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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록(不可錄) 음욕 경계하는 격언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2. 11. 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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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주차(汪舟次)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악업(惡業: 죄악 행위) 중에 녀색(간음)이 가장 범하기 쉽고, 덕행을 파괴하여 화를 불러들이는 원인도 녀색보다 큰 게 없다. ‘모든 죄악 가운데 간음이 으뜸이다.(萬惡淫爲首)’는 말을 늘상 생각해 본다. 세상에 악업이 끝없이 많은데, 어찌 간음을 으뜸으로 꼽았을까? 그 이유를 곰곰이 궁리해 보았다.
무릇 음란한 생각(淫念)이 한번 싹트면, 모든 나쁜 생각이 한꺼번에 일어난다. 사악한 연분이 아직 이루어지기도 전에, 온갖 환상과 망상이 생겨난다. 또 어떻게 꼬시고 꾀어낼까 궁리하며, 온갖 거짓 기교와 계략을 꾸미는 마음이 생겨난다. 그러다가 조금만 장애가 생겨 순조롭게 풀리지 않으면, 분노와 원한에 마음이 치민다. 욕정이 전도(顚倒)되면 탐욕과 집착이 강해진다. 남에게 예쁜 녀자 있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다 보면, 악독한 질투와 저주에 마음이 싹튼다. 그리고 예쁜 녀자를 서로 차지하거나, 심지어 남에 녀자를 빼앗으려고, 사람을 살해하려는 끔찍한 마음까지 꿈틀거린다.
렴치(廉恥)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인륜 도덕은 완전히 구겨진다. 온갖 죄악이 여기서부터 일어나고, 갖가지 착한 소망과 발원이 이것 때문에 스러진다. 그래서 모든 죄악 가운데 간음이 으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무릇 음탕한 마음이 한번 꿈틀거리면, 비록 반드시 실제 그런 일까지 저지르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이미 이처럼 엄청난 죄를 짓고 악업을 쌓는 게 된다. 하물며, 남들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공공연하게 간음을 행하는 짓이야, 말할 나위조차 있겠는가?
세상에 충실하고 후덕하기 짝이 없는 착한 사람이 후손도 변변치 못하고, 재주 있고 문장이 뛰어난 선비들이 종신토록 실의에 빠져 어렵게 고생하는 것은, 대부분 그 병에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이 병을 고쳐 없애려고 한다면, 처음 생각이 일어날 때, 그 뿌리를 싹둑 잘라내야 마땅하리라.
?태상감응편(太上感應篇)?에서도 “예쁜 녀자(美色)와 사통하다(私美色)”고 표현하지 않고, “다른 예쁜 녀자를 보고 사통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다(見他色美, 起心私之)”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무릇 간음에 마음을 일으키기만 해도, 그 죄악은 이미 감추거나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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