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조각 여사에 대한 답신 2
조각(朝覺) 여사 보시오.
15일 편지를 받고 서씨 노부인의 병이 크게 호전된 것을 알았소. 무릇 죽음에 임박한 사람의 정신의식이 혼미한 경우, 대비주(大悲呪)를 염송하여 관음보살의 자비력을 가피 받은 물[大悲水]이나 향잿물[大悲香灰水]이나 쌀뜨물[大悲米水]을 마시게 하면, 모두 밝게 정신을 되찾을 수 있다오. 또 주위에서 념불로 도와 주면, 본인 스스로 념불하면서 갈 수가 있소. 최근 일이 년 사이에 벌써 세 사람이나 그렇게 하였다오.
념불공부로 금생에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반드시 지성으로 간절히 늘 염송해야 하오. 그러나 단지 내생의 착한 뿌리만 심기로 한다면, 비록 장난이나 억지로 한 번 념불한 것도, 후세에 반드시 수행할 수 있도록 착한 인연의 싹을 틔우게 되지요. 사실 옛 사람들이 사찰이나 탑을 크게 세운 것도 알고 보면, 모든 사람들이 이들을 한 번 쳐다본 인연 공덕으로 착한 뿌리를 심게 되길 바랐던 마음에서라오. 이 한 구절의 념불 소리가 제8식인 아뢰야식(阿賴耶識)의 터전 가운데 심어져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세상에 살아 계실 때 어떤 노인이 부처님께 귀의하여 출가 수행하려 했다오. 그런데 오백 명의 성중(聖衆: 아라한과를 증득한 부처님의 성문 제자들)이 혜안(慧眼)으로 그 노인을 살펴보니 8만 겁(劫) 동안 어떠한 착한 뿌리도 심은 것이 없길래, 출가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긴 뒤 그를 받아주지 않고 돌려보냈다오. 그래 그 노인이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의 바깥에서 크게 소리내어 울었소. 이 소리를 들은 부처님께서 그를 불러들여 설법해 주시니, 그도 곧 아라한과를 증득했다오. 당연히 오백 성중은 어찌된 까닭인지 어리둥절하여 부처님께 여쭈었소. 이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오.
“이 사람은 무량겁 이전에 호랑이에게 쫓기다가 급한 김에 나무 위로 기어올랐는데, 그때 엉겹결에 ‘나무불(南無佛)’ 한 구절 염송한 공덕으로 지금 나를 만나 도(道)를 증득한 것이다. 너희들 성문 대중의 도안(道眼)으로 알아볼 수 있는 인연이 결코 아니란다.”
이걸 보면 스스로 념불하기만 하면 정말로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소. 그러나 본인이 념불하려고 하지 않는 경우에도, 그 사람에게 념불 소리를 듣게 해 주기만 하면 역시 착한 뿌리를 심게 된다오. 오랫동안 계속해서 들으면 그 공덕은 정말 커지오.
무석(無錫) 지방에 요즘 념불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오. 어떤 사람이 채식 요리를 잘하여, 7일 간의 념불법회[佛七]를 열 때마다 으레이 그를 불러다가 요리를 시켰지요. 그래 그 사람이 매일같이 념불 소리를 귀에 박히도록 들었는데, 나중에 그의 아들이 금방 죽게 되자,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거요.
“아무래도 제가 죽을 것 같은데, 공덕이 없어 좋은 데도 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아버지께서 아버지의 부처님을 저에게 좀 주시면, 제가 곧 좋은 데로 갈 수 있겠습니다.”
그러자 그 아버지가 대답하였소.
“나는 념불도 하지 않는 사람인데, 어디에 부처님이 있겠냐?”
아들이 다시 말했다오.
“아버지의 부처님은 많기도 매우 많습니다. 아버지께서 단지 ‘그러마’고 한 마디만 말씀하시면, 저는 곧 좋은 데로 갈 수 있는 걸요.”
그러자 아버지가 응락했다오.
“그렇다면 네가 필요한 만큼 부처님을 가져 가거라.”
그리고 나서 그 아들이 죽었다오.
자신은 본디 념불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부처님이 있겠느냐고 말하지만, 아는 사람이 보면 다르오. 요리할 때 부엌이 념불하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날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념불하는 소리를 늘상 듣기 때문에, 그 공덕만도 그만큼 매우 크다는 거요. 이는 무심코 듣는 사람의 이야기인데, 만약 유심히 듣는다면 그 공덕이 얼마나 더 크겠소? 독경 소리 같으면 구절이 반복되지 않기 때문에, 한 글자 한 글자 분명히 알아 들을 수는 없지요. 설사 유심히 듣는다고 하더라도 뚜렷하기 어려울 텐데, 하물며 무심코 귓가에 스치는 독경 소리를 얼마나 알아 듣겠소? 그래서 념불의 공덕이 특히 뛰어나다고 하는 거라오.
당도용 여사에 대한 답신 (0) | 2023.01.06 |
---|---|
장조각(張朝覺) 여사에 대한 답신 1 (0) | 2023.01.06 |
곽혜융 거사에 대한 답신 (2) | 2023.01.06 |
혜화 거사에 대한 답신 (0) | 2023.01.06 |
명성 대사에 대한 답신 (0) | 2023.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