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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록(不可錄) 참회와 속죄는 천심도 움직인다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2. 11. 2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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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때 홍도(洪燾)는 어느 날 갑자기 죽었다. 꿈인 듯 생시인 듯 황홀한 가운데, 푸른 옷(綠衣)을 입은 어떤 사람이 자기를 이끌어 저승(陰府)에 데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홍도는 그 사람에게 자기가 평생 받아먹을 록봉(祿俸)을 물었다. 그러자 푸른 옷 입은 사람이 옷소매 속에서 장부를 꺼내 보여주었다. 자기 이름 아래에 모기만한 글자들이 이루 다 읽어볼 수 없을 정도로 적혀 있는데, 맨 뒤에 달린 주(註)에 이런 구절이 눈에 띄었다.
“참지정사(參知政事: 唐 초기에는 재상에 대한 호칭으로 쓰였으나, 宋 이후 副相으로 한 등급 낮아졌음.)가 되어야 마땅한데, 몇 년 몇 월 며칟날 집안에 아무개 녀자를 간음하였기 때문에, 비각수찬(秘閣修撰: 황실에 최고 귀중한 도서관 관원, 조선시대 집현전 학사에 해당) 겸(兼) 전운부사(轉運副使: 국가 곡식․재물을 운송하는 직무이나, 실제 지방행정을 담당하는 부책임관)로 강등한다.”
이를 본 홍도가 두려운 마음에서 눈물을 흘리며, “어떡합니까?” 라고 물었다. 그러자 푸른 옷을 입은 사람이 “오직 착한 일을 힘써 행하기만 하면 된다.”고 대답해주었다. 그러는 사이 갑자기 큰 강물 앞에 당도하였는데, 푸른 옷을 입은 사람이 자기를 밀어 떨어뜨리자, 황홀한 상태에서 부스스 깨어났다. 죽은 지 이미 사흘이 지났는데, 심장이 아직도 따뜻하니 온기가 남아 있어, 시신을 손대지(殮) 않고 기다렸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홍도는 자신에 과오를 통절(痛切)히 참회하고, 착한 일을 힘써 행하였다. 나중에 그가 비각수찬 겸 량절(兩浙) -주1) 전운부사에 임명되자, 혹시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닌가 몹시 두려워하였다. 그러나 결국 별다른 탈이 없이, 관직이 마침내 전학사(殿學士)까지 이르렀으며, 최고로 장수를 누렸다. 이는 과오를 회개하고 착한 일을 힘써 행한 보답이다.

평(評): 세상 사람들은 보통, 죄악을 범한 놈들이 여전히 부귀공명을 누리는 걸 보고는, 인과응보에 감응(感應)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의심한다. 그러나 죄악을 범하고도 여전히 부귀공명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놈들이, 어찌 홍도와 같지 않다고 단정할 수 있겠는가? 예컨대, 본디 참지정사까지 이를 판인데, 비각수찬으로 낮춰진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들도 홍도처럼 나중에 진심으로 참회하고 착한 일로 공덕을 많이 쌓아, 타락할 운명을 묵묵히 바꾸어 올린 것은 아닐까?
정말로 무형 중에 인과응보 법칙에 대해 공경스런 믿음을 내지 못한다면, 앞에 나온 리등(李登)처럼 장원 급제와 재상 직위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것이다. 아니면 과거에 겨우 급제하는 것을 천만 다행이라고 여겨, 오히려 큰소리 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도록, 삼가고 조심할 일이다.

주1) 량절(兩浙): 절동(浙東)과 절서(浙西)를 합친 명칭으로, 지금에 절강(浙江)성 대부분과 강소(江蘇)성 및 안휘(安徽)성 일부를 포함하는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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