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淸)나라 강희(康熙) 32년 계유(癸酉: 1693)년 과거시험 때였다. 송강(松江)에 한 서생이 첫 번째 시험장에서 답안을 받아 들자마자, 갑자기 한 귀신이 자기를 따라 자기 호방(號房: 과거 시험장에 칸막이로 구분한 수험생 개인별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밤새도록 울어댔다. 이로 말미암아 모든 호방에 수험생이 불안해 떨었다. 다음날 저녁에 세 번째 원고가 매듭지어질 때가 되자, 마침내 귀신이 다가와 그 목을 붙잡고 조르기 시작하였다. 이에 그는 급히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고, 바로 옆 호방 수험생이 구해주자,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몇 년 전 초(楚) 지방에 갔다가, 한 녀자한테 반하였습니다. 그래서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거짓말로 꾀었더니, 그 녀자가 좋아하여 서로 간통하였지요. 그리고 그 녀자는 나한테 황금까지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녀자를 데리고 집에 돌아오자, 안사람이 도대체 그 녀자를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이제 그 녀자 귀신이 찾아 왔으니, 나는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옆 호방 서생이 좋은 말로 위로해주고 돌아갔다. 그런데 조금 지난 뒤, 다시 그 서생이 자기 호방 안에서 목숨을 살려 달라고 애걸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소리가 멈추고 잠잠해졌다. 이에 이상하게 여긴 옆 호방 서생이, 호위 군사를 불러 촛불을 켜고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붓에 매달린 빨간 끈으로 스스로 자기 목을 묶어 졸랐는데, 이미 숨이 끊어져 죽어 있었다.
評: 남릉현(南陵縣: 안휘성(安徽省) 동남부)에 과거 급제자 명부(丹桂籍)는, 이 사건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이 사안은 한 녀자를 간음한 놈으로 하여금, 반드시 과거 시험장에 들어가서 죽게 만들고, 게다가 반드시 스스로 그 까닭(인과응보)을 말하게 한 뒤 죽게 만들며, 더욱이 함께 과거시험에 참가한 모든 서생들이 그 연유를 알게 한 뒤 죽게 만들었다. 그러니 하늘이 사음(邪淫)에 과보를 분명하게 드러내어, 죄인을 징벌하고 사람들에게 경종(警鐘)을 울리는 의도가 너무도 깊고 간절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