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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옳은 이상도 남한테 강요하는 설교는 죄악이 아닌가?

채식명상 20년. 살생과 식육의 고백, 참회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2. 12. 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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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6 : 아무리 옳은 이상도 남한테 강요하는 설교는 죄악이 아닌가?
아무리 옳고 바람직한 주장이나 이상이라도, 남한테 강요하다시피 하는 공격적 설교 내지 훈계조의 말투로 다른 사람한테 불안감과 두려움, 심지어 죄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오히려 그 자체가 죄악이 아닌가? 마치 일부 종교집단의 독선(獨善)적․배타적 포교방식을 방불케 하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답변
이유 있는 지적일 수 있음을 시인한다. 어쩌면 필자 본인이 ‘식물성의 보복’이라는 커다란 환경의 흐름에 이미 휩쓸리거나 영향 받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은, 필자 자신이 자신의 기호와 신념으로 채식을 실행하는데, 사회구조 및 의식상의 차원에서 너무도 이유 없는 공격과 박해를 엄청나게 받아 왔다. 문화의 다원주의와 포용성이 모자란 탓에, 온갖 소수차별이 이루어지는 우리 현실에서, 특히 채식은 더욱 큰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어쩌면 필자는 무의식의 본능으로 저항하고 반격하는 것인지 모른다. 인간의 모든 관계도 자연계와 마찬가지로 운동의 제3법칙인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역학관계뿐만 아니라, 정신상 심리상 의식관계도 마찬가지다. 부당하고 불합리하게 공격과 박해를 당하는 채식주의를 위한 강력한 항변이자 옹호론의 성격을 띠다 보니, 공격과 박해에 상응하는 강도의 필설(筆舌)로 변설(辨說)하게 된 점은 부인하지 않겠다.
허지만, 다른 사람한테 강요하거나 강권할 의사는 전혀 없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남한테 베풀지(행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는 공자님 말씀과, “너희는 너희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한테 대접하라.(Do as you would be done by.)”는 예수님 말씀처럼, 우리 인간이 법과 도덕의 최소한 기본원리인 황금률(黃金律)만 지킨다 해도, 세상엔 자비와 평화가 넘칠 것이다. 채식주의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 다른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자비와 평화! 바로 채식하는 마음이다.
따라서 나도 내 채식주의가 존중받고 싶은 마음만큼, 육식주의든 잡식주의든 남의 식성자유도 똑같이 존중한다. 이 글을 써서 발표하는 이유는, 다만 성경 말씀마따나, “눈 있는 자 보고, 귀 있는 자 들으리라!”는 정도나 기대할 뿐이다. 요즘 세상에 누가 강요하고 강권한다고 따를 자가 있겠는가? 자식이 부모님 말씀도 안 듣고, 학생이 선생 가르침도 안 따르는 세상에! 더구나 권력도 부도, 명성도 권위도 전혀 없는 평범한 학자(행자)가 글 몇 줄 써서 감히 온 세상 사람이 기꺼이 따르길 요구하겠는가? 혹시라도 육식과 채식에 관하여, 아직까지 미처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여 알지 못한 합리(合理)적․합정(合情)적․합도덕(合道德)적 근거를 알리는 지식정보가 있다면, 그래서 독자들한테 조금이나마 음식문화에 대해 되돌아보는 인연이 된다면, 그걸로 이 글의 가치와 보람은 충분하다고 여긴다.
한편, 인간의 지나친 식탐(食貪)과 육식에 대해 하늘(자연)이 비브리오패혈증․O-157․구제역․조류독감․SARS․광우병 등의 괴질로 충분히 경종을 울리고 있는데도, 인류의 반응은 너무도 안이하고 미지근하다. 괴질이 발병한 때와 곳에서 잠깐 반짝 반응을 보일 뿐, 돌아서면 언제 어디서 그랬냐는 듯,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로 치부하고 마는 느낌이다. 이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미욱하나마 내 자신의 경험과 느낌으로 하늘의 경종을 함께 울리고 알려, 사람들한테 좀 색다른 자극을 주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은 염원에서 쓴 글이다. 따라서 일부 내용에서 강렬한 공격성이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요즘 예방의학․대체의학이 크게 각광을 받는 걸로 아는데, 좋은 음식만큼 건강과 질병예방에 더 중요한 건 없다. 늙어서 질병만 없으면 돈이 거의 없어도 살 수 있다고 할 만큼, 노인성 질병 의료비 부담이 엄청나게 급증하고 있다. 잘못된 식습관과 지나친 육식으로 생기는 성인병․문명병 환자들을 보면서, 내가 그들을 도울 만한 뾰족한 수가 없음을 알고, 아직 건강한 젊은 세대들한테나마 건강한 음식문화를 통한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게, 내가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이 글을 쓴다. 어쩌면 요즘 말하는 ‘불편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이제 나의 채식수행이 20년밖에 되지 않은 까닭에, 오랜 세월 살생과 육식에 찌든 심신(心神)의 업장을 충분히 정화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고, 그 탓에 아직은 말과 글이 거칠고 억세게 나오는 게 사실이다. 지금 이 글들은 어디까지나 채식수행한 지 20년도 채 되기 전에 설익은 느낌과 생각을 직설로 토해낸 풋 열매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좀 더 오랜 시간을 꾸준히 갈고 닦아 원한업장도 좀 더 녹아 스러지고 식신(識神)이 더욱 청정해진다면, 채식 30년, 40년쯤 될 땐 지금보단 훨씬 잘 무르익은 생각과 글이 나오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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