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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손 거사에 대한 답신

의심끊고 염불하세. 인광대사 편지설법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3. 1. 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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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손(華蓀) 거사에 대한 답신

 

 

화손(華蓀) 거사 보시오.

화손(華蓀)은 직업상 수행하기가 자못 어렵겠소. 그러나 정성스러운 마음[誠心]만 있다면 저절로 어떤 감응(感應)이 있게 마련이오. 여기에 구체적인 사실 한 가지를 예로 들어 보겠소.

북경(北京)의 부성문(阜城門) 안 한길 가에 구여춘(九如春)이라는 커다란 육식 요리집이 있었는데, 장사가 아주 잘되었다오. 그런데 하루 밤에는 지배인이 악몽을 꾸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와서 목숨을 내 놓으라고 하는 거였소. 그는 마음으로 그들이 자기가 잡아죽인 짐승들인 줄 즉각 알아채고서,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오.

나 한 사람이 그대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갚는다면, 어떻게 다 청산할 수 있겠소? 내가 오늘부터 이 음식점 영업을 그만두고 나서, 스님 몇 분을 모셔다가 념불과 독경으로 그대들을 천도(薦渡)시켜 주도록 청하리라. 좋겠소?”

그러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다고 허락하였는데, 몇몇 사람은 받아들이지 않고 도리어 따지고 들었소.

네가 몇 천 원이나 몇 백 원을 벌려고 우리들을 죽였는데, 우리가 얼마나 고통 받은 지 아느냐? 그냥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면, 네가 너무 횡재하는 거지. 안 돼!”

이때 대부분 사람들이 그들 몇몇 사람을 설득하여 말했소.

저 사람이 만약 이렇게만 한다면, 피차간에 서로 좋은 거니, 저 사람 제의를 받아들입시다.”

그러자 몇몇 사람은 저 사람이 반드시 실행해야만 된다.”고 별르는 거였소. 이에 지배인은 곧장 틀림없이 실행하겠소. 만약 내가 그렇게 않는다면, 그때 다시 나를 찾아 오시오.”라고 대답했지요.

그리하여 그 사람들은 물러가고 지배인은 꿈에서 깨어났다오. 마침 새벽녘 짐승들을 잡을 시간이 되어 점원들이 일어나 도살을 준비하는데, 그만 닭과 오리들이 우리 밖으로 뛰쳐 나와 사방으로 달아난 거요. 점원이 부랴부랴 지배인을 깨우며 상황을 알리자, 지배인은 이렇게 선언했소.

오늘 우리 식당은 문을 열지도 않고 짐승도 잡지 않는다. 우리를 뛰쳐나온 닭과 오리는 점포 안에 있는 것은 잡아 가두고, 점포 밖으로 나간 것은 가는 대로 내버려 두어라.”

날이 밝자, 지배인은 주인을 오라고 요청하여 간밤 꿈을 이야기 한 뒤, 다시는 절대로 지배인 노릇 안 하겠다며 사의(辭意)를 밝혔소. 그러자 주인은 그 자리에서 선뜻 이렇게 제안했다오.

그대가 정말로 산 목숨을 죽이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영업규칙을 바꾸어 채식 요리집을 차려도 괜찮소.”

그리하여 채식 전문점으로 바꾸고, 이름은 그대로 구여춘이라고 썼다오. 그로 말미암아 채식하는 사람이 제법 많아지고 장사는 더욱 잘되었다는 거요.

그대가 정말로 남을 이롭게 하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마음으로 발원한다면, 부처님과 관세음보살의 성호를 지성으로 염송하여 주인과 지배인에게 자비력이 가피(加被)되도록 기도해 보시오. 그러면 그들이 돼지 잡는 일을 그만두게 될 수 있다오.

그대 어머님이 그대를 아끼는 나머지 채식하면 몸이 여위고 허약해진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육식이 얼마나 비위생적이고 해독이 크며, 또 목숨 빚을 얼마나 짊어지는 줄 잘 모르시기 때문이오. 그대 어머님께도 채식하며 념불하여 극락 왕생을 기원하도록 간곡히 권해 드리고,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채식하도록 일러야 할 것이오.

만약 깨끗한 채식[淨素]을 할 수 없다면, 적어도 집 안에서 산 목숨을 죽이지 않는 일만은 지켜야 하오. 그렇지만 시장에서 파는 고기도 많이 먹어서는 안 되오. 많이 먹으면 많이 갚고, 적게 먹으면 적게 갚으며, 안 먹으면 안 갚아도 되는 것이 바로 목숨 빚이기 때문이오. 그대가 만약 음식점 지배인과 주인 사이의 꿈 이야기로 사람들을 감동시킨다면, 앞으로 채식을 제창하는 분위기가 갈수록 번져나갈 것이오. 그대로부터 그러한 공덕이 비롯된다면, 그로 말미암아 중생이 받게 될 이익은 무척이나 크리다.

이번에 그대의 법명을 종원(宗願)이라고 지어 보내오. ()은 줏대[]를 가리키는데, 줏대가 있으면 다른 법문에 흔들리거나 이끌려 가지 않는다는 뜻이오. 념불에 믿음과 발원이 있으면 림종에 틀림없이 극락 왕생하지만, 믿음과 발원이 없으면 단지 인간 세상과 천상의 복록을 보답으로 받게 될 뿐이라오. 믿음만 있고 발원은 없으면 진실한 믿음이라 말할 수 없소. 반대로 발원만 하고 믿음이 없어도 진실한 믿음이라 말할 수 없소. 믿음과 발원 이 두 가지 법은 마치 수레의 두 바퀴나 새의 두 날개와 같아서, 어느 하나라도 빠져서는 결코 안 되오.

 

[이는 형제인 듯한 림포와 화손 두 거사에게 함께 답신하면서, 종신(宗信)과 종원(宗願)의 법명을 지어 보내며, 수레의 두 바퀴와 새의 두 날개처럼 서로 협동 조화를 잘 이루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음.]

 

그 밖에 자세한 내용은 수시로 내 문초 가언록(嘉言錄)을 읽고 닦도록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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