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淸)나라 때 한양(漢陽: 지금 武漢 지역에 해당)에 한 서생은 본래 재주가 제법 많았으나, 여러 차례 과거에 한 번도 급제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 친구를 통해, 부계(扶乩) -주1) 점법(占法)으로 신(神)께 계시를 청하였다. 이에 신(神)이 내려준 답변은 이러했다.
그 서생은 본디 과거에 명예가 있어야 마땅하나, 젊었을 때 아무개 집에서 학관(學館)을 열어 학생들을 가르칠 때, 그 집 하녀와 사통(私通)하였기 때문에, 과거급제를 기대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본 서생은 몹시 놀라며, 두려운 마음으로 반성 참회하였다. 그리고 사음(邪淫)을 경계하는 공과격(功過格: 공덕과 죄과를 매일 기록하여 자아 반성에 표본으로 삼는 도교에 수양 방법)을 편집하고, 전해오는 주해(註解)와 실제 사례를 널리 수집하였다. 그런 다음 자금을 모아 인쇄하고, 이를 인연 닿는 대로 법보시하였다. 그러더니 강희(康熙) 35년(1696) 병자(丙子)년 과거에 드디어 급제하였다. 사람들은 모두 그가 진실로 개과천선한 보답이라고 말하였다.
주1) 부계(扶乩): 도교 색채가 농후한 중국 민간신앙에 점치는 방법. 모래판 위에 丁자형 나무(木架)를 매달고, 이를 두 사람(보통은 어린애나 처녀처럼 세속적 욕정에 물들지 않은 사람이 맡으며, 흔히 계동(乩童)이라고 부름)이 함께 붙잡아, 신이 강림하여 계시하는 대로 자연스러운 떨림(진동)에 의해 모래판 위에 글씨를 쓰는 일종에 령계통신법(靈界通信法). 일명 부란(扶鸞)이라고도 부름. 단순한 미신에 그치는 민간습속에 점(占)이라고 하기보다는, 기독교에 방언(方言)과 비슷한 종교상 천인교통(天人交通) 수단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할 듯하다. 지금도 대만에서는 공개로 널리 활용하고 있는데, 다만 잘못된 목적에 악용하거나, 절차 방법상으로 부적합한(정성과 공경이 없거나 계동이 자격 미달하는 등) 경우, 사(邪)된 미신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