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담조암(譚祖盦) 선생과 담론하다가, 업장(業障)과 운명의 이치를 언급하게 되었는데, 선생이 이렇게 말하였다.
“사주팔자의 운명 이치는 지극히 난해하여, 아득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 가운데도 기묘하게 적중하는 바가 있소.”
이에 내가 “선생의 부친인 문근공(文勤公)께서는 사주팔자로 뽑은 평생 운명이 모두 영험했다는데, 사실입니까?” 라고 물었다. 그러자 선생은 ‘그렇다’고 긍정하며,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선친(先親) 문근공께서 태어나 겨우 세 살 되었을 때, 선조부(先祖父)께서 외지(外地) 몽관(蒙館)-주1) 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1년 봉급 수입이 겨우 1만(一萬) 정도에 불과하였소. 때마침 친구 중에 운명 철학을 잘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분께 문근공의 사주팔자를 풀어 운수 좀 봐달라고 청하였다오.
“그때 기록한 종이는 백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데, 어느 해에 입학하고 과거에 합격하며 진사가 된다는 기록들이 모두 영험하게 적중하였소. 다만, 한림학사(翰林學士)를 배수(拜受)한 것은, 지현(知縣: 현감)이 될 것이라고 기록하여, 약간의 오차가 생겼소. 그러나 양자 모두 7품(七品) 벼슬인 점은 같지 않소? 그 뒤 어느 해에는 절강(浙江)에 있고, 어느 해에는 섬서(陝西)에 있을 것이라는 기록도 모두 기이하게 영험하였소. 또 68세에 귀향할 것이라는 예언도 적중하였다오.
“그리고 마지막에 72세에 수명이 다할 것이라고 적은 뒤, ‘만약 음덕(陰德)이 있다면 수명이 1기(一紀: 12년) 동안 연장할 것이다.’는 조건을 덧붙였다오. 그 후 72세 때에 과연 큰 병이 들어 거의 일어나지 못하는 줄 알았으나, 갑자기 병이 나아 정말 84세에 임종하셨소. 그러니 이 또한 더욱 신기하게 영험하였소.”
이걸 보아도 인과서(因果書: 인과응보 법칙을 기록한 서적)에서 음덕이 1기(一紀: 12년)의 수명을 연장한다고 기록한 학설은, 진실로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또 지난해에는 진교원(陳敎原) 선생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옛날 한 꿈에 오른쪽에 중승(中丞: 관직 명칭)이라고 적힌 한 존귀한 사람이 나타나, 붕후(馮煦: 진교원 선생의 知人인 듯)가 1기(一紀: 12년)의 수명을 더 누릴 것이라고 일러주었네. 당시 꿈에 언급한 노인은 73세의 연세로, 큰 병에 걸려 임종이 가까운 듯하였네. 그러나 과연 병이 나아, 작년에 비로소 별세하기까지 꼭 12년을 더 장수하였다네.”
나는 운명철학이 대수(代數)와 동일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후자는 부호 등의 문자로 수(數)를 대신하지만, 전자는 간지(幹枝: 사주팔자를 표시하는 天干地支)로써 인간사(人間事)를 대신한다. 숫자는 10개뿐이지만, 순열과 상호 가감승제(加減乘除)를 통해 무한량의 변수(變數)에 이른다. 인간사는 원래 매우 복잡한데, 거기다가 서로 조합(組合)을 통해 또한 무한량의 변상(變相: 변화하는 모습)을 이룬다. 그러나 이는 결국 소극적인 생사의 범주 안에서 길흉화복(吉凶禍福)을 나타내는 데 지나지 않는다.
운명철학가들은 팔자의 간지로 처자(妻子)나 재산․관직 등을 대신하기도 하고, 또는 각각 한 가지 일씩 대신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행(五行: 金木水火土)의 상생(相生: 木生火, 火生土, 土生金, 金生水, 水生木) 및 상극(相克: 木克土, 土克水, 水克火, 火克金, 金克木)의 원리를 가지고 영욕(榮辱)과 흥망성쇠․길흉화복․생사의 운수를 얻는 것이다. 나아가 국부적인 영역에서도, 또한 간지의 조합 안배에 따라 구하면 명백히 부합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한 글자로 동시에 몇 가지 일을 대신하기 때문에, 대수(代數)에서 한 글자가 한 숫자를 대신하는 것처럼 명백히 확정할 수는 없다. 또한 만사가 상생 상극하는 소극적 모습은, 복잡하고 변화무상한 게 산술(算術)보다 훨씬 심하다. 그래서 때때로 오차가 생기는 것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두뇌가 냉정하고 심성이 침착한 운명철학가는 결국 10분의 8-9 정도를 적중시킬 수 있다.
무릇 운명철학은 바로 과학과 같아서, 그 방법에 따라 배열․산출하는 자는 각기 얻은 정식(程式)이 모두 같게 된다. 내 친구 중에 몇 사람이 이 도(道)에 정통하였는데, 그들이 말하는 것이 대부분 기묘하게 적중하는 걸 보았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스스로 책을 보아 그 방법을 통달했을 뿐, 그 어느 누구도 스승에게 배운 적이 없다. 정해진 방법에 따라 그 운수를 산출할 수 있다면, 이것이 과학이 아니겠는가?
나는 일찍이 업장운명설(業障運命說)을 쓴 적이 있다. 운명이 정해지는 것은 근거가 있고, 그 운명을 마음의 힘(心力)으로 개조하는 것도 근거가 있으며, 또 원료범(袁了凡) 선생의 운명 창조수립(立命)의 학설도 확실하고 정밀하여 타당함을 밝혔다. 또한 담조암 선생이 음덕으로 수명이 늘어났다고 말해준 두 사람의 실화도, 모두 예언이 영험하게 적중한 것이다.
그러니 옛사람들이 기록으로 전하는 이러한 종류의 기사(記事)가, 결코 헛되거나 거짓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료범 선생이 운명을 개조한 전기(傳記)가 진실하여 신빙성 있음도 증명해 준다. 이와 같이 추론한다면, 4품 관직이 1품으로 바뀌고, 지현(知縣: 현감)이 한림학사(翰林學士)로 변한 것들은, 어찌 모두 음덕으로 운명을 개조한 실례가 아니겠는가?
나도 처음에는 운명철학을 믿지 않고, 보통 사람들이 운명철학을 믿지 않고 회의(懷疑)하는 데 적극 동조하였다. 그러나 지난해 선군(先君: 先親)의 사주팔자가 기묘하게 영험하고, 규락(奎樂) 제군(制軍: 總督의 별칭)의 사주팔자도 기이하게 부합하며, 그밖에 각종 증험(證驗)이 적지 않음을 보고서, 비로소 이것이 진실로 정확한 근거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근래에는 불학(佛學)을 연구하면서, 업장과 운명이 모두 자기로부터 만들어지는데, 오직 본래 근원처(根源處)를 향해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운명을 개조할 수 있는 줄 안다면, 이를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더욱이 눈앞의 안일에 빠져 구차하게 허송세월해서는 절대 안 된다.
주1) 몽관(蒙館): 몽학(蒙學)이라고도 부르며, 아동에게 계몽성 기초교육을 실시하던 과거의 소학(小學). 우리나라 시골 서당에 상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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