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승결의론(一乘決疑論) 설
“무간지옥의 업보를 자초하지 않고 싶거든, 여래의 정법 수레바퀴를 비방하지 말지어다[欲得不招無間業, 莫謗如來正法輪].” 이는 고승대덕께서 대자비심에서 눈물을 흘리며 창자가 저미듯 설하신 법어입니다. 진실로 우리 석가모니여래께서는 중생들을 위하기 때문에, 무량겁 동안 이 법을 닦아 증득하시느라, 행하기 어려운 일체의 정법 수행에 정진하시면서, 사랑하는 나라와 처자식은 물론 자신의 머리·눈·뇌·골수까지 희사하시기를 몇 천만억 번이나 되풀이하셨는지 모릅니다. 불도가 이루어진 다음에도 대자비의 평등심으로 실단(悉壇)57)의 리치에 따라 부연 설법하셨습니다.
[실단(悉壇): 성취(成就)의 뜻, 부처님께서 중생을 성취시키는 방편의 도(道)라는 뜻으로, 12부경과 8만4천 법문 일체가 포섭됨. 그래서 ‘종(宗)’이나 ‘리(理)’로 해석하기도 하며, 남악(南岳)은 ‘실(悉)’은 한문으로 ‘모두, 다’의 뜻이고, ‘단(壇)’은 ‘단나(壇那)’의 약어로 보시의 뜻이라고 보아, 부처님께서 중생들한테 널리 죄다 베풀어 주는 것으로 해석했음.]
그래서 한 구절 한 글자가 모두 무명의 긴 밤을 밝히는 보배로운 횃불이자, 생사의 고해를 건네주는 자비로운 배입니다. 무릇 생명이 있는 자라면 누가 그 이익을 받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뭇 사람(諸子)이 의통(依通)58)의 식견 따위로 말 나오는 대로 욕하고 비방하여, 정법의 광명을 뒤덮고 장래의 안목을 해치면서 중생들을 의심케 하고 잘못 인도하니, 그 죄악이 결코 소소(小小)하지 않습니다.
[의통(依通): 다섯 가지 통력(通力)의 하나. 첫째, 중도실상의 리치를 증오하여 얻는 도통(道通)으로 보살에 해당. 둘째, 심신(心神)을 응집하여 선정 수행으로 얻는 신통(神通)이며 아라한에 해당. 셋째, 단약(丹藥)이나 부적·주술에 의지해 얻는 의통(依通)으로 신선에 해당. 넷째, 숙세의 선근 과보로 저절로 얻는 보통(報通 또는 業通)으로 천룡팔부(天龍八部)에 해당. 다섯째, 요괴한 정령의 힘으로 얻는 요통(妖通)이고 늙은 여우나 고목의 정령에 해당.]
그런데도 죄가 없다고 지껄여대니, 어찌 그 말이 사실이겠습니까? 이에 일승(一乘)의 리치로 뭇 대중의 의심을 시원히 풀어 버리니, 광명정대하고 솔직 통쾌함이 이루 말할 데 없습니다. 미혹의 구름을 불어 깨끗이 일소하고 부처의 햇빛을 비추어 광명을 되찾으니, 진실로 법문을 수호하는 장대하고 견고한 철옹성[金城湯池: 황금성 바깥 둘레에 끓는 물 연못을 에워싼 요새]입니다. 이쯤 되면 뭇 대중은 과연 천안이 이미 통하고 법집을 이미 잊어버려, 스스로 마음 속 깊이 수희찬탄이 생길 것입니다. 설사 법집을 잊지 못하고 천안을 통하지 못했다손 치더라도, 틀림없이 수승한 이익을 단박에 얻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므로 이 ‘일승결의론’의 작성은 단지 법문에만 보탬이 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뭇 대중들한테도 보탬이 됩니다. 또 단지 뭇 대중들한테만 보탬이 되는 게 아니라, 천하 후세의 공부하는 사람들 모두한테도 크게 보탬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곧바로 유통시켜 널리 법보시하기를 권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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