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면 정(情), 맺히면 한(恨)
사음(邪淫)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당한 혼인으로 맺은 부부관계라도 정도에 지나치면 안 되는 근본 이유는, 바로 정기신(精氣神) 삼보를 크게 훼손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전쟁에 출정하거나 국가 대사나 과거 시험에 임하는 경우에는, 특별히 남녀관계를 멀리하고 정신력을 집중했습니다. 지금도 물론 중요한 경기를 앞둔 운동선수나 큰일을 치를 사람들은 각별히 조심하곤 합니다. 남녀관계는 전기에 음양과 같아서, 한번 결합하면 순간 엄청난 에너지(전기)를 방전․소모하기 때문입니다. 설사 결합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마음이 움직여 몸속에 정기(精氣)가 발동하면, 정신이 차분히 안정될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한 일에 제대로 집중․전념할 수 없습니다.
이 책 본문에서 음욕이 복록을 결정짓는 요인(陰德)이 되고, 특히 수많은 력사(歷史) 실례에서 과거급제와 부귀공명을 판가름하는 열쇠로 묘사하는 까닭도, 사실 알고 보면 이렇듯 가장 합리적인 명백한 리치입니다. 헌데 단지 과학적 해명 없이 추상적 인과응보와 종교철학적 인륜도덕 관점에서 기술했다고 해서, 성(性)에 자유를 억압하는 전근대적 봉건유물이나 미신으로 매도할 수 있겠습니까?
또 사음(邪淫)을 해서는 안 될 중요한 정신상․심리상 요인이 있습니다. 예로부터 “한 아낙이 원한을 품으면 (음력) 오뉴월에도 서리가 날린다.(一婦含怨, 六月飛霜.)”는 속담이 전해옵니다. 흔히 녀자가 질투심이 많다고 하는데, 하면 남자는 자기 녀자가 딴 남자와 어울리는데 울화가 치밀지 않겠습니까? 남녀관계는 전기와 같아서, 음과 양이 똑같은 수량만큼 1대1로 상응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미 짝지어진 음양 사이에 다른 음이나 양이 끼어들어 찝쩍거리면, 그야말로 전기 불꽃(번갯불)이 저절로 튀게 되어 있습니다. 그게 자연 섭리인데, 인간 사회에서는 질투심이니 원한으로 표현합니다. (녀자와 음전기가 좀 더 섬세하고 예민한가 봅니다.)
남녀가 사회 례법 상으로 항구적 혼인을 할 생각 없이, 단지 잠시간 쾌감을 위해 야합하는 짓은, 피복이 벗겨진 전깃줄을 가지고 살금살금 장난치는 것과 같습니다. 전선을 일시로 붙였다 떼었다 하면, 순간 전류는 엄청나게 커지고, 그때 방전으로 튀기는 불꽃은 화재를 일으키기 십상입니다. 합선이나 루전(漏電) 사고가 안 날 수 없습니다. 남녀가 일시 결합했다 떨어지려고 하면, 상대방에 흡인력(자석이나 전기처럼 사람도 음양간에 강한 인력이 작용함)이 그냥 놔두질 않습니다. 오히려 더 강하게 끌어당기는 반동력(反動力)이 생겨 새로운 력학관계까지 만들어 냅니다. 그것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날리게 하는 녀인네 원한이 지니는 본래 모습입니다.
풀리면 정(情)인 것이, 맺히면 한(恨)이 됩니다. 마치 풀렸을 땐 물(水)인 것이, 맺히면 얼음이나 눈․서리가 되듯이 말입니다. 초가을이나 봄에 갑자기 된서리 치면, 생기발랄하던 채소며 농작물이, 모두 랭해(冷害)나 한해(寒害)를 입고 금세 시들어 버립니다. 음욕을 잘못 부려 녀인네 마음에 원한 감정이 맺히면, 승승장구하던 자기 부귀공명에 운세도, 모두 한해(恨害)를 받아 이내 시들고 맙니다. 인간사나 자연현상이나 리치는 하나입니다. 그래서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내뿜는 독한 원한감정이 하늘에 사무치면, 그 파장이 자연계에 평화로운 기운(和氣)을 깨뜨려, 크고 작은 천재지변(天災地變)이나 이상기후가 나타납니다.
요즘은 심리학이나 정신과학이 눈부시게 발달하여, 사람 념력(念力)이 얼마나 빠르고 막강한지 밝혀지고 있습니다. 생명 에너지 원천인 정혈(精血)을 잘 단련하여 밝은(陽) 기운(氣)과 정신(神)으로 승화해, 중생을 위해 자비광명으로 나토는(펼치는) 게, 올바로 수행하는 길입니다. 소가 우유를 짜서 중생에게 보탬이 되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그 정혈이 원한 맺힌(陰) 마음으로 이를 갈듯 내뿜어지면, 그 저주는 서릿발이나 칼날보다 더 매서운 살기(殺氣)와 암흑으로 펼쳐집니다. 마치 뱀이 독을 뿜어 뭇 생명을 해치는 것과 같은데, 그게 바로 지옥 아귀에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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