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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우(柴也愚)’의 뜻을 밝힘

인광대사가언록. 부록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2. 12. 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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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야우(柴也愚)’의 뜻을 밝힘

 

[시야우(柴也愚)’ 논어 선진(先進)편에 나오는데, 공자가 제자인 고시(高柴: 는 자고子羔)를 우직하다고 평론한 말임. 자고는 어짊[]이 지나쳐, 남의 그림자도 안 밟고, 봄에는 동물을 죽이거나 나무를 꺾지도 않으며, 부모의 상을 치름에 3년간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찍이 이를 드러낸 적이 없고, 피난을 하면서도 샛길이나 쪽문을 지나지 않을 정도로 우직했다고 전해짐. 아마도 인광 대사가 이 편지의 수신인에게 ()’ 자가 든 법명(어쩌면 柴愚’)을 지어 주며, 그 뜻을 풀이해 준 법문인 듯함.]

 

사람은 누구나 모두 요순 성왕이 될 수 있고, 또 누구나 모두 부처가 될 수 있소. 성인이라도 한 생각 잃어버리면 미치광이가 되고, 미치광이라도 한 생각 바로 이기면 성인이 될 수 있소. 미혹하면 부처도 중생이 되고, 깨달으면 중생이 곧 부처가 되오. 이러한 이치에 따라 무얼 추구하든, 그 기연(機緣)은 모두 나에게 달려 있소.

그러므로 마땅히 위로는 뭇 성인을 흠모하며, 아래로는 자기 혼식(魂識)을 존중해야 하오. 전전긍긍하니 자신을 항상 경책하며, 뜻을 분발하여 수행을 계속해야 하오. 윤리 도덕을 돈독히 지키고, 자기 직분을 공경스럽게 다할 일이오. 어떠한 죄악도 짓지 말고 선행을 받들어 행하면서, 새벽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부지런하여, 부모님을 욕되지 않게 하시오. 이와 같이만 한다면, 어질고 착한 사람이 되어, 천지를 더럽히지는 않을 것이오.

여기에 덧붙여, 믿음과 발원으로 부처님 명호를 지송하여 서방 극락왕생을 구하고, 본래 갖춘 불성을 친히 증득하여 위없는 보리를 원만히 성취하도록 기약해야 하오. 대장부가 이 세상에 태어나, 이 같이 크고 중요한 본체(도리)를 모르고서, 단지 음식과 남녀 관계의 욕망이나 부귀 명리의 탐욕밖에 모른다면, 다른 짐승들과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겠소? 슬픔과 안타까움은 바로 여기에 있소. 요순 성왕이 될 수 있고 부처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어떻게 차마 오랜 겁토록 육도 윤회하면서 무수한 고통을 받는 짓이나 한단 말이오?

그대가 이미 삼보께 귀의하기로 발심하였다 하니, 마땅히 한 생각 한 생각 모두 번뇌와 습기(習氣: 나쁜 버릇)를 다스리는 데 치중하시오. 사악함을 막고 정성을 간직하며, 극기복례와 개과천선으로 인륜과 본분을 다하도록 하시오. 정토 법문을 정성들여 닦고, 자기 수행으로 남도 감화시키시오. 안으로는 부모 형제와 처자 권속이, 밖으로는 친척 친구와 이웃 사람들이,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과 은혜를 받아 다 함께 착한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하오. 그렇게만 한다면, 지금 이 인생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또 나와의 만남도 헛되지 않을 것이오.

중용(中庸)에 보면, “사람들이 모두 나는 지혜롭다고 자랑하는데, 막상 그들을 몰아 그물이나 덫함정 속으로 집어넣어도, 피할 줄을 모른다.”는 말이 있소. 단지 밖으로 찾아 쏘다닐 줄만 알고, 지혜의 빛을 되돌이켜 자기 안을 비출[廻光反照] 줄 모르기 때문에, 이러한 막대한 해를 당하는 거요. 만약 자기 마음을 되돌아 비추고, 그 잘난 지혜를 어리석은 듯 감추면서, 스스로 관조하는 데 뜻을 둔다면, 성현을 배우고 부처님과 조사들을 배울 수 있소. 그래서 마침내 살아생전에 성현의 경지에 들고, 죽은 뒤에 극락세계에 오르게 될 것이 틀림없소. 이게 내가 그대 법명을 지어준 뜻이오.

또 성인도 한 생각 잃어버리면 미치광이가 되고, 미치광이라도 한 생각 바로 이기면 성인이 되며, 미혹하면 부처도 중생이 되고, 깨달으면 중생이 곧 부처가 된다는 네 구절은, 잘 이해하지 못하면 의심과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하오. 내 간략히 해석해 주겠소.

처음에 말한 성인과 부처는, 모두 자기 마음의 본체(본성)를 두고 한 말이며, 이미 성인이 되고 부처가 되었다는 뜻이 아니오. 다음으로 한 생각 잃어버리거나 바로 이기고 미혹하거나 깨달으면으로 가정한 것은, 사람들의 거역이나 순응의 태도 행위를 말한 것이오. 그리고 끝으로 미치광이가 되고, 성인이 되며, 중생이 되고, 부처가 된다는 말은, 거역과 순응의 태도 행위로 얻는 효과를 말한 것이오.

만약 처음 말한 성인과 부처가 마음에 본래 갖추어진 성품으로 말한 것인 줄 모르고, 이미 성인이 되고 부처가 된 사람이 다시 미치광이가 되고 중생이 된다고 오해하면, 그 해악이 참으로 클 것이오. 그래서 부득이 부연 해설하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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