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항현(餘杭縣: 절강성 杭州市 북부 지역)에 장(張) 아무개는 금릉(金陵: 南京에 별칭)에 가서 상업에 종사하면서 한 여관에 묵었다. 그런데 한 부녀자가 바로 이웃집에 산다고 자칭하면서, 장씨와 사통(私通)했다. 그러한 관계가 한참이나 이어지면서, 장씨가 주위를 살펴보니 이웃집에 도무지 이 부녀자가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하도 의심스러워 캐물었더니, 그 녀자는 이렇게 말했다.
“잠시 사람 몸을 빌려 의탁한 것이지, 소첩(小妾)은 이미 사람이 아닙니다. 양추(楊樞)라는 놈이 당신 동네 사람이 아닙니까?”
장씨가 ‘그렇다’고 답하자, 그 녀자는 발로 땅바닥을 치고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말했다.
“그 놈은 천하에 신의를 저버린 사람입니다. 첩은 본디 기생으로, 젊어서 그 양씨와 어울려 즐겼습니다. 그는 제 비위를 맞추고 환심을 사기 위해서 갖은 아양을 떨었습니다. 그는 정말이지 하지 않은 짓이 없었습니다. 나를 아내로 맞이해 데리고 가서, 평생 생사고락을 함께 하겠다고 맹세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첩은 옷장 등 혼수를 장만하여 그에게 시집가려고, 굳은 마음으로 약속을 지키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래도록 아무 기별이 없어 알아보았더니, 벌써 다른 녀자에게 장가들었다는 소문이 들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결국 원한을 품은 채 죽었습니다. 이 점포(客舍)는 첩이 살아생전에 거처하던 곳입니다. 이제 당신 뒤를 따라 배를 타고 가서, 양씨네 신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살펴보고 싶습니다.”
장씨가 그렇게 하라고 하자, 그 녀자는 장씨를 따라 그 고향 동네까지 이른 뒤, 장씨와 작별하고 양씨 집으로 들어갔다. 양씨 집은 마침 생일날을 맞이하여, 잔치 상을 벌이고 풍악을 울리며 손님들을 접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양씨가 급사(急死)하였다. 그러더니 그 신부도 급작스런 질병이 발작하여 거의 죽어 나자빠졌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장씨는 정말 크게 놀랐다.