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2 : 비타민 B12는 동물성에만 들어있다고 하던데?
현대 과학과 의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타민 B12는 혈액생성에 필수영양소인데, 채식에는 없고 동물성 고기에만 들어있다고 한다. 따라서 채식만 하면 비타민 B12를 섭취할 길이 없어 틀림없이 빈혈 등 고약한 영양실조로 고생하지 않겠는가? 필자 자신도 악성빈혈에 걸려 고생했다며, 채식으로 비타민 B12가 모자란 탓 아니었겠나?
답변
채식을 비판하거나 반대하거나 꺼려하는 사람들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이른바 과학(의학)지식 맹신이다. 그 대표사례가 이른바 육류에만 있고 채식에는 없다는 비타민 B12 논쟁이다. 비타민 B12는 혈액생성에 필수영양소인데, 채식만 하면 섭취할 길이 없어 틀림없이 빈혈 등 고약한 영양실조로 고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경험상 반문해 보자.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상, 전 세계에 순 채식주의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러면 그들은 모두 악성빈혈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죽어갔는가? 지난해 여름방학 때 인도에서 한국어를 배우러 단기 어학연수 온 델리대학생 네 명을 만나 무등산을 한 바퀴 돌며 이야기할 인연이 있었다. 넷 가운데 유일한 여학생은 모태 채식주의자로 21세라는데, 그런 우량아가 없었다. 또 다른 남학생은 어머니와 누이들은 채식주의자라고 말하는 걸로 보아, 지독하게 순수한 채식주의를 고집한 마하트마 간디의 동포들 가운데는 아직도 채식주의가 일반보편의 힌두문화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줄잡아 무려 60%는 될 거라고 한다. 그들이 다 가난하고 못살아서 고기를 못 먹는다고? 천만에 말씀!
물론, 앞서 밝힌 것처럼, 나도 채식 초기에 악성빈혈로 두 번이나 쿵 쓰러진 병력(病歷)이 있긴 하다. 허나 나는 본디부터 아주 특이하리만치 허약하게 태어나, 대학초년 신검에서 현역입영대상 판정을 받았으나, 대학원 들어와 자취하면서 학문연구에 몰두해 영양결핍으로 만성 활동성 간염에 걸렸고, 까다롭기 그지없는 재신검에서 간 조직검사로 군대를 면제 당한 사람이다. 책 읽고 공부하는 게 얼마나 진 빼는지 아는가? 그것도 순 한문투성이 고전사료 원전을 해독하는 게! 10년 남짓 학문연구에 기진맥진하여 기사회생한 상태로 순 채식을 고집하느라 우리 음식문화 속에서 제대로 못 먹고, 게다가 박사논문 쓰느라 진을 빼는데, 설상가상으로 집안문제로 당시 난곡 판잣집 단칸방 세로 나와 먹는 게 비참하였다. 당시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값싼 비스켓 종류 과자와 우유를 곧잘 사 먹었는데, 그 과자가 몸속의 무기물과 철분을 더욱 밭아 낸 것이었다. 정중히 경고하건대, 절대 과자 종류 즐겨 먹지 마시라! 무기물 고갈시키는 원흉이다. 그 뒤로 박사학위를 받고 꾸준히 채식하며 요양하여 만성 활동성 간염과 빈혈은 약을 먹지 않고도 다 나았다.
참고로, 악성빈혈에 걸린 상태에서 대만 가서 원주민들한테 들은 얘긴데, 빈혈에 쌀겨(노란 왕겨)를 끓여 차처럼 마시면 아주 효험이 좋다고 대만 민간요법을 적극 권하였다. 나는 귀찮고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아 실험하진 못했는데, 요즘은 전국에 유기농 벼 재배도 많이 하고, 그쪽 방앗간에 특별히 부탁하면 구할 수 있을 테니, 필요하고 관심있는 분은 한번 시험해 봐도 무방하리라 본다. 속쌀겨도 각종 무기물이 많은데, 평소 현미식이나 통곡식을 즐겨 먹으면 어지간한 결핍증은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그리고 과학(의학)만능주의에 가까운 맹신에 빠진 지식인들한테 물어보자. 과학(의학)지식이 과연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다 밝혀냈다고 자신하는가? 동서고금의 인류역사상 최고 일류수준의 위대한 과학자 철학자들은 한결같이 더 깊이 파헤치고 더 많이 알아 갈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지고 오묘한 자연의 신비 앞에 저절로 경탄(驚歎)과 경외(敬畏)를 연발하며 지극히 겸손해지는 모습을 보여 왔다.
여기서 감히 한 가지 중대한 제안을 추천하고 싶다. 과학은 경험현실을 바탕으로 귀납법에 의한 엄밀한 실증주의를 생명으로 삼는다. 이러한 과학정신을 바탕으로, 동물성 비타민 B12를 섭취하지 않는 수많은 채식주의자들이 빈혈이나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는 경험현실의 진실한 이유를 과학으로 연구해 보길 강력히 권청(勸請)한다. 누구든지 그 신비를 밝혀내기만 하면, 틀림없이 노벨상을 받을 것이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쯤 타지 않을까 전망한다. 하나는 노벨 의학상 내지 생물학상하고, 또 하나는 채식의 안전성과 넉넉함을 과학으로 증명하여, 채식을 망설이거나 꺼리는 수많은 착한 사람들의 영혼에 기꺼이 흔쾌히 채식주의로 돌아서게 만드는 “생명존중”의 지대한 공헌으로, “노벨 평화상”을 덤으로 받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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