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再版)에 즈음하여 : 보약과 음덕(陰德)
“밥이 보약이다.”는 말이 있다. 서양 의약에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2500여 년 전에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사후 약물치료에 치중하던 양의(洋醫)에서도 요즘은 ‘대체의학’이나 ‘예방의학’을 유난히 강조하는가 보다. 그런데 우리 동방 한의학에서는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러한 정신을 의약에 기본 전통으로 면면히 계승해 오고 있기에, 그런 얘기가 너무도 당연하여 전혀 새삼스럽지가 않다.
물론 “밥이 보약이다.” 특히 한국인한테는! 근데 ‘밥’이 물질적 ‘보약’이라면, ‘밥’과 함께 정신적 ‘보약’이 되는 게 있다. 바로 ‘음덕’이다. 히포크라테스가 처방한 명약이나 화타나 편작 같은 신의(神醫)가 처방하는 묘약(妙藥)도 건강할 때 맛있게 먹는 밥보다 더 좋은 보약은 못되며, 더구나 평소 착한 마음과 선량한 행실로 쌓는 ‘음덕’이란 보약에는 비교가 안 된다.
세상에서 거의 모두가 ‘음(陰)’보다 ‘양(陽)’이 훨씬 우수한데, 아마도 오직 하나 ‘음’이 ‘양’보다 훨씬 훌륭한 게 있다. 바로 ‘음덕(陰德)’이다. 남모르게 음으로 행하여 쌓이는 선행 공덕이, 바로 동서고금에 그 어떤 명의가 처방하는 보약보다 훨씬 수승(殊勝)한 ‘음덕’이란 보약이다. ‘양덕(陽德)’은 남이 알아주고 칭찬하여 명예나 포상이란 보답을 받기 때문에, 이미 더 이상 ‘공덕’으로서 가치를 못 지닌다. 유형 인간세계인 ‘양간(陽間)’에서 전혀 인정이나 보답을 받지 않는, 남이 모르고 오직 천지신명과 본인과 상대방 정도만 아는 (‘四知’라고 함) 선행이 무형 신명세계인 ‘음간(陰間)’에서 높이 알아주고 장차 보답해줄 ‘음덕’인 것이다.
그 ‘음덕(陰德)’ 중에 가장 중요하고 비중이 큰 것이 바로 ‘성욕(淫慾)’과 관련되는 ‘음덕’이다. 일반 ‘음덕’은 착한 말이나 주동적 행실로 적극 쌓는 공덕이다. 반면, ‘성욕’과 관련되는 ‘음덕’은 대부분 소극적으로 ‘성욕’을 참고 억제하며, 특히 ‘사음(邪淫)’을 범하지 않아 갸륵하고 기특하다고, 하늘이 보답으로 특별히 ‘포상’하는 복록(보너스)이다. 일반 선행공덕은 “너희는 너희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먼저 남한테 대접해라!(Do as would be done by!)”는 도덕 령역(領域)에 적극적 황금률(positive golden rule)인데, 성욕에 관한 선행공덕은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바는 남한테 베풀지 말라”는 법률(불교 계률(戒律) 포함) 령역(領域)에 소극 황금률(negative golden rule)인 게 일반이다. 같은 ‘음덕’이면서도 그 차원과 관점이 이처럼 차이나기도 한다.
흔히 생각하기에, 남한테 선행을 적극 베풀어야 세상이 평화롭게 행복하게 잘살게 될 것 같지만, 사실은 누구도 남한테 해만 끼치지 않으면, 세상 질서는 아주 평화롭고 정의롭게 잘 유지될 것이다. 남한테 적극 선행을 베풀고도 남모르게 감추는 게 일반 ‘음덕’이라면, 자기 욕심, 특히 성욕을 함부로 부리지 않아, 남한테 해를 끼침이 전혀 없는 소극적 선행이이야말로, 진짜 ‘음덕’ 중에 ‘음덕’인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욕심(欲情)을 일으킬 만한 ‘비례(非禮)’는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으며 말하지도 않고 행하지도 않는, 이른바 ‘사물(四勿)’로써 ‘극기복례(克己復禮)’하는 ‘인(仁)’이야말로, 진정 ‘음덕’ 중에 최고 ‘음덕’인 것이다. 불교에 5계도 또한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러한 ‘음덕(陰德)’은 마치 포대기(襁褓)나 보루(堡壘)처럼 우리 생명에 엑기스(精粹, 精髓)인 ‘정기신(精氣神)’을 음으로 잘 보호(保護)하고 보존(保存)해 주는 보약(褓藥)이고 보약(堡藥)이자 보약(保藥)이며, 또 생명을 잘 보태(補助) 주고 도와(輔弼) 주는 최고에 보약(補藥)이자 보약(輔藥)이다. 또한 아가타약(阿伽陀藥)처럼 질병에 종류나 원인 및 증상에 관계없이, 그리고 환자에 인종、국적、성별、종교、직업、신분지위、년령을 막론하고, 누구한테나 두루 평등하게(普等) 듣는 만병통치하는 보약(普藥)이고, 가장 큰 복덕으로 반드시 보답(報答)해 주는 인과응보에 보약(報藥)이다. 따라서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이 가장 진귀하고 보배로운 최고제일에 보약(寶藥)이며, 만병을 예방하고 궁극에 보리도(菩提道)를 성취시켜 주기에 구도수행자(求道修行者)한테도 최상제일에 보약(菩藥)이다.
불가록(不可錄)을 처음 번역한 지는 어언 10년이 되어 간다. 근데 내용이 고리타분하고 시판 전망이 안 좋다고 출판을 두 번 거절당한 뒤, 전남대 교수에 부임한 기념으로 문창제군(文昌帝君)에 문운음덕(文運陰德)과 불보살님에 자비(慈悲)에 감사하는 보은에 법공양으로, 전남대출판부에 실비인쇄를 제안했다. 뜻밖에 흔쾌히 동의하기에, 처음 내가 1,500권을 인쇄해 인연 있는 사찰과 학교 주위에 배포했다. 그 인연으로 적지 않은 법공양 주문이 이어지다가, 작년 초 혜명화 보살님이 5천권을 찍어 군대、교도소、사찰 등에 법공양했다. 이번에 박병규 률사(律士)님이 2천권을 법공양하겠다기에, 초판 4년 만에 전면 세심한 교정과 함께 약간 보충을 더했다. 앞으로 시간과 정신 여유가 나면 좀 더 현대감각에 맞게 전면 재편집할 필요를 느끼면서, 여기서 손질을 멈춘다. “체력은 국력”인데, 그 체력과 정신력에 기초(주춧돌)는 ‘정력(精力)’에 보존、함양임을 잊지 말고, 부디 인연 닿는 대로 널리 권하고 일깨워, 개인、가정、사회、국가 모두 건강하고 활기찬 생명으로 무궁히 번영하길 간절히 염원한다.
2006년 7월 4일 장마 속 빛고을 운암골에서
옮긴이 寶積 공경합장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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