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高官)에 후손인 서(徐)씨 서생은 어려서부터 자못 재주가 있다는 명성을 얻었다. 그런데 이웃집 처녀가 몹시 예쁜 것을 엿보고는, 아내를 꾀어 그에게 선물을 주고 수를 놓아 달라고(刺繡) 부탁하도록 시켰다. 그렇게 하여 그 처녀가 자기 집을 자주 드나들도록 만든 것이다. 하루는 서씨가 침대 뒤에 숨어 있다가, 자기 처가 짐짓 부엌에 일 보러 나간 사이를 틈 타, 그 처녀를 강간하였다. 일이 드러나자, 처녀 부모는 딸에게 자살하라고 강제로 핍박하였다. 서생은 그 후 매번 과거 시험장에 들어갈 때마다, 문득 그 처녀가 피범벅이 된 옷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더니 끝내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고, 나중에는 란리(亂離) 통에 병사에게 살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