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글자를 애지중지하라고 일깨우는 간증(看證)
글자는 고대에 간독(簡牘: 나무나 대나무를 깎아 칼로 새기던 글자판)에서 시작하여, 종이와 먹물로 바뀌었다. 다시 인쇄 기술이 발명되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문자가 더욱 널리 보급、전파되었다. 인쇄하는 방법은, 처음에 종이에 글씨를 써서 뒤집어 판에 붙인 다음, 종이 뒷면을 잘 문질러 글씨가 판에 박히게 하고, 종이를 떼어낸다. 그 판을 새겨 인쇄하는 것인데, 이때 문지른 다음 떼어낸 종이에도 아직 글자에 흔적이 남아 있으므로, 함부로 더럽히거나 내버리면 안 된다.
청(淸)나라 가경(嘉慶) 을축(乙丑: 1805)년 가을에, 항주(杭州) 보우교(保佑橋)에 사는 인쇄공 김(金)씨가 병이 들었는데, 꿈에 두 귀졸(鬼卒)이 자기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 큰 집에 끌려가 절을 하고 무릎을 꿇었는데, 위에 보이는 신(神)은 고관대작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 신이 바로 자기에게 이렇게 호통 치는 것이었다.
“너는 글자와 종이를 함부로 더럽히고 내버리므로, 법에 따라 엄한 형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이에 김씨는 인쇄라는 직업상 어쩔 수 없다고 항변했으나, 신은 다시 이렇게 꾸짖었다.
“그렇지 않다. 너는 종이를 판에 거꾸로 붙여 문지르고 난 다음, 떼어 낸 종이를 마땅히 깨끗한 곳에 모다 두었다가, 수시로 불살라 버려야 한다. 그런데 너는 계단이나 땅바닥에 함부로 내버리고, 심지어 쓰레기통에 집어넣기도 한다. 그래서 글자와 종이가 없는 곳이 없으니, 이야말로 글자를 더럽히고 모독하는 게 아니고 무엇이냐?”
이에 김씨는 더 이상 대꾸할 말이 없어, 마침내 형벌을 받았다. 그리고 나서 꿈에서 깨어나 보니, 엉덩이에 곤장을 맞은 통증이 너무도 여실하게 컸다.
오호라! 신명께서 너무도 간절하게 훈계하면서, 또 인쇄출판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한테 업장(業障)을 해소할 수 있는 방편법문(方便法門)까지 크게 열어 주셨다. 그러니 우리가 또 무엇을 꺼려하며, 그 가르침을 받들어 지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특별히 이 사실을 책 끝에 함께 싣는다. 바라건대, 인쇄출판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를 거울삼아, 신명(神明)님이 가르치신 대로 글자와 종이를 삼가 애지중지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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