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소혜원(邵慧圓) 거사에 대한 답신
어제 받은 편지에 보니, 그대 동네 친지 가운데 반중청(潘仲靑)이란 사람이 장(張)씨 집에 있는데, 나에게 귀의하고 싶다고 했소? 그 사람 성품도 질박하고 성실하며, 학문 또한 상당히 연구했다던데, 그런 사람이 그렇게 마음을 내었다면, 나는 단지 인연에 따를 뿐이오. 이제 그 사람에게 혜순(慧純)이란 법명을 지어 보내오.
일체 중생은 모두 불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곧 모두 부처님 지혜도 갖추고 있소. 다만 탐진치 삼독이 그 안에 섞여 끼었기 때문에, 부처님 지혜가 곧 중생의 지견으로 변한 것이오, 이제 부처님 지혜가 본래 갖추어진 줄 알았다면, 마음씀이나 생각 움직임·일 처리 등에 탐진치의 지견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써 점검해야 하겠소.
또 모름지기 깊은 믿음과 발원으로 부처님 명호를 지송하며, 살생을 금하고 생명을 보호하며, 모든 사물을 사랑하고 아끼며, 어떠한 죄악도 짓지 말고 뭇 선을 받들어 행하며, 스스로 수행하고 남들도 감화시켜, 다 함께 정토 법문을 닦도록 이끌기 바라오. 그러면 부처님 지혜가 점차 순수해질 것이오. 만약 이걸 잃지 않고 잘 지켜 극락왕생하게 되면, 지혜의 순수함이 더욱 손쉬워진다오. 번뇌와 미혹이 말끔히 사라지고 복과 지혜가 원만해지면, 그 지혜의 순수함은 더욱 지극해지고, 마침내 불도를 원만히 성취하게 되오.
세상 사람들은 매양 자기에게 (부처님) 지혜가 있다고 큰 소리로 떠들 줄만 알지, 그 지혜라는 게 광석 안에 섞여 있는 금과 같아, 전혀 받아 쓸 수 없음을 모르오. 반드시 광석을 녹이고 제련하여, 찌꺼기들이 완전히 사라지게 순화시켜야만, 비로소 금으로 사용할 이익이 생기게 되오. 대강의 뜻이 이러하니, 대신 전해 주길 바라오. 부처님(가르침)을 배우는 사람은 실천궁행에 힘써야 하오.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입으로 시원스레 지껄이는 것만 좋아하는데, 이는 음식이 맛있고 영양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소. 굶주린 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니, 서글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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