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개생(開生)·녕생(寧生) 형제 보시오 1

의심끊고 염불하세. 인광대사 편지설법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3. 1. 6. 18:17

본문

개생(開生녕생(寧生) 형제 보시오 1

 

 

어제 그대들의 편지를 받고 아버님의 병환이 몹시 위독한 줄 알게 되었소. 그러나 세속의 어리석은 마음으로 헛된 생각을 해서는 결코 안 되며, 마땅히 불법에 따라 아버님을 위해 나무 아미타불을 염송해 드려 자식으로서 조력을 다해야 하오. 수명이 이미 다했다면 빨리 아미타불의 자비광명 가피력을 입어 극락 왕생의 길에 순조롭게 오르고, 아직 수명이 다하지 않았다면 한시 바삐 쾌유하도록 회향 기도하는 것이오.

그대 아버님은 이미 70세가 넘으셨고 세상 또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시대인지라, 정말로 전 가족이 모두 일심으로 념불하여 부처님의 끌어올려 주심[接引]을 기도할 일이외다. 만약 세간 수명이 다하지 않았으면, 념불 조력[助念]의 공덕으로 쾌유할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단지 병이 낫기만을 바라고 극락 왕생을 기도하지 않아서는 결코 안 되오. 만일 수명이 다한 상태라면, 정말 일생에서 가장 중대한 일을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이오.

그대들이 아버님을 위해 한 마음으로 념불 조력하면서, 당신도 념불할 수 있으면 따라서 하되, 할 수 없으면 그대들의 념불 소리를 한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듣도록 하시오. 요긴한 일들은 일찌감치 다 물어 확인해 두고, 그밖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항은 일절 언급하지 마시오.

만약 정성스럽고 간절한 거사가 있거든, 몇 사람 청하여 그대들과 함께 조를 짜서 번갈아 가며 끊임없이 념불 조력을 하면 더욱 좋겠소. 숨이 끊어진 후에도 마찬가지로 계속 념불하여 3시간은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오.

또 아직 수명이 다하기 전이나 막 숨이 끊어진 직후에, 몸을 씻기고 옷을 갈아 입히며 슬퍼하거나 통곡해서는 결코 안 되오. 이러한 행위는 모두 그 분을 바닷속으로 밀쳐넣는 짓이기 때문이오. 세간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행위를 효도로 잘못 알고 있지만, 림종 순간의 바른 생각[正念]을 파괴하여 극락 왕생하지 못하고 도리어 타락하도록 만들기에, 그 죄가 부모를 직접 살해하는 것과 같이 중대하니, 이는 특별히 명심하고 지켜야 할 아주 요긴한 사항이오.

령암사(靈巖寺)에서 오늘 바로 스님 열 분을 모셔 7일간 념불기도에 들어가는데, 소요 자금이 1백 원인 모양이오. 또 나무판으로 위패(位牌)를 만들어 항구적으로 불당 안에 모시고 장기간 념불해 드리면 그 이익이 막대한데, 동참보시금이 50원이라고 하오. 도합 150원을 우체국에 가서 영암사 묘진(妙眞) 스님께 직접 송금하면 되겠소. 7일간 념불기도도 부처님의 끌어올려 주심[接引]을 기원하는 것인데, 만약 수명이 다하지 않았으면 반드시 쾌유할 수 있도록 큰 힘이 될 것이오.

그대들이 자신의 수명을 덜어 아버님의 수명을 늘리고 싶어하는 소원에 대해서 나는 반대하오. 왜냐하면 이렇게 고령에다가 혼란스러운 세상인데, 앞으로 뒷일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소. 마땅히 하루빨리 극락 왕생하여, 뒷날이 혹시 지금만도 못해지고 념불 조력하기조차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외다.

이번에 대비향재(大悲香灰)를 약간 보내니, 물에 타서 맑게 가라앉힌 다음 그 물을 따라 마시게 하오. 설사 돌아가신다고 해도 정신의식[神識]이 맑고 또렷하여 바른 생각[正念]으로 왕생하실 것이며, 만약 돌아가시지 않는다면 속히 쾌유하실 것이오.

돌아가신 후에는 혹시라도 사방으로 부고(訃告)하여 친지들의 조문을 떠들썩하게 불러 모으는 일은 절대 하지 마시오. 설사 아주 가까운 친척들이 찾아온다고 할지라도, 반드시 채식만으로 대접할 것이며, 술과 고기는 전혀 사용하지 마시오. 장례 기간에 귀신께 올리는 제사나 손님 접대도 전부 채식만 쓰도록 하시오.

상중(喪中)에 술과 고기를 쓰지 않는 것은, 우리 불교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유가의 옛날 예법에서도 지켰다오. 황태자가 상중에 몰래 술을 마시면 사관(史官)은 반드시 그 사실을 기록하여 후세 역사에 전했소. 지금 세상에는 예법이 모두 황폐해져 상중에도 음악과 가무를 벌이고74) 산 짐승을 잡아 체면 차리는 게 보통이오.

[지금도 대만(臺灣)에서는 장례식 때 악대를 고용하여 음악을 연주하고, 심지어 가무까지 동원하는 일이 적지 않은 걸, 필자도 유학시절에 목격하였음.]

그러나 그대들은 절대로 이러한 극악무도를 본받지 마시오.

또 돌아가신 분의 행장(行狀)을 짓거나 유명한 사람의 찬사를 청해 이를 인쇄하여 친지들에게 배포하는 일은 몹시 무례한 짓이오. 더구나 어버이의 초상(사진)까지 인쇄하면, 사람들이 일단 받았다가 한번 쳐다보고 쓰레기통에 내버리기 십상이니, 그 모독의 죄악은 얼마나 큰 지 알 수 없소.

그대들이 아버님을 영예스럽게 해드리려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한 순간 한 순간 자신의 마음과 생각과 행동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잠시라도 불보살과 천지신명께 떳떳하지 못한 생각은 감히 품지 않아야 하오. 종신토록 이렇게만 한다면, 그것이 바로 부모를 존경하는 대효도라오. 그렇지 않고 착하지 못한 일을 하면, 사람들이 반드시 그대 아버님이 덕이 없어 이러한 불초 자식을 두었다고 비방할 것이오. 그래서 사람이 자중자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라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