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광대사 서문(印光大師序)
지나친 음욕(淫慾)은 질병과 요절(妖折)에 화근
세상에 건강장수하고 자손이 번성하며, 공명(功名)이 드날리고 길조와 복록이 넘쳐나는 걸, 더러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거꾸로 병들어 요절하거나 후손이 끊기고, 집안이 몰락해 불길과 흉악이 엄습하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는 온 세상에 인지상정이다. 비록 삼척동자라도 모두 그러하려니와, 설령 몹시 어리석은 바보라도, 재난과 화(禍)를 기뻐하고 경사와 복을 싫어하진 않으리라.
그런데 녀색(女色)을 좋아하고 음욕을 탐내는 사람은, 마음으로 바라는 바와 몸으로 행동하는 것이 정반대로 엇갈려, 마침내 바라지 않는 것을 모두 얻고, 바라는 것은 전혀 얻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제멋대로 화류계(花柳界)와 홍등가(紅燈街)를 들락거리며 녀색만 밝히는 자들은, 여기서 말하고 싶지도 않다. 정상적인 부부관계라도 한번 탐내어 빠져들게 되면, 반드시 요절하여 운명하기 마련이다. 또 설사 지나치게 탐하지는 않을지라도, 삼가 조심할 줄 몰라서 거리낌 없이 굴다가 죽음에 이르는 자도 있다. 그러니 정말 가엾고 불쌍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옛 선현이 [불가록(不可錄)](차마 붓으로 기록할 수 없는 내용이란 뜻으로, 불교에서 기어(綺語)에 상응하는 용어임)을 편집하여, 후세에 전하셨다. 그 내용은 색욕(色慾)에 해악, 음욕을 막고 경계하는 격언, 착한 이가 복 받고 음란한 자가 재앙을 당한 실증 사례, 계률(戒律)을 지키는 방법과 시기, 음욕을 기피해야 할 때와 장소․상황 등을 두루 밝혀 두었다. 번잡스러움을 귀찮게 여기지 않고 조목조목 상세히 분류하여, 보는 이마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상을 깨우치고 백성을 구하려는 마음이 정말로 간절하고 진지하기 그지없다.
여기에 내가 내용을 좀 더 보태고, 이름을 ?수강보감(壽康寶鑑: 건강장수 보감)?으로 바꾸어, 널리 법보시하고자 한다. 이렇듯 뜻 있는 인연을 굳이 불러 모으는 것은, 내 마음에 너무 애통한 사연이 있어, 차마 가만히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게 라제동(羅濟同)이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사천(四川) 출신으로 나이 46세에 상해(上海)에서 선박 상업을 하였다. 성품이 자못 충직하고 후덕한데다가 불법(佛法)까지 깊이 믿어, 관형지(關炯之) 등과 함께 정업사(淨業社: 극락정토 왕생을 발원하며 념불수행 하는 재가신자 모임)를 열어 수행하였다. 민국 12~3년(1923~4) 즈음에, 늘상 산에 올라와 내게 귀의하고 싶어 했으나, 사업에 얽매여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가, 14년(1925)에 병이 몇 달간 악화하여 몹시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한약과 양약 모두 전혀 효험이 없었던가 보다. 8월 14일 약값을 계산하는데, 액수가 너무 엄청나 깜짝 놀랐다. 그래서 화가 나서, “앞으로는 설령 내가 죽더라도, 다시는 약을 먹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이에 그 첩(妾)이 부처님께 “종신토록 채식하며 념불할 것을 발원하오니, 부디 남편 병이 낫게 해 주십시오.”라고 간절히 빌었다. 그러자 그날 오후부터 병세가 호전되더니, 대변으로 핏덩어리가 왕창 쏟아진 뒤, 약도 쓰지 않고 그냥 나았다고 한다.
내가 8월 말 상해에 도착하여 태평사(太平寺)에 머물다가, 9월 초이틀 정업사에 가서 관형지를 만났는데, 그때 라제동도 한 자리에 있었다. 비록 몸이 아주 건강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기색이 비할 데 없이 맑고 깨끗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기뻐하며, “사부님께서 오셨으니, 산에까지 올라갈 필요 없이 상해에서 귀의해야겠습니다.” 라고 말하였다. 이에 초파일을 택해, 그 첩과 함께 태평사에 와서 삼귀의와 오계를 받도록 하였다. 그리고 정설루(程雪樓)․관형지․정계초(丁桂樵)․우양석지(歐陽石芝)․여치련(余峙蓮)․임심백(任心白) 등 여러 거사를 초청하여, 나와 함께 공양(供養)하였다.
초열흘날, 그가 다시 자기 집으로 초청하여 공양을 올리면서, “사부님은 저희들 부모님이시고, 저희들 제자는 사부님 자녀입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길래 내가, “(효자는) 부모가 오직 그 질병만 걱정한다네. -주1) 그대 질병이 비록 호전되었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한 상태는 아니니, 마땅히 신중해야 할 걸세.”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신중해야 할 게 방사(房事: 부부관계)임을 그때 분명히 말하지 않아 몹시 후회한다. 그달 말일께 공덕림(功德林)에서 감옥 재소자를 위한 감화법회를 열 때 그도 동참했다. 대중이 흩어진 뒤 여남은 사람이 남아 공양할 때, 그가 와서 회계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 가는데, 얼굴이 마치 죽은 사람과 같아 보였다. 나는 곧바로 그가 방사를 치른 때문인 줄 알아차렸다. 그때 단지 “(효자는) 부모가 오직 그 질병만 걱정한다.”는 말만 하고, 그 까닭을 말해 주지 않아서, 다시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그래서 내심 뼈저리게 후회하였다.
그때 바로 글을 써서 방사를 끊도록 당부하려고 했으나, 거처가 번잡하여 그만두고, 사월 초6일 산에 돌아와 곧장 음욕에 해악을 자세히 적은 편지 한 통을 부쳤다. 허나 이미 때가 늦어, 약방문(藥方文)이 효험을 낼 사이도 없이, 며칠 만에 그만 죽고 말았다. 죽을 때 관형지가 여러 거사들을 불러 모아, 함께 념불하여 회향 기도해 주었다고 한다. 그가 서방 정토에 왕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삼악도(三惡道: 지옥, 아귀, 축생)에 떨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가 몇 달간 크게 앓던 질병이 삼보께 가피(加被)를 받아 약도 쓰지 않고 나은 뒤, 열흘 남짓 만에 기색이 보통 사람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맑게 빛났다. 그러더니만, 방사를 절제할 줄 몰라 그만 죽고 만 것이다. 이는 단지 자기 생명을 해친 짓일 뿐만 아니라, 삼보에 자비로운 은혜마저 저버린 셈이니, 그 허물이 몹시 크다.
나는 그가 죽었다는 부음(訃音)을 듣고 마음이 매우 아팠다. 세상에 조심하거나 절제할 줄 모르고, 거리낌 없이 굴다가 죽는 자가 얼마나 많은가? 그 사실을 생각하니, 만약 나마저 이들을 예방하고 보호하는 방편법문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여래께서 대자대비로 중생 고통을 구제하는 불도(佛道)가 더욱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불가록?을 증보 발행해 널리 류포(流布)하기로 했다. 세상 사람들이 거리낄 줄 알아, 목숨까지 내버리는 잘못은 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한 거사가 모친이 남긴 유산 1,600원(元)으로 좋은 책을 인쇄해 법보시하고자 원하기에, 내가 그에게 그 돈으로 전부 [수강보감(壽康寶鑑)]을 인쇄해, 청춘 남녀를 미리 위험에서 건져 주자고 권했다. 그러면 라제동 한 사람이 죽음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모든 사람들이 삼가 조심하고 절제할 줄 알 것이며, 아울러 책이 류통(流通)되고 서로 권고해 나가면, 세상 사람들이 함께 건강장수를 누리고, 홀아비 홀어미나 고난이 날로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라제동 한 사람 죽음이 모든 사람에게 건강장수를 가져다 줄 것이니, 그 죽음이 도리어 공덕이 되기도 하겠다. 이 공덕을 극락왕생에 회향 기도하면, 반드시 사바고해를 하직하고 서방정토에 올라가, 아미타불에 제자가 되고 련화(蓮花)세계 청정 대중에 좋은 도반(道伴)이 될 것이다.
맹자(孟子)도 말한 적이 있다.
“마음 수양은 적은 욕심보다 더 좋은 게 없다(養心莫善於寡欲). 그 사람됨이 욕심이 적으면, 비록 천성을 잃은 게 있을지라도 적을 것이며; 그 사람됨이 욕심이 많으면, 비록 천성을 지닌 게 있을지라도 또한 적을 것이다.”
건강할 때도 오히려 욕정을 절제해야 마땅하거늘, 하물며 큰 병을 앓고 나서 막 나은 때야 오죽하겠는가?
10년 전에 한 갑부 상인네 아들이 일본에서 양의학을 공부해 시험에 1등으로 합격했다. 전차를 탔는데, 차가 완전히 멈추기 전에 뛰어 내리다가, 그만 한 팔이 부러지고 말았다. 마침 그가 이 분야 의사인지라, 얼마 안 되어 곧 나은 모양이다. 무릇 뼈를 다친 사람은 최소한 백수십 일 동안 녀색을 가까이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런데, 그가 팔 골절이 나은 지 얼마 안 되어, 모친 수연(壽宴: 장수 축하 잔치)에 참석하러 귀국했다가, 밤에 아내와 동침한 뒤 이튿날 즉사하고 말았다. 이 아들은 자못 총명하여 의사까지 된 사람인데, 어찌하여 이러한 기본 금기 사항조차 새까맣게 모르고, 잠깐 환락 때문에 지중(至重)한 생명을 잃었단 말인가? 이보다 더 애통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재작년엔 한 상인이 때마침 호황을 타서, 며칠간 장사로 6~7백 원(元)을 벌었다. 자못 득의양양한 그는 다음날 첩(妾) 집에서 처(妻) 집으로 건너갔다. 그러자 처가 몹시 기뻐하며 반겨 맞았다. 때는 (음력) 5월이라 날씨가 몹시 무더워, 처가 선풍기를 틀고 몸을 씻게 한 뒤, 얼음물에 꿀을 타서 마시도록 주었다. 단지 시원하게 열을 식힐 줄만 알았지, 동침할 때 몸을 차갑게 해서는 안 되는 걸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세 시간도 채 못 되어 복통으로 죽고 말았다.
이렇게 보면, 세상에 절제할 줄 모르고 거리낌 없이 굴다가 죽는 자가 몇 천만억이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예로부터 복록을 최고로 누리는 사람은 황제보다 더한 이가 없을 것이다. 복록이 최고면 수명 역시 길어야 할 텐데, 자세히 살펴보면 십중팔구는 모두 장수하지 못했다. 이 모두가 일 많이 벌이기를 좋아하면서, 게다가 절제와 금기를 지킬 줄 몰라, 스스로 목숨을 재촉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또한 세상에 아주 총명한 천재들도 대부분 장수하지 못하는데, 이러한 금기를 잘 몰라 빚어지는 게 거의 틀림없다.
나는 늘상 말하기를, 세상사람 중 10분에 4는 색욕으로 죽고, 또 다른 10분에 4는 비록 색욕을 직접 원인으로 죽지는 않지만, 색욕을 탐하여 쇠약해진 몸이 다른 감염을 받아 간접으로 죽으며, 타고난 수명을 온전히 누리고 죽는 사람은 10분에 1에 불과하다고 강조해왔다. -주2) 아득히 넓은 세계에 수없이 많은 중생 가운데 십중팔구는 색욕으로 말미암아 죽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이상이 바로 내가 [건강장수 보감]을 널리 퍼뜨리려고 하는 까닭이다. 세상에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나, 또는 동포를 위해 화근을 예방하고 행복을 지어 주려는 분들은, 모두 이 책을 인쇄․배포하길 바란다. 사람들이 절제와 금기를 깨닫고, 귀중한 생명을 잃거나 망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어주기 위함이다.
제멋대로 화류계와 홍등가를 들락거리는 자들은, 대부분 스스로 정견(正見)을 확립하지 못하고, 제비 같은 친구나 음란서적에 나쁜 꾐에 빠져, 자신을 음욕 바다에 내던진 채, 헤어날 줄 모르고 있다. 만약 이 책을 자세히 읽어보기만 한다면, 그 리해득실을 뼈저리게 알게 될 것이다. 조상이나 부모님 명예와 치욕, 자기 생사와 성패, 자손이 총명할지 또는 번창할지 등에 관한 내용들이, 불 보듯 훤히 밝혀져 있다. 바보천치가 아니라면, 누가 직접 눈으로 보고도, 마음이 뜨끔하게 놀라 절제하려 힘쓰지 않겠는가?
이 책을 본 뒤로, 각자 부부간에 천륜에도 절도 있게 만족하면서, 지나친 탐욕으로 몸을 해치는 일이 없길 바란다. 그러면 부부가 금슬 좋게 나란히 늙어가며 건강장수를 누릴 것이다. 욕망이 적은 사람은 항상 자식이 많고, 그 자식들은 틀림없이 체질이 강건하고 마음이 선량하며 의지가 굳센 법이다. 또 결코 자신을 망치는 허물이 없고, 분명히 부모를 영광스럽게 빛내는 훌륭한 인재가 될 것이다.
이게 내가 오랫동안 향 사르며 기도한 바다. 바라건대, 이 글을 읽고 함께 같은 마음(同心)을 내어, 인연 따라 널리 류포(流布)해 준다면, 중생에게도 몹시 다행이고, 국가민족에도 매우 다행이겠다.
민국 16년(1927) 정묘(丁卯) 늦봄
항상 부끄러운 중(常慚愧僧) 석인광(釋印光)
주1) 론어(論語)? 위정(爲政)편 구절로, 맹무백(孟武伯)이 효도를 묻자, 공자가 대답한 말씀이다. 원문은 ‘父母唯其疾之憂’인데, 자녀가 “부모께서 편찮으실 때 그 질병에 근심걱정을 다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이설(異說)이 있다.
주2) 일찍이 로자(老子)는, 천수(天壽)를 다하는 생명에 무리가 10분에 3, 요절하는 사망에 무리가 10분에 3, 그리고 지나치게 풍요로운 삶(욕심, 향락)으로 생명에서 사망으로 빠져드는 무리가 10분에 3이라고 지적하며, 인간에 탐욕을 경고하였다.
풀리면 정(情), 맺히면 한(恨) (0) | 2022.10.30 |
---|---|
업장(業障) 해소는 음욕을 참회하여 (0) | 2022.10.30 |
[불가록(不可錄)] 중판 서문 (1) | 2022.10.30 |
[불가록(不可錄)] 추가 서문 : 인륜을 돈독히 다지세 (0) | 2022.10.30 |
[욕해회광(欲海回狂)]을 권하는 서문 (0) | 2022.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