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숙현(常熟縣: 江蘇省 남부에 있음)에 전외랑(錢外郞)이란 자가 있었는데, 집안에서 아주 거칠게 자기 주장만 앞세웠다. 그 동네에 미색은 빼어나고 집안은 가난한 아낙이 하나 있었다. 이에 전씨는 그 아낙 지아비한테 은(銀: 돈)을 빌려주어, 림청(臨淸: 山東省 서북부에 교통 중심지)에 가서 포목 장사를 하도록 유도하였다. 그리고 지아비가 없는 틈을 타서, 그 아낙과 간통하였다.
하루는 그 지아비가 집 문을 나섰으나, 물이 빠져 배가 떠날 수 없어서 다시 집에 되돌아왔다. 그때 마침 전외랑이 자기 아내를 껴안고 술 마시며 기뻐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이에 그 남자는 부끄러움과 함께 분노를 느끼면서, 곧바로 발길을 돌려 배 안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전씨는 그 아낙과 은밀히 음모를 꾸며, 한밤중에 사람을 보내 그 남자를 죽이고, 마치 도적(강도살인)을 당한 것처럼 위장했다.
그러나 친족들이 알고 관청에 가서 떠들어대, 전씨는 결국 죄가 탄로(綻露)하게 되었다. 전씨는 이에 굽히지 않고, 다시 돈을 뿌리며 상부에 소송을 남발하여 요행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막 성문을 나서자, 갑작스레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지더니, 두 사람이 함께 벼락 맞아 죽고 말았다.
評: 아내를 간음하고 그 지아비까지 살해하였으니, 천리(天理)가 용납하기 어렵고, 그 원혼(寃魂)을 달래줄 길조차 없다. 그래서 사람이 제아무리 교묘히 모의(謀議)할지라도, 하늘(자연)에 인과응보는 더욱더 신기롭다. 이러한 놈들을 한번 살펴보시라. 마땅한 과보를 받지 아니하고 평안히 제 수명을 마치는 놈은, 백에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칼날을 들어 자신을 스스로 찔러 죽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중국 속담에 “사람 계산이 하늘 계산만큼 정교하지 못하다.(人算不如天算巧)”는 말씀이 있다. 인과응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닥칠지, 사람 지혜로는 도대체 헤아리기 어려우며, 오직 하늘(天地神明)만이 안다.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