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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가훈 (朱子家訓)

운명을 뛰어 넘는 길. 부록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2. 12. 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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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명: 주백려 치가격언 (朱柏廬治家格言) -주1)

 

 

 

 

 

 

새벽 날이 새거든

곧 일어나 마당에 물 뿌리고 비질하여,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돈한다.

저녁 날이 어두워지면,

휴식하기에 앞서 문과 창을 닫아 잠그고,

반드시 집안을 점검한다.

죽 한 사발 밥 한 그릇도 내가 먹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온 줄 마땅히 생각하고,

실 한 올 천 한 조각도 내가 걸치기까지

어려운 물자를 들여 만든 줄 항상 기억하라.

비가 내리기 전에 미리 집을 잘 수리할 것이며,

목마름에 닥쳐 비로소 우물을 파는 일이 없도록 하라.

자신의 씀씀이는 반드시 검소하게 절약하고,

손님을 접대함에 결코 인정(人情)에 질질 끌리지 말라.

기물(器物)은 질박하고 청결하면,

비록 질그릇이라도 황금 보옥보다 좋고,

음식은 간단하고 정갈하면,

설령 채소뿐이라도 산해진미보다 낫다.

각종 외간 부녀자들은-주2) 실로 음란과 도적의 빌미이며,

아름다운 하녀와 예쁜 첩은 집안의 복이 아니다.

종과 머슴은 잘생긴 미남을 쓰지 말고,

아내와 첩은 요염한 화장을 절대 금기하라.

조상은 비록 먼 윗대라도

제사를 정성껏 모시지 않을 수 없고,

자손은 비록 어리석더라도

경전을 열심히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스스로 처신함에는 검소하고 질박하기에 힘쓰며,

자식을 가르침에는 정의롭고 방정(方正)하게 이끈다.

뜻밖의 횡재를 탐내지 말며,

지나친 음주는 즐기지 말라.

행상(行商)과 거래함에는 싸게 흥정하지 말고,

곤궁한 이웃을 보거든 따뜻이 보살필지어다.

각박하게 일으킨 가업(家業)은 오래 누릴 리 없으며,

윤리도덕 어그러뜨리는 자는 금방 패가망신할 것이다.

형제와 친척 사이에는

넉넉한 재산을 궁핍한 이에게 나눠주고,

위아래와 내외간에는

엄숙한 예법과 공경한 언사를 지켜야 한다.

아내 말 듣고 골육의 은정(恩情)을 저버리면

어찌 대장부라 하리요?

재물을 중시해 부모를 박대한 놈은

자식이라고 할 수도 없다.

딸 시집보낼 때는 선량한 사위를 가리되,

부유한 재산을 찾지 말며,

며느리 맞을 때는 정숙한 처녀를 구하되,

화려한 혼수를 따지지 말라.

부귀한 자를 보고 아첨하는 낯빛을 내면

가장 수치스럽고,

빈궁한 이를 만나 교만한 태도를 지으면

더할 수 없이 비천하다.

집안에 거함에는 쟁송을 삼가라.

쟁송하면 끝내 흉악하다.

세상에 처함에는 수다 떨지 말라.

말이 많으면 반드시 실수한다.

위세를 빙자해 외롭고 불쌍한 이를 괴롭히지 말며,

입맛에 탐닉해 산 짐승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

괴퍅하게 굴면서 스스로 옳다고 여기면,

잘못과 후회가 반드시 많아지며,

퇴폐에 빠져 나태하고 자포자기 하면,

집안의 기반을 다지기 어렵다.

불량한 젊은이를 가까이 사귀면,

장래에 반드시 그 죄악에 말려들 것이며,

지혜로운 어른을 겸허히 따르면,

위급함이 닥쳐도 그 덕망에 의지할 수 있다.

사람의 말을 쉽게 믿고 따르면,

어찌 남이 헐뜯고 아첨함을 분간할 수 있으리오?

마땅히 참고 기다리며 세 번 생각하라.

사소한 일마다 서로 다투면,

어찌 내가 그릇되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모름지기 마음을 가라앉히고 거듭 반성하라.

자신이 베푼 은혜는 마음에 두지 말고,

남에게 받은 은덕은 마음에 잊지 말라.

만사에 임하여는 마땅히 여지(餘地)를 남겨둘 일이며,

뜻을 얻는 경우 더 이상 계속 나아가면 안 된다.

남에게 기쁜 경사가 있을 때는

질투심을 내어서는 안 되고,

남에게 슬픈 환난이 생긴 때는

환희심을 내어서는 안 된다.

선행을 남이 보아주기 바라면 참된 선이 아니고,

죄악을 남이 알까 두려워하면 정말로 큰 악이다.

미색(美色)을 보고 음란한 마음을 일으키면,

그 보답이 아내와 딸에게 되돌아오고,

원한을 숨기고 중상모략을 행하면,

그 화근이 후대 자손에게 미친다.

집안이 화목하고 온순하면,

밥 끼니를 못 잇더라도 넉넉한 기쁨이 감돌고,

나라에 조세를 일찍 납부하면,

호주머니 남은 돈 없어도 지극한 즐거움 절로 인다.

글공부는 성현 정신을 본받아 행함에 뜻 있으며,

단지 과거에 급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벼슬아치는 국가민족의 번영을 도모함에 마음 두며,

단지 자신과 집안을 위한 것은 아니다.

분수를 지키고 운명을 편안히 받아들이며,

때에 순응하고 하늘의 뜻에 따를지어다.

만약 사람됨이 이와 같다면,

성현의 도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주1) 주백려(朱柏廬. 1617-1688, 강소(江蘇) 곤산(昆山) 출신. 본명은 용순(用純)이고, ()는 치일(致一)이며, 백려(柏廬)는 자호(自號). () 말엽에 생원(生員)이 되었으나, 청초(淸初)에는 향리에 거주하며 학생을 가르치고, 특히 강희(康熙) 때는 박학홍유과(博學鴻儒科)에 초청을 받았으나, 결연히 사양하고 부응하지 않았다. 정자(程子)와 주자(朱子)를 근본으로 지행병진(知行幷進)을 주장했다. 치가격언(治家格言)이 널리 전하고, 이밖에 대학중용강의(大學中庸講義)와 괴눌집(愧訥集) 등의 저서가 있다.

 주2) 원문은 삼고육파(三姑六婆)’로서, 세 아낙과 여섯 노파의 의미다. 세 아낙이란 비구니(여자 승려: 尼姑)여자 도인(道姑)점쟁이(卦姑)이고, 여섯 노파란 혼인 중매인(媒婆)노비나 하인을 매매하는 중개인(牙婆)여자 무당(師婆)매춘부(虔婆: 妓女)질병 고치는 노파(藥婆)아기 받는 산파(穩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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