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혜융(郭慧融) 거사에 대한 답신
혜융(慧融) 거사 보시오.
지금 서양에는 전쟁이 치열한 모양인데, 만약 금방 끝나지 않는다면, 중국에까지 번져올까 걱정되오. 동서양 여러 나라가 국력의 강약이 서로 다르지만, 전쟁으로 받는 피해는 정말 모두 똑같소이다. 전쟁에 진 나라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겨서 당장 이익을 보는 나라도 실은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오.
남에게 피살된 사람이 불쌍할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일부러 사람 죽이기를 일삼는 자들은 더욱 불쌍하기 짝이 없다오. 그들은 우선 눈앞만 쳐다보기 때문에 전쟁에 이긴 나라가 이익을 보는 것 같지요. 그러나 그들이 내생과 후세에 받을 과보까지 합쳐서 전체로 살펴본다면, 사람을 죽인 자는 피살된 사람보다 그 고통이 만 배나 훨씬 넘는다오. 안타깝게도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러한 리치에 깜깜할 뿐이라오.
강소성(江蘇省)-->[산서성(山西省)]의 청량산(淸凉山: 오대산(五臺山의 별칭) 역사를 기록한 「청량산지(淸凉山志)」에는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소.
수(隋)나라 때 대주(代州)에 조량상(趙良相)이라는 대갑부가 있었다오. 두 아들을 낳아 큰애는 영(盈)이라고 이름 짓고 작은애는 맹(孟)이라고 불렀는데, 영은 강하고 맹은 아주 약했소. 그가 죽을 때 가산(家産)을 둘로 나누어 주었는데, 맹에게 나은 몫을 주었소. 그런데 아버지가 죽자, 큰아들 영이 맹의 가산까지 독차지하고, 맹에게는 집과 텃밭만 주었소. 그래서 맹은 품팔이로 겨우 살아갈 정도였다오.
그런데 머지않아 영이 죽어 아우 집의 아들로 태어나 환(環)이라 불렀는데, 또 얼마 안 되어 맹도 죽어 형 집의 손자로 태어나 선(先)이라고 불렀소. 환은 영의 집안에서 머슴살이를 하였는데, 한 번은 선이 오대산(五臺山)에 행차하면서 환에게 자기를 따라 시중들도록 분부했지요. 환은 큰아버지가 자기 집안 재산을 모두 독차지한 일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손자인 선을 죽이려고 벼르던 참에, 마침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소.
행차가 오대산의 어느 외진 곳에 이르렀을 때, 환은 숨겨 두었던 칼을 갑자기 꺼내 들고 선을 위협했소.
“너의 할아버지가 우리 가산을 모두 독차지하여, 우리는 집안 대대로 몹시 곤궁하다. 그러니 나는 지금 너를 죽여 집안의 원한을 풀어야겠다.”
선이 깜짝 놀라 부랴부랴 달아나자, 환이 그 뒤를 쫓아갔소. 그러다 마침 어느 초가집으로 들어갔는데, 한 늙은 스님이 나와 말리는 거였소.
“이곳에서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면 안 되오.”
그러자 환이 자기는 원수를 죽이려고 할 따름이라고 대답했다오. 이 말을 들은 늙은 스님이 두 사람을 자리에 앉히고 나서, 차 한 잔씩을 따라 주며 마시게 했어요. 어찌된 일인지, 두 사람이 차를 받아 마시고 나더니, 모두가 금방 전생의 일을 훤히 알아보고는 서로 통곡을 하는 거였소. 마침내 두 사람 모두 그 산속에서 출가하였다오.
만약 지금 전쟁하는 나라들이 모두 전생과 후세의 일을 알아본다면, 그래도 오로지 살육을 자행하여 강대국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들겠소?
산사의 문은 리치상 세 문을 세워야 할 것이오. 삼해탈문(三解脫門)이 바로 그것인데, 한 문으로 세 가지 뜻을 함께 지니는 것이오. 첫째는 공해탈문(空解脫門)이고, 둘째는 무상해탈문(無相解脫門)이며, 셋째는 무원해탈무(無願解脫門)이오. 이 삼해탈문을 거쳐 곧장 녈반의 대웅보전에 들어가게 되오. 공(空)하기 때문에 무상(無相)이고, 무상하기 때문에 무원이라오. 모든 법은 그 본체가 바로 텅 빈 공이오. 공은 이름 붙일 수 없으므로 형상이 없는 무상이고, 형상이 없기 때문에 없다는 공에 집착하거나 있다는 유(有)에 집착하려는 마음이 없게 되는 거요.
어제 그대가 있는 감숙성(甘肅省)의 불교회로부터 항공서신을 받고 나서, 감숙 지방의 가뭄이 섬서(陝西) 지방과 별로 다르지 않은 걸 알게 되어, 몹시 마음 아프기 짝이 없소. 그대 불교회가 21일 간의 기우법회(祈雨法會)를 이미 마쳤는데도 아직 비 소식이 없다고 하면서, 위혜자(魏慧滋) 거사가 령암산(靈岩山) 스님들의 지원을 요청하더군요. 령암산 스님들이 진실한 수행자이기 때문에 감응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모양이오. 그러나 가뭄 재해의 상황이 워낙 막대하여, 스님들이 특별히 마음을 다해 기도해 드릴 수는 있지만, 흡족한 비가 내릴 수 있는지는 미리 장담할 수가 없구려.
내가 항공서신을 받은 즉시 령암사에 편지를 써서, 스님 스무 분께 7일 동안 관세음보살 성호를 염송하여 모든 가뭄 지역에 두루 단비가 내리도록 회향 기도해 달라고 요청하였소. 스무 분의 7일 념불법회에는 통상 2백 원이 드는데, 내가 그대의 불교회를 대신하여 지출하였으니, 별도로 송금할 필요는 없소이다. 단지 그대의 불교회는 현지의 주민들에게 널리 이 사실을 알리고, 주민 모두가 함께 ‘나무 관세음보살’ 성호를 지성으로 염송하도록 협력해 주기만 바라오. 특별히 무슨 법회의식을 갖출 필요는 없소. 다만 보살 성호를 염송하는 공덕으로, 산과 강의 신령님들이 위력과 복덕을 크게 얻고, 주변의 모든 외로운 영혼들이 극락 왕생하도록 회향 기도하면, 가장 바람직스럽겠소. 혹시라도 신령님들께 제사를 올리는 경우에는 절대로 고기를 써서는 안 되오. 모든 일마다 정성과 공경이 가장 중요한 근본이며, 남들 보기 좋은 의식에 겉치레할 필요는 없소.
말세에 불법을 배울 때 치중해야 할 것은 인과법칙을 알고 정토 법문을 닦는 일이오. 인과법칙을 알면, 감히 자기를 속이면서 남을 속이고, 나아가 하늘을 거스르고 섭리를 어기며, 남에게 손해를 입히고 자기의 잇속만 챙기는 짓은 안 할 것이오. 또 정토 법문을 닦으면, 비록 평범한 지아비와 아낙이라 할지라도, 부처님 자비 가피력에 기대어 극락 왕생할 수 있기 때문이오.
그 밖의 다른 법문들은 모두 번뇌가 완전히 끊어져야 바야흐로 생사 륜회를 끝마칠 수 있다오. 그렇지 못하면 설령 확철대오하여 제아무리 위대한 지혜와 말 재주를 얻는다 할지라도, 과거가 흘러갈 대로 흘러가고 미래가 다가올 대로 다가오도록 생사 륜회를 벗어날 기약이 없소. 하물며 번뇌망상에 가득 찬 범부들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소? 명심하기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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