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여의고 과부로 절개를 지킴은, 본시 한 점 올곧은 마음(一點貞心)인지라, 귀신도 흠모하고 공경한다. 그런데 이제 눈짓(윙크)하고 추파( 秋波) 던져, 수절하던 마음을 한번 움직이게 만들면, 더 이상 스스로 지탱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힘들여 지킨 절개를 한순간에 모두 잃게 된다. 이보다 더 크고 막심한 죄악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숙한 규수(閨秀: 규방 처녀)에 정조를 짓밟고 빼앗으면, 추문(醜聞: 지저분하고 수치스런 소문)이 널리 퍼져나가, 남들에 손가락질과 버림을 받기 마련이다. 설사 다른 사람이 아내로 데려간다고 할지라도, 왕왕 그 사실이 탄로(綻露: 실밥이 터져 속살이 드러남)하여 시집에서 쫓겨나 친정으로 되돌아오곤 한다. 그러면 부모형제는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 그 때문에 분노가 크게 치솟아 죽는 사람도 있고, 울화병에 건강을 크게 해치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 무슨 원한과 감정이 있다고, 이처럼 남도 해치고 자기도 해치는 엄청난 짓을 저지른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