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나 머슴 아내에게는, 더욱 간음을 범하기 쉽다. 이들도 본래는 량민(良民)으로, 다만 먹고살기 어려워 의탁하는 신세인데, 그런 줄은 생각지도 않는다. 가난으로 자신을 팔았으니, 육신을 부려먹으면 되었지, 어찌 정조까지 유린하고 정신까지 어지럽힌단 말인가?
집안을 다스림이 엄숙하지 못하고 집안이 화목하지 못한 것은, 대부분 이 때문이다. 더러 부인(아내)이 질투로 (간음 당한) 하녀를 매질하여 생명을 손상시키고, 더러는 사나운 머슴(간음 당한 하녀 남편)이 이를 갈며 주인을 물어뜯기도 한다. 더러는 주인집 부자(父子)가 멋도 모르고 한 녀자를 간음하기도 하고, 더러는 형제가 서로 교대로 동침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한 핏줄에 같은 골육이 천인(賤人)으로 전락한 경우(주인이 하녀를 건드려 낳은 딸이 어머니 신분에 따라 하녀가 되는 경우), 나중 놈(주인 아들)이 사정을 잘 모르고 가까이 하거나 건드리기도 한다. 그러면 겉으로 명분은 주인과 하녀 관계지만, 사실은 이복(異腹: 배 다른, 어머니가 다른) 오누이 사이가 된다. 풍기 문란과 패륜 행위를 어떻게 차마 말할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