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신과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
또 불교에서 말하는 계률(戒)․선정(定)․지혜(慧) 삼학(三學)도 바로 정(精)․기(氣)․신(神) 삼보(三寶)와 밀접하게 상응 관계를 갖습니다.
우선, 계률(戒律)이란 가장 기본으로, 우리 생명에 원천인 정혈(精血)을 낭비하거나 분산하지 않고 잘 보존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출가 수행자들이 오후 불식(午後不食)함은, 저녁 식사로 섭취한 영양분이 밤사이에 쓰이지도 못하고 수행으로 승화하지 못한 채 핏속을 돌다 보면, 자칫 정력을 증대시켜 무의식중에 음욕(淫欲: 성욕)을 불러일으키고, 꿈속에서라도 색마(色魔)가 유혹해 몽정(夢精)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액을 한번 쏟고 나면, 수행을 통해 생명에 원기나 정신 광명으로 승화할 밑천이 빠지기 때문입니다. 마치 기름 탱크에 구멍이 나서, 기름이 줄줄 새는 채로 엔진을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도 [릉엄경(楞嚴經)]에서, “음욕을 끊지 않고서(精을 쏟아 내면서도) 선정(禪定)을 이루려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절간에서 저녁 일찍(9시) 잠들고 꼭두새벽(3~4시)에 일어나 예불하고 수행 정진하는 까닭도, 새벽녘에 고인 정력이 망동(妄動)하는 걸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또 흔히 불교에서 번뇌(煩惱)를 유루(有漏)라고 하는데, ‘줄줄 새고 빠져나가는 게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마음이 산만해 밖으로 정신 팔리고, 원기(元氣)를 쓸데없는 짓(사물)에 낭비하는 것도 모두 포함합니다. 허나 가장 직접 제1차로 가리키는 대상은, 바로 생명에 밑천인 ‘정혈(精血)’을 쏟아내는 ‘有漏’일 겁니다. 모든 종교 수행에서 녀자들은 장애(곤란)가 특히 크고 많다고 하는데, 그 핵심 내용에 하나는 바로 매달 정기로 정혈(精血)을 쏟아 내는 생리현상입니다.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 보면, 부처님께서 주인 없이 나뒹구는 해골 무더기를 보고, 남자 것과 녀자 것을 가릴 수 있겠느냐고 아난(阿難)에게 묻는 대목이 나옵니다. 요점은, 녀자는 월경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피를 쏟고, 아이를 기르면서 젖(젖도 精血이 변화한 모습)을 짜기 때문에, 그 뼈가 단단하지 못하고 가볍다는 것입니다. (중년 녀자에게 골다공증이 많은 이유도 마찬가지임) 그런데 요즘은, 녀자들은 애도 적게 낳고 젖(모유)도 거의 주지 않고, 남자들은 시도 때도 없이 정액을 쏟아 내는 음란 풍조 때문에, 어쩌면 해골로 남녀 구별이 쉽지 않을 듯합니다.
또 한 가지, 불교에서 오후 불식 못지않게 중요한 음식 계률(戒律) 가운데 하나는, 오신채(五辛菜)와 고기를 먹지 않는 순수 채식(양념 조미가 없는 자연 그대로 담백한 음식이란 뜻에서 ‘소식(素食)’이라고 부름)입니다. 고기는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오신채 경우도 주로 정력 낭비를 막기 위한 계률(戒律) 방편으로 금합니다. 불경에 보면, 오신채는 날(生)로 먹으면 성냄(瞋心)을 돋구고, 익혀(熟) 먹으면 음심(淫心: 성욕)을 자극하기 때문에 먹지 말라고 한답니다. 제가 오래 동안 채식 공양을 하면서 관찰한 체험으로도, 이 말씀은 분명히 맞는 진리임을 확인했습니다. 또 오신채를 먹으면, 그 비릿하고 매운 맛이 모든 호법(護法) 신명(神明)들을 자극해 멀리 달아나게 한답니다. 수행자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일반인도 선량한 신명들이 멀리 도망가서 게 뭐가 좋겠습니까?
여하튼, 중국에서 도교 쪽 수행 이야기를 들은 건데, 녀자들이 도업(道業)을 원만히 성취하려면, 붉은 생리를 완전히 끊어 멈추는 ‘참적룡(斬赤龍)’ 경지에 이르러야 한답니다. 심지어 이미 자연으로 생리가 멈춘 녀자는, 멈춘 생리가 수행으로 다시 시작한 뒤, 그 생리가 다시 수행 정진으로 끊기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지는 남자로 말하면, 부처님 32상(相) 가운데 하나인 ‘마음장상(馬陰藏相)’에 해당합니다. 즉, 생식기가 밖에 드러나 보이지 않도록 완전히 숨어 들어가야, 비로소 정액을 쏟지 않고 번뇌망상이 전혀 없는 무루(無漏) 경지에 든다고 합니다. 이런 수행이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남녀에 상(相)과 음양에 기운을 완전히 여의어야만 가능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때 도업(道業)이 원만히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오신채뿐만 아니라, 커피나 기타 자극성 강한 기호식품도, 자칫 헛된 성욕을 돋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음식들은 직접 ‘정혈’을 만들어 내는 영양분도 전혀 없으면서, 단지 우리 생명이 소중하게 생산․저축해 놓은 엑기스만 밖으로 내 쏟게 자극할 따름입니다. 이러한 성욕 자극을 강렬하게 농축해 만든 물질이,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비아그라’ 같은 최음제(催淫劑)입니다. 한바탕 음욕을 부리기 위해 최음제나 자극성(특히 신 맛) 강한 음식을 즐겨 먹으면, 그렇게 해서 정액을 내쏟는 대가로 얼마나 엄청난 생명에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 자업자득(自業自得)하는 인과응보를 잘 명심해야 한답니다.
둘째, 삼학(三學) 가운데 선정(禪定)은 바로 밑천(기름)인 ‘정혈’을 원기(전기)로 승화(발전)하고, 다시 그 원기를 정신 광명(지혜)으로까지 승화하는 주된 작업(수행․발전)입니다. 물론 념불(念佛)이나 기도․간경(看經)․독경(讀經)․례배(禮拜: 절․오체투지) 등, 모든 수행이 궁극에는 정혈을 단련하여 원기로 승화하고, 원기를 다시 지혜 광명으로 승화하는 방편법문입니다. 선정(禪定)이 대표지만, 다른 수행 법문도 일심불란(一心不亂)한 삼매(三昧)에 들어야 비로소 진실한 수행 효과가 나타나기에, 결국은 선정(禪定)으로 귀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선정으로 이루는 지혜는, 바로 육안에 보이지 않는 정신광명에 상응합니다. 물론 그 지혜와 정신광명도 밝기는 여러 단계일 것입니다. 불교 [화엄경]에 보면, 보살도 수행경지가 42 내지 52단계로 나뉜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수행 정진으로 정혈을 어느 정도 높고 섬세하게 승화하고 순화(純化)하느냐에 따라, 그 지혜와 정신광명 차원이 달라지고, 여러 단계 보살 경지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런 일련에 수행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주도 지위를 차지하는 주제가 바로 우리 마음(心)입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기 때문에, 우리 마음을 어느 방향으로 돌리느냐? 또 어느 정도 순화(純化)하고 정화(淨化; 精化)하느냐? 에 따라, 수행 공부도 성과가 천양지차로 나타납니다. 같은 물도 소가 마시면 우유를 짜내지만, 뱀이 마시면 독을 내뿜는다는 비유가 있습니다. 같은 ‘정혈(精血)’인데도, 어떤 마음으로 단련하고, 어느 정도 순수하게 승화하느냐에 따라, 부처님(지혜광명)이 되기도 하고, 살인강도나 포군(우매 암흑)이 되기도 합니다.
불교 수행 격언에, ‘번뇌가 곧 보리(진리․깨달음)(煩惱卽菩提)’나, ‘고개 돌리면 바로 피안(回頭是岸)’이라는 유명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온갖 번뇌망상과 나쁜 죄악업장을 짓는 데 낭비하던 생명 정혈을, 마음 하나 바꿔 먹어 착한 일과 수행 공부로 돌려, 원기로 승화하고 다시 지혜 광명이 찬란한 정신세계로 고양(高揚)한다면, 그것이 곧 진리를 깨닫는 대문이고, 피안(녈반涅槃: nirvṇa)에 이르는 첩경이라는 뜻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모두 생명에 원천인 정혈을 함께 타고났고, 그 정혈이 청정하냐 혼탁하냐에 따라 ‘성선(性善)’과 ‘성악(性惡)’으로 학설이 갈리지만, 그것이 곧 도를 깨닫고 성현이나 부처가 되는 밑천입니다. 사실 ‘일체 중생이 모두 부처님 성품을 갖고 있다(一切衆生皆有佛性)’는 말씀도 이런 측면에서 리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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