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은 피살자 한 사람을 해치는 데 그치지만, 남을 간음하면 그 해독은 몇 세대에 미친다. 단지 간음 당한 녀자 남편(또는 부모)만, 규방이 정숙하지 못하다는 불명예로 종신토록 남을 대할 수 없는 게 아니다. 위로는 시부모와 친정 부모부터 아래로는 자녀에 이르기까지, 수치로 눈살을 찌푸리고 가슴 속 깊이 남 모르는 마음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 더욱이 남편이 노하여 간음한 아내를 죽이기도 하고, 아버지가 분하여 간음 당한 딸을 독살하기도 한다. 심지어 그로 말미암아 그 자식들까지 몰살시켜, 집안에 대(제사)마저 끊겨버리는 경우도 있다. 한 순간 오락으로 얻는 게 얼마나 된다고, 여염집(良家) 부녀자나 처녀를 까닭 없이 불구덩이 속으로 밀쳐 넣는단 말인가? 무형 중에 그윽한 과보가 뚜렷이 나타남은 물론이지만, 이 마음 어찌 그리도 모질고 잔인하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