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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殺生)과 육식(肉食)의 인과응보(因果應報)

채식명상 20년. 활어회와 능지처사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2. 12. 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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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죽어 가는 숱한 동물들의 원한(怨恨)과 독기(毒氣)가 얼마나 끔찍하고 참혹한 보복과 재앙으로 우리 인류를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 되 덮칠 것인? 자연을 정벌하고 환경을 파괴한 보복과 마찬가지로!

동물들이 복수심으로 내뿜을 원한과 독기는 제쳐놓고라도, 우리 인간 자신이 그 동물들을 잡아 죽일 때 자기도 모르게 마음에 품게 되는 살기(殺氣)는 또 얼마나 잔인하고 참혹한? 그 나쁜 기운이 사람 마음에 반복해 쌓이고 물들면, 인간끼리 서로 언제 어떻게든지 알게 모르게 방출하고 폭발하지 않을 리 없으리라. 그런 원한과 독기와 살기가 쌓이고 뭉쳐 폭발하는 게, 폭행살인 같은 크고 작은 범죄들이고, 더 나아가서 나라간의 전쟁도 결국 그 연장선상에서 확대한 것에 지나지 않으리라.

이런 일화가 전해진다. 어느 날 공자님께서 거문고를 아주 조화롭게 타시는데, 증자(曾子)와 자공(子貢)이 옆문에서 듣고 있었다. 한 곡조 타기가 끝나자, 증자가 자공한테 속삭였다.

웬일이? 스승님께서 거문고 타시는 소리에 꼭 게걸스런 이리의 욕심과 삿되고 음험한 행실이 담긴 듯! 오늘 따라 어찌 이리도 어질지 못하고 이끗을 좇는 빛깔이 짙지?

자공도 그렇게 느낀 터라, 짐짓 아무 대꾸도 안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공자님은 멀리서 다가오는 자공 얼굴에 허물을 간하고 잘못을 따지려는 낯빛이 뚜렷한 걸 보고, 거문고를 내려놓은 채 오길 기다렸다. 자공이 다가와 증자의 말을 여쭙자, 공자님이 대답하셨다.

오호라! (: 증자 이름)은 천하의 현인이구나. 소리를 그리도 익히 알다니! 아까 내가 거문고를 탈 적에, 쥐 한 마리가 나와 노니는데, 마침 고양이가 집안에서 나타나 대들보를 타고 슬금슬금 다가갔으나, 쥐가 알아채고 달아나 버렸다. 쥐를 잡으려다 놓친 고양이는 등을 잔뜩 굽히고 못내 아쉬운 눈빛으로 쩝쩝 입맛만 다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거문고 소리에 그 고양이의 감정이 스며든 건데, 삼이 나(거문고 소리)를 게걸스런 이리의 욕심과 삿되고 음험한 행실로 느꼈다니, 너무 당연한 게 아니겠는? 그래서 시()에도 궁궐 안에서 종을 치니, 소리가 바깥까지 들리네.’라고 노래하지.”

평소 그토록 마음이 평정하고 조화롭던 공부자(孔夫子)님한테도, 어째 한 순간 , 저 고양이가 쥐를 놓치지 말아야 할 텐데! 하는 잡념망상이 들었던지, 그 미세한 살기(殺氣)가 마음에 여리게 일었다 스러지는 찰나에, 공자님의 거문고 선율(旋律)도 그만 평온과 조화(調和: harmony)를 잃고 미세하게 간섭파(소음)를 내었던 모양이다. 그 스승의 그 제자라고, 멀리서 스승님의 거문고 소리를 듣던 제자가 그 낌새(機微)를 곧장 알아채고서, 스승님께 나아가 자기 느낌을 사실대로 아뢰면서 자기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여쭈었고, 공자님께서는 제자한테 그 소리를 알아챘느냐(知音)고 반문하면서, 그 연유(緣由)를 이실직고(以實直告)한 고사다.

또 맹자(孟子)는 사람의 직업 선택과 환경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무당은 미신일지라도 사람을 살리려고 축원하기에 마음이 날로 어질어지, 반면 장의사는 과학일지라도 자신의 생계 수입을 위해 알게 모르게 남 죽기를 고대하는 마음이 들기에 갈수록 어질지 못해진다는 비유를 대비한다. 물론, 화살 만드는 사람과 방패 만드는 사람도 비슷하다. 둘은 본디 천성이 다 착하겠지만, 화살 만드는 사람은 자기 화살이 어떠한 방패와 갑옷도 뚫고 맞히는 족족 사람을 쓰러뜨리길 염원하며, 방패 만드는 사람은 어떠한 화살이나 창이 날아와도 철통 같이 막아내길 염원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마음은 날이 갈수록 인()과 불인(不仁)의 차이가 커진다는 것이다. 호리지차(毫釐之差)가 천리지차(千里之差)로 벌어지는 것이다. 이렇듯 창 만드는 사람과 방패 만드는 사람이 서로 자기 제품에 대한 자부심에서 적극 선전하다보니, 한비자의 그 유명한 모순(矛盾)이란 단어가 나오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는가는 우리의 심성과 기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또 같은 음식이라도 그 요리 방법에 따라 그 잔인함과 참혹함의 정도도 역시 심성과 기질에 적지 않은 감염(感染)을 알게 모르게 끼칠 것이 틀림없다. 고기를 적게 먹고 살생을 줄이는 것은, 개개인의 인격 도야와 심성 수양에 막대한 선익(善益)일 뿐만 아니라, 장래 인류 사회의 죄악과 형벌과 전쟁 살륙을 줄이는 확실한 길이라고 믿는다.

사실 순전히 생물과학적으로 보더라도, 가축 고기(肉類)는 물론 생선이나 이른바 활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요즘은 대부분 대규모 사육이나 양식을 통해 생산하기 때문에, 예전의 자연산처럼 그렇게 건강하고 위생적인 품질이 결코 못되며, 따라서 우리 육신의 건강에도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인공사료와 화학약품으로 인한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가? 요근래 들어 남해안과 동해안 가두리 양식장에 걸핏하면 대규모 유해 적조(赤藻) 확산으로 말미암아 수만 마리 물고기가 떼죽음하는 까닭은 무엇일? 해답은 자명하다. 인간이 돈 많이 벌려고 탐욕 부려, 밀 상태로 물고기를 인공사료로 양식하면서, 유기물질 과잉으로 산소가 부족해지고, 게다가 적조까지 무성히 번져 폐사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렇게 폐사할 운명의 병든 양식어들이 운 좋게 조금 일찍 건져 올려져 수족관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으며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하다가, 방금 전 도마 위에 올라가 지금 내 앞에 그럴듯한 활어회로 바쳐졌다고 생각해 보라! 아니면 언제 어떻게 죽었을지 모를 물고기가 썩기 시작한 시체로 냉장 또는 냉동 보관을 거쳐 회나 탕 또는 찌개로 둔갑했다고 생각해 보라! 내 육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그토록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물고기()를 즐겨 먹을 하등의 이유가 도대체 어디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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