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기슭에 다다르자, 하늘은 막 어두워지려는데, 먼 데서 표표히 세 바탕 기이한 향기가 날아왔습니다. 저는 성지에 도달한 줄 알아차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비구니가 몇 사발 방편면을 가져왔습니다. 하늘에는 빗방울이 듣기 시작했는데, 우리들은 다리 부근에 기대고 앉아서 비가림 천(비닐 같은 임시 천막ㆍ포대)을 머리 위에 쳤습니다. 막 밥을 먹으려고 준비하는데, 한 사람이 비가림 천막을 열어젖히면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비가 엄청 세차다!?
말소리가 막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말로 막 비가 엄청 쏟아졌습니다. 제가 그분께 물었습니다.
?당신은 무얼 하시는 분입니까??
그는 밥을 얻어먹는 사람이라고 말하기에, 제가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저도 걸식하는 사람인데, 당신이 밥을 달라고 하니, 우리는 다 같은 한 식구군요. 식사하셨습니까??
그가 밥을 먹지 않았다고 말하기에, 제가 말했습니다.
?마침 잘됐네요. 여기 방편면이 있습니다.?
저는 짠 반찬을 꺼내 거기에 펼쳐놓고 함께 면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다 먹자 비도 그쳤습니다. 우리는 큰 길 위에 앉아서, 그분께 성함이 무어냐고 여쭈었습니다. 그가,
?나는 뇌림(捼林: 누오린)이라 불린다.?고 말하기에 제가 대꾸했습니다.
?저는 묘림(墓林: 무린)이라 부르고, 당신은 뇌림이라고 부르니, 우리들은 또 함께 어우러졌네요!?
그가 저한테 뭐하냐고 묻기에, 제가 답했습니다.
?저희는 부처님을 믿는데, 오체투지로 문수보살님께 순례하러 왔습니다.?
제가 그분께 부처님을 믿는지 안 믿는지 묻자, 그가 말했습니다.
?믿지 않아요. 우리 집안엔 부처님 믿는 사람이 너무도 많아서요.?
제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부처님을 믿지 않습니까??
그가 말했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믿어요. 부처님을 믿지 않아요.?
그가 저한테 내일 산비탈을 올라가야 하는데, 어떻게 수레를 끌고 가겠냐고 묻기에, 제가 찬찬히 끌겠다고 말하자, 그가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 수레를 함께 끌어 줄게.?
그래서 제가 좋다고 답했습니다. 그날 밤 우리는 함께 큰 길 위에서 쉬었습니다. 새벽 4시에 하늘이 희끄무레 밝아질 무렵, 우리는 곧 다시 오체투지 예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뇌림이라는 분이 저희 수레를 끌어주었습니다. 오대산 산비탈에 들어서자, 산비탈은 길기도 하고 몹시도 가팔랐습니다.
비탈길을 두 굽이 지나자, 7시가 넘었습니다. 우리는 발우를 꺼내 약간의 오이와 방편면을 요리해서, 세 사람이 함께 먹었습니다. 저는 그가 발에 신고 있는 짚신 발바닥 가운데에 구멍 뚫린 것을 보고, 제 장화 한 켤레를 그분께 선뜻 드렸습니다. 그는 몹시 기뻐하며 신더니, 그 떨어진 신발은 벗어서 길가에 내버렸습니다.
큰길에는 굽이진 곳마다 둥그런 거울이 있어서, 양쪽에서 오는 차가 부딪칠 위험을 방지했는데, 경사는 몹시 가팔랐습니다. 어린 제자가 이렇게 큰 거울을 보고는 매우 신기하여 눈을 둥그렇게 뜨고 거울에 비추어보았습니다.
이 뇌림이란 분은 본래 말을 잘 하지 않았는데, 어린 제자가 거울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고는 말을 했습니다.
?뭘 비춰 봐! 뭘 비춰 봐! 요괴를 비추는 거울인데!?
제가 머리를 쳐들자,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번쩍였습니다.
관도 있고 조도 있어 비로소 내 모습 있네.
관도 없고 조도 없으면 바로 열반이로세.
정말로 한 구절 좋은 요괴를 비춰보는 거울이네. 그래서 한 게송偈頌이 떠올랐습니다.
이 뇌림이란 분은 심상치 않으니,
확실히 문수보살님 오셔서 도와주시는 거야.
밥 먹고 잠자고 수레 끌며 함께 길 왔는데,
비추는 거울 요괴 거울 마음 깨뜨려 사라졌네.
이미 한낮이 되어서, 다시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최후에 마지막 긴 비탈을 예배 마치고 난 뒤에는, 길이 조금 평탄해졌습니다. 그러자 그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나는 먼저 갈래. 오대산에서 보세!?
그래서 제가 수박이 하나 있으니, 같이 먹자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수박을 다 먹고는, 몸을 일으켜서 제 몸 뒤로 걸어갔습니다. 저는 황급히 몸을 돌려 그를 전송하려 했는데, 고개를 돌리는 순간, 곧고 곧은 큰 길만 보일 뿐, 묘길상妙吉祥 문수보살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12. 염불은 모든 체면을 내려놓아야 한다 (3) | 2023.01.22 |
---|---|
13. 목마하 대교서 살 떨어져나가 뼈 드러나다 (1) | 2023.01.22 |
15. 대회진에서 끊임없이 크게 토하다 (0) | 2023.01.22 |
16. 북대北臺 정상에서 세찬 한류를 만나다 (1) | 2023.01.22 |
17. 붉은 얼굴 오리도 부처님께 절하다 (0) | 2023.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