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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조각(張朝覺) 여사에 대한 답신 1

의심끊고 염불하세. 인광대사 편지설법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3. 1. 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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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조각(張朝覺) 여사에 대한 답신 1

 

 

조각(朝覺) 여사 보시오.

()씨 노부인이 향잿물[香灰水]을 마시고 위독한 병세가 다소 안정될 기미를 보인다니, 이는 그 가족들의 정성스런 마음이 가져온 감응이리다. 하덕목(何德牧) 거사가 시()나 말하기 좋아하고 념불에 마음 쏟지 않는 것은, 업장의 힘에 이끌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하찮은지 모르기 때문이오. 가령 어린애에게 동전을 주면 좋아하며 받겠지만, 만약 마니보주(摩尼寶珠)를 준다면 그게 뭔지도 모르기 때문에 받지도 않을 것이오.

거지가 남의 돈 몇 푼을 속여 빼앗기 위해서라도, 념불을 하기만 하면 몹시 커다란 착한 뿌리[善根]를 심는다는 거 아닌가요? ()나라 광서(光緖: 마지막 황제의 연호) 18(1892) 내가 북경 부성문(阜城門) 밖의 원광사(圓廣寺)에 묵을 때였소. 하루는 한 스님과 함께 절의 서쪽 바깥에서 절로 되돌아가는데, 열댓 살 남짓 된 한 거지 아이가 별로 굶주린 낯빛도 아닌데 동냥을 달라고 계속 뒤따라오는 거였소.

그래서 내가 념불 한 번 하면 1()을 주겠다고 제안했다오. 그러나 그가 념불하지 않기에 내가 다시 념불 열 번 하면 10전을 주겠노라고 말했지요. 그래도 념불하지 않기에, 내가 대략 4백전 남짓 들어 있는 돈주머니를 꺼내어 그에게 보여 주면서 이렇게 말했소.

네가 념불 한 번 하면 1전을 주마. 그리고 네가 계속 념불하기만 한다면, 이 돈주머니의 돈이 바닥날 때까지 1전씩 더 주마.”

그런데도 이 거지는 안타깝게 여전히 념불을 하지 않는 거요. 그래서 내가 끝내 울음이 터져 나오길래, 그냥 1전짜리 하나 내던져 주고 떠났소. 이 거지 아이는 정말로 착한 뿌리라곤 털끝만큼도 없었던 게요. 돈을 동냥하기 위해서조차도 념불을 하려 하지는 않았으니 말이오. 그 거지가 정말 착한 마음으로 념불을 했다면 매우 큰 이익을 얻었을 것이며, 설사 돈 몇 푼 동냥 얻기 위해서라도 념불만 했다면 역시 커다란 착한 뿌리를 심었을 것이오.

나는 예전에는 대비주(大悲呪)를 지송(持誦)하지 않았소. 그러다가 민국(民國) 21(1932) 소주(蘇州)의 보국사(報國寺)에서 폐관(閉關: 結制, 安居)할 때였소. 오항손(吳恒蓀) 거사는 그때 북경에 있었는데, 그의 어머니 병세가 갑자가 위독해지자, 그의 아내가 급히 북경에 전보를 쳐서 그에게 돌아오라고 알린 뒤, 사람을 보국사에 보내어 나한테 대비주를 염송하여 관세음보살 자비 감로를 가피 받은 대비수(大悲水)를 마련해 달라고 간청하는 것이었소.

이에 내가 대비주를 세 번 염송한 뒤 가지고 가게 했는데, 그 물을 마시고 금방 위급한 숨을 돌리고 안정되었다는 거요. 그래서 항손이 안절부절 할까봐 다시 급히 전보를 쳐서, 병세가 더 이상 위급하지 않게 되었으니 돌아올 필요가 없다고 알렸다오.

그런데 또 그의 아홉 살 난 어린애가 태어난 지 두 달도 채 못 되어 온몸에 작은 종기가 돋기 시작했다오. 봄철만 되면 유난히 더욱 극성을 부리는데, 해가 갈수록 끊이지 않고 되풀이하며, 아무리 약을 써도 별 효험이 없었다는 게요. 그래서 다시 대비수(大悲水)를 간청하길래 해 주었더니, 마시고 또 금방 나았다오.

이렇게 하여 금세 소문이 퍼지고, 사람들이 계속 대비수를 청해 와 매일 몇 번씩 대비주를 염송하게 되었소. 나중에는 요청하는 사람들이 하도 많길래, 큰 그릇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소. 그러다가 재작년에 령암사(靈岩寺)로 피난 왔는데, 주지가 대비수를 계속 가피해 주어야 하겠다고 말해요. 그래 내가 지금은 병을 살 수도 없고, 또한 병 살 돈도 없으니 쌀로 대신합시다고 대답했다오.

향재(香灰)는 전에 보국사에서도 함께 썼소. 먼 길에 물은 부칠 수 없어도, 향의 재는 전혀 구애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오. 물론 가까운 곳이라면 재를 쓰지 아니하오.

무석(無錫)에 아주 나쁜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일찍이 원세개(袁世凱) 총통 아래서 친위병을 하면서 성질이 아주 못되게 길든 모양이오. 술 마시고 노름하며 온갖 나쁜 짓은 다 했는데, 담배 인도 몹시 심하게 박였다오. 나이 쉰일곱, 여덟이 되어 금방 밥도 굶을 형편에 눈마저 보이지 않게 되었다지 뭐요.

마침 그의 형이 죽자, 진효로가 조문 간 길에 그가 몹시 고생하는 걸 보고, 아주 적극적으로 그를 훈계하고 타일렀다오. 그래서 그가 그 날로 술 담배와 고기를 완전히 끊고 매일같이 늘 념불하기 시작했는데, 눈도 금세 다시 좋아지고 완전히 새 사람으로 탈바꿈한 거요. 그 뒤 념불을 적극 제창하고 나섰는데, 동네 사람들이 모두 그를 무서워하여 감히 가까이 할 엄두도 안 냈다오.

그러던 중 학질(말라리아)이 크게 번졌는데, 이 사람이 이 학질 처방으로 동네 환자들을 하나하나 치료해 주어 모두 나았다오. 그때부터 사람들이 모두 그를 따르고 의지하게 되었소. 그래서 지난 4월에는 그가 여나믄 명을 직접 데리고 와서 귀의하기도 하였는데, 과연 어엿하고 노숙한 한 재가 수행인이 되어 있었소. 이 사람 성씨는 화()이고 이름은 관천(貫千)인데, 나이가 이미 예순너댓 살이나 되었다오. 이 사람 같으면 정말 용감하게 개과천선했다고 말할 수 있겠소.

이번에 향재(香灰) 한 포를 함께 부치니, 이웃 사람들한테 필요한 경우에 쓰기 바라오.  학생수양덕목 5권을 보내니, 어린애들에게 읽게 하시오. 상례 제례 때 알아야 할 사항[喪祭須知] 2권 보내오. 그대의 시부모와 고모, 하덕목의 어머니, 그리고 서씨 노부인들이 모두 연로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일이 닥치면 이 책으로 인연 따라 잘 일깨우고 이끌어 주라는 뜻이오. 절대로 세속의 풍습에 따라, 부모나 친지에게 죄악과 허물만 덧보태 주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는 못하게 하시오.

요즘 세상은 옛날 예법이 모두 스러지고 없어서, 상중(喪中)에도 술과 고기를 먹고 심지어 노래 부르고 춤까지 추니, 정말 체통이 말이 아니오. 듣건대, 어떤 상인 한 사람은 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대렴(大殮) 때 큰 효자 노릇 한답시고, 찾아온 조문객과 함께 술 마시고 소란스럽게 주먹질하며 즐겼다는구려. 그 마음이 이미 다 죽고 없는 게지요. 만에 하나 타고난 착한 성품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결코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외다. 정말로 인간 짐승이 다 된 거지요. 하지만 토끼가 죽으면 여우가 슬퍼한다[兎死狐悲]는 속담도 있지 않소? 그들은 오히려 이런 짐승만도 못한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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