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5 : 완전 채식은 중도(中道)에 어긋나는 극단주의 아닌가?
완전 순 채식을 엄격히 실천하는 건 우리나라 현재의 음식문화에서 매우 어렵다. 또한 이는 한쪽 극단에 치우친 근본주의 내지 원리주의에 가까운 광적인 신념이며, 중도(中道: 중용의 도)에도 어긋난다. 공자와 예수도 고기를 이따금씩 먹지 않았는가? 소승불교에서도 육식금지 계율은 없다고 들었는데…….
답변
물론, 일반 대중이 내가 실행하는 정도로 철저한 채식을 하라고 바라지는 않는다. 사실 나는 내 몸과 정신이 유난히 여려 육식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탓에, 음식을 아주 조심해야 하는 운명이다. 내 채식은 마하트마 간디에 비하면, 형편없이 허술한 채식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내 자신의 채식 및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육식과 채식을 둘러싼 문제와 논란거리들을 솔직하게 적어 전하는 것뿐이다.
따라서 인연 있는 독자 여러분은 내 모습과 견해를 참고삼아 보고 현실을 참작하여, 각자한테 알맞은 정도로 채식을 즐기면 그만일 따름이다. 예컨대, 많은 과학자나 의사들이 권하는 것처럼, 19C말이나 20C초의 전통음식문화로 되돌아가는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도 이미 훌륭하다. 현미식 보급운동을 펼친 안현필선생, 그리고 SBS ‘잘먹고 잘사는 법’에서도, 주로 채식하되 한 달에 한두 번 고기 먹는 날을 특별히 정하는 절충안을 제시하여 눈길을 끈다.
다른 한편으로 이상과 현실을 견주어 본다면, 내 채식과 견해가 원리주의나 근본주의의 극단에 치우친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식습관이 이미 미쳤다 할 만큼 지나치게 극단에 치우쳤다. 내가 자랄 때만 해도, 시골은 전통음식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했다. 경제성장과 함께 불과 10-20년 사이 고기 열풍과 광풍이 몰아친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보면, 균형과 중용을 지닌 정상견해도 극단으로 보일 것은 자명하다.
실제로 외국인의 눈에도 우리는 이미 고기를 너무 많이 먹고 있다. 강릉대에서 13년째 영어를 가르친다는 릭 러핀(Rick Ruffin, 52세)교수는 “한국에 불교신자가 많은데 채식식당이 너무 없다.”고 탄식하며,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미국인도 꽤 많은데, 쇠고기를 먹지 않는 한국인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말한다.(경향신문 2008년 8월 28일 목요일 W7면 기사)
바로 이점이 문제다. 힌두교의 인도는 물론, 대만이나 일본 등 불교가 성한 나라에서는 채식주의가 널리 퍼져 채식식당도 많은데, 오직 우리나라만 길고 폭넓은 불교문화 전통에도 불구하고 채식문화가 거의 없다. 최근 명맥을 이은 채식주의와 채식식당은 거의 대부분 기독교 제7안식일교회의 교리에 따른 것이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우스꽝스러운 역설(아이러니)인가?
공자와 예수, 불교의 종교철학 입장은 여기서 굳이 상세히 말하지 않겠다. 다만, 소승불교에서 육식금지 계율이 없음은 사실인데, 그 대신 남방 소승불교 수행자들은 ‘돈’과 ‘여자’를 절대 손대서는 안된다는 엄격한 계율을 철저히 지킨다고 한다. 소승불교의 ‘육식허용’을 빌미로 삼으려는 변명자는, 동시에 ‘돈과 여자 불가촉’의 계율도 함께 받아 지녀야 공평한 중용의 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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