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젊은 사람들이 신혼 때는 성욕 생각이 왕성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를 잘 절제하지 않으면, 죽음에 화근이 되어 요절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예전에 한 선비가 결혼한 뒤 과거시험을 보러 갔다. 그런데 밤에 혼자 잠자기가 괴로워서, 시험이 다 끝나기도 전에 급히 귀가했다. (옛날 과거시험은 몇 과목을 여러 날에 걸쳐 치렀음) 하루에 백여 리 길을 걸어, 저녁 2경(밤 9~11시쯤)에 집에 도착했는데, 아버지가 난데없이 크게 노해 꾸짖었다.
“이 놈! 아마도 군(郡: 과거시험 장소)에서 무슨 일을 저지르고 나서, 처벌이 두려워 도망쳐온 게 틀림없다.”
그리고는 하인한테 아들을 줄로 묶어 빈 창고에 가두라고 명령한 뒤, 몽둥이를 찾아오라고 큰 소리 치며 이렇게 말했다.
“내일 아침에 아주 호되게 매질해야 하겠다.”
이튿날 아침이 되자, 아버지는 천천히 일어나 아들을 풀어주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들은 막 집에 돌아왔을 때, 몹시 흥이 일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봉변과 모욕을 당하고서, 몹시 두려움에 떨며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아침에 풀려나고서도, 끝내 아버지 뜻을 알아차리지는 못하였다.
당시에 한 친구가 그 아들과 함께 귀가했는데, 이튿날 아침 죽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백여 리 먼 길을 걸어오느라 몹시 지친 데다, 아내와 동침하여 정기(精氣)가 탈진해 버린 것이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을 결박한 까닭을 깨달았다.
옛날 사람들은 부모를 섬김에,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는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부모가 자식을 사랑함에, 정말로 모습도 없는 것을 보고, 소리도 없는 것을 들으시는 줄은 아는가?
오호라, 집안에서도 오히려 이러하거늘, 하물며 자식이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고, 객지에서 비바람과 눈서리를 맞거나, 또는 전쟁터에 나가 죽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 그 사랑과 념려는 몇 백 배나 될까? 자식이 이러한 걸 알고, 부모 마음을 헤아려 자기 마음으로 삼는다면, 건강하게 장수를 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