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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저린 회한(悔恨)의 추억(追憶)

채식명상 20년. 활어회와 능지처사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2. 12. 28.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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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생선 집에 더 이상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제목의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면서 내가 어렸을 적에 자란 고향 바닷가 곰소의 경험 기억이 되살아나며, 참회(懺悔)와 사죄(謝罪)의 마음이 간절해졌다. 국민(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내 고향 곰소는 위도 앞 칠산 바다에서 건져 올린 황금 조기들을 펄떡 펄떡 산 채로 경매하는 활기찬 항구였고, 선친(先親)께서 그 부두노동조합장을 하시는 동안, 우리 집은 그런 산 생선을 곧잘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런 생선 맛이 아마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그 때는 복이었을지 모르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커다란 죄업(罪業)만 지었음에 틀림없다. 어린 나도 가끔 어판장에 나가 그렇게 펄펄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며, 박대나 쥐치 껍질을 벗기고 갈치 창자를 도려내는 모습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히도 보았다.

그리고 특히 마음에 걸리는 죄악은, 내가 손수 닭 모가지도 죄어 죽여 잡아먹고, 아마도 대학 초년쯤일까, 조그만 배를 타고 고향 앞바다에 나가 처음이자 끝으로 줄 낚시질을 하여, 잡혀 올라온 망둥이를 그 자리에서 산 채로 토막 내어 초장 찍어 먹었던 일이다. 아무리 참회하고 사죄해도 지워지지 않을 죄업의 기억이다. 철없던 시절, 생명의 존엄성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어리석은 중생심(衆生心)의 과오(過誤)지만, 되돌이킬 수 없는 회한(悔恨)으로 뼈저리게 되살아나는 것이다.

여하튼 지난 2월말 목도(目睹)한 활어회는 나한테 깊은 상념(想念)과 참회(懺悔)의 마음을 불러 일으켰고, 법제사(法制史) 전공에 걸맞게 능지처사(遲處死)’의 비유를 영감(靈感)으로 내려주었다. 그렇다! 수십 번씩 섬뜩한 칼날에 그 연약한 살이 얇게 썰려 나가면서 극도의 고통을 당하면서도, 외마디 비명(悲鳴)이나 신음(呻吟)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 아니, 그 비명과 신음 소리가 너무 작아서 16Hz가 못되거나, 아니면 너무 커서 2Hz를 넘는 까닭에, 우리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것뿐이리라! - 마지막 생명의 숨결을 벌름 벌름거리다가 마침내 끓는 탕(火湯) 속에 들어가 숨이 끊어지는 그 활어회는, 분명히 옛날 우리 조상들이 시행한 적이 있던 잔인하고 참혹한 능지처사의 형벌과 너무도 똑같이 닮아 있다! (생선회를 뜻하는 일본어 사시미(さしみ)’는 한자(漢字)로 몸을 찌른다는 뜻의 刺身(자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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