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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 거사에 대한 답신

의심끊고 염불하세. 인광대사 편지설법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3. 1. 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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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慧華) 거사에 대한 답신

 

 

혜화(慧華) 보시오.

보내온 편지는 잘 받았소.

지금 온 나라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민생은 불안하기 짝이 없소. 사납고 거친 자들을 제거하고 선량한 백성을 편안히 보호하며 지방의 치안을 유지한다는 정성스런 마음만 지닌다면, 군대 경찰의 일[軍事]도 곧바로 부처님 일[佛事]이며, 자신에게나 남에게 모두 크게 유익하게 되오. 나아가 모름지기 이러한 뜻을 다른 부하 군인들에게도 단단히 타일러, 남들을 자신처럼 여기고 안락하게 해 주려 생각하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오. 남의 어려움과 슬픔을 보면 마치 자신의 어려움과 슬픔처럼 여기고, 남의 부모를 자기 부모처럼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으며, 남의 아내와 딸들을 보면 자기 아내와 딸들처럼 생각하여 조금도 삿된 생각[邪念]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오.

인생이 세상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야 수십 년에 지나지 않소. 만약 자기 멋대로 함부로 행동하면, 영겁(永劫)토록 다시는 사람 몸을 받을 수가 없으리다. 또한 항상 관세음보살 성호를 염송하여 보살의 그윽한 보우(保祐)를 빌어야 할 것이오. 군인이 정말로 늘 착한 마음을 품고, 노략질이나 간음 따위의 나쁜 짓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게다가 늘 관세음보살을 염송한다면, 설령 수풀처럼 빽빽한 포탄 사이와 빗발치는 총알 속에 들어간다고 할지라도, 큰 위험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오. 만약 노략질이나 간음 따위의 나쁜 짓을 서슴지 않는다면, 보살의 가피를 받기는 분명히 어려우리다. 이를 모든 형제 장병들에게 말해 주기 바라오.

이번에 정토십요(淨土十要)73) 세 부를 보내니, 한 부는 그대가 보존하고 나머지 두 부는 믿음이 두텁고 문리(文理)가 트인 사람 가운데 경전을 공경스럽게 대할 이에게 보시하기 바라오.

[정토십요(淨土十要): 명말(明末청초(淸初)에 우익 지욱(藕益智旭) 스님이 편집한 열 가지 중요한 념불정토 법문.]

이 책은 정토 법문(淨土法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책이라오. 내가 쓴 서문을 보면 저절로 알 것이오.

그대가 이미 믿음을 가졌다면 내 문초를 바탕으로 수행해 나가면 되오. 문초가 혹시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정토십요는 여러 부처님과 조사(祖師)들이 일제히 찬탄하고 널리 선양한 법문들이니, 마땅히 믿고 따라 실행할 수 있으리다. 마치 충신이 현명한 성왕(聖王)의 명령을 받들어 행하고, 효자가 자애로운 어버이의 유언을 받들어 지키는 듯한 마음으로 대하여야 하오. 행여라도 색다른 법문을 보거나 듣고 그리로 옮겨갈 생각일랑 품어서는 절대 안 되오.

지금 세상에는 거창한 말로 중생들을 속이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소. 단지 오직 아름다운 아내와 예쁜 첩에 연연할 뿐만 아니라, 술과 고기를 실컷 먹고 쾌락을 맘껏 누리면서, 방자하고 거리낌없는 말투로 자기가 무슨 보살의 화신으로 내려와 크게 도통한 위인이라고 자처하는 게요. 게다가 채식하면서 계률을 엄하게 지키는 수행인들을 소승(小乘)이라고 헐뜯으며, 도처에서 미친 듯이 날뛰는 망언(妄言)과 사견(邪見), 정말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 주기 어려울 정도라오. 이러한 말들이 현허(玄虛)하고 기묘하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어리석은 대중이 맹목적으로 따르며 부화뇌동(附和雷同)하기까지 하니, 정말로 소경이 장님을 이끌고 함께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 가는 격이 아닐 수 없소. 그러니 어찌 슬프지 않겠소? 그대는 지혜롭게 살펴, 혹시라도 그들에게 미혹되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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