사부님!?하고 부르면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녀는 저를 향해 이마를 땅바닥에 대고 절하면서 물었습니다.

?사부님! 당신이 방금 오체투지 예배를 하면서 지나오실 때, 염송하신 분이 지장보살이십니까??

저는 그 말을 듣자마자 기이하고 괴상한 느낌이 들어서, 그가 기공氣功을 배운 사람으로 여기고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염송하는 분은 지장보살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습니다.

?제가 당신을 저희 집까지 초청해서 조촐한 공양 한 끼 올리고자 하는데, 당신께서 괜찮으시겠습니까??

제가 대답했습니다.

?안됩니다. 저는 온 몸이 다 몹시 지저분하고, 맨 발에다가 온몸에 맨살이 드러날 정도입니다. 산서山西 지방에는 석탄이 많이 나는데, 길 위에 오체투지 예배를 하는 동안 바람에 불려 날린 석탄 가루가 온몸을 온통 뒤덮었습니다. 게다가 땀까지 나서 정말로 쓰레기보다 더 지저분한 꼴입니다.?

그러나 그 여자는 단지 이마를 조아려 절하고 있을 뿐, 도대체 일어나지를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다만 응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는 몹시 기뻐 춤추는 듯했는데, 보아하니 대략 서른 넘은 나이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앞서 걸었는데, 길은 그 집 과수원을 지났습니다. 그때 그녀가 자기 남편을 부르면서, 삼륜차로 우리들을 태워다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 남편은 대답도 없거니와, 움직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길이 그리 멀지 않으니 걸어서 갑시다.?

그녀가 응낙하여 이렇게 우리는 함께 마을로 들어섰습니다. 정말 큰 마을이었습니다. 그 집은 마을 서쪽에 있었는데, 우리는 동쪽으로부터 들어갔으니, 마을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고는 수군거렸습니다.

?이 여자가 더러운 두 스님을 이끌고 신발도 없이 집에 가네!?

구경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많아져서, 마치 누군가 우리가 온다고 통지해서 모이게 한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제가 겸연쩍을까 염려하여, 제 몸 옆으로 와서는 말씀했습니다.

?사부님, 고개를 드십시오.?

제가 말했습니다.

?저는 여인을 볼 때 고개를 들지 않습니다.?

그녀는 저와 함께 걸어갔는데, 주위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녀의 정력定力이 얼굴빛도 변하지 않을 만큼 대단히 강한 줄을 알았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이야. 체면을 모두 내려놓았어!?

저는 비로소 알아차렸습니다.

?, 이 여인은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내가 지장보살을 염송하는 줄 알다니. 정말 대단한 공부야. 단지 기공을 배우는 여자가 아니야.?

그 집에 들어서자, 그녀는 저와 제 제자를 부처님 계신 곳인 불당으로 안내했습니다. 방 한 칸이 매우 깨끗하고 청정하게 잘 정돈되었는데, 부처님 앞에 정화수를 공양 올렸습니다.

이때 함께 따라온 사람들이 창문 주위에 둘러서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여자 주인은 채소를 사러 갔는데, 제가 곧 주위에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해명을 해주었습니다.

?저희는 스님인데, 저 여자는 부처님을 믿는 신도로서, 저희들을 대접하여 밥 한 끼 공양을 하려는 것입니다.?

그러자 천천히 구경꾼들이 흩어졌습니다. 그녀가 두 가지 나물을 볶아 와서, 우리는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 남편이 돌아와서는 몹시 사납게 소란을 떨었습니다. 부엌문을 쾅하고 세차게 여닫고는, 냄비를 가지고?! ! !!?하고 쳐댔습니다. 집주인은 몹시 불만이었습니다.

이때 저는 조심히 그녀에 무명화無明火가 얼마나 큰지 관찰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끝내 아무것도 듣지 않고 아무것도 보지 않은 것처럼, 어떠한 내색이나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대단한 여자였습니다. 그녀 정력定力은 그토록 강했습니다. 밥을 다 먹은 뒤, 염불당에 가서 그녀가 말했습니다.

?사부님, 저는 현재 비로소 부처님을 뵈옵는 것이 가장 자유자재한 일인 줄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부님. 삼가 여쭙건대, 염불하다가 염불하지 않아도 저절로 염불이 되고, 염불하는 데도 염불함이 없는 때에 이르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합니까??

제가 답했습니다.

?대성통곡하며 눈물이 쏟아지고 빛이 날 때, 부처님께서 당신한테 일러주실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정말로 울었습니다. 빨래한 옷이 마르기를 기다려서,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서서 오체투지 예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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